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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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시장에서 선불카드가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체 카드승인 금액 중 선불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선불카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에도 시선이 쏠린다. 대표적인 선불카드인 지역화폐 카드의 경우 현재 핀테크 업체가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빠르게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선불카드 시장 또한 핀테크 업체의 활약이 눈에 띈다.

3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체 카드 승인금액 중 선불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07%로 전년 동기(0.27%)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선불카드 비중이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신용카드드 승인금액 비중은 78.4%에서 78.1%, 체크카드는 21.3%에서 20.8%로 소폭 감소했다.

선불카드는 실물 카드에 일정한 금액을 미리 충전해 두고 사용하는 카드다. 버스카드, 기프트 카드, 특정 지자체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형 지역화폐 등이 대표적인 선불카드다. 선불카드는 일반적으로 지역화폐 사용량과 비례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2021년 3분기 선불카드 승인금액 비중은 0.50%로 전분기 대비 0.24%포인트(p) 상승하기도 했다. 정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는 (재난지원금 같은) 뚜렷한 이슈는 없지만 선불카드는 보통 지역화폐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불카드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핀테크 업체의 존재감이다. 현재 카드형 지역화폐 시장의 약 90%는 핀테크 업체 코나아이가 차지하고 있다. 코나아이는 전국 59곳의 지역화폐 카드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선불카드가 지역화폐 영역을 넘어 청소년 고객을 끌어모으는 수단으로도 기능하면서 핀테크 업체의 영향력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청소년 선불카드 시장을 이끌고 있는 회사가 주로 핀테크 업체여서다.

대표적인 청소년 선불카드로는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미니(mini)카드’가 꼽힌다. 이 카드는 만 7세 이상부터 만 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지난 2020년 10월 출시된 미니카드는 출시 3년 만인 지난해 말 청소년 가입자 약 160만명을 달성했다. 토스는 지난 2021년 청소년 전용 선불카드 ‘유스카드’를 내놨다. 이 카드는 만 7~16세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 유스카드는 지난해 11월 기준 발급량 160만장을 돌파한 바 있다. 코나아이도 최근 어린이 핀테크 기업 아이쿠카와 손잡고 어린이 전용 선불카드인 ‘쿠카카드’를 출시했다.

핀테크 업체에서 내놓는 선불카드는 직장인 사이에서도 인기다. 연회비가 없고, 체크카드보다 혜택이 좋은데 소득 공제율이 30%로 체크카드와 동일해서다. 또다른 핀테크 업체인 페이코(PAYCO)는 페이코 포인트를 충전해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 ‘페이코 포인트 카드’를 내놨다. 이 카드는 쇼핑, 게임, 여행 등 각종 소비 영역 이용 금액의 0.5~1%를 무제한으로 적립받을 수 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페이코 카드 사용자는 전년 동기 대비 730% 증가했다.

핀테크 업체가 이처럼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넘어 선불카드를 매개로 오프라인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더 많은 고객군을 확보하는 동시에 아직 실물 카드 결제가 활발한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묶어 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미래 고객군 확보 차원이기도 하지만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서비스를 늘리는 차원이라는 개념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