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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건조해지는 겨울철이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습니다. 젊은 20대부터 50대까지 사회활동이 왕성한 나이대에서 주로 발병하는 질환 ‘건선’입니다. 국내 전체 인구의 약 0.5%가 건선 환자로 추정됩니다.

건선은 참을 수 없는 가려움도 문제지만 “잘 씻지 않는다”, “전염병이다”와 같은 잘못된 상식과 편견 때문에 일상생활 마저 힘들게 하는 질환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조성진 교수의 도움을 받아 건선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치료 및 관리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하얀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건선

건선은 피부에 발생하는 만성 피부 질환 중 하나입니다. 정상 피부와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며 은백색의 각질이 붙어있는 홍반성 병변으로 나타납니다. 얼굴을 비롯 전신 어디에나 생길 수 있으며 두피, 팔꿈치, 무릎, 엉덩이 등 자주 자극을 받는 부위에 더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건선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면역학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건선 환자에서 나타나는 면역 이상은 면역 저하보다는 피부의 면역력이 과도하게 증강되어 있는 면역 불균형에 가깝다고 합니다. 

피부 면역 세포들의 상호작용에 이상이 생겨 면역세포인 T세포가 피부를 두껍게 만들고 각질을 많이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건선은 피부에 붉은 발진이 생기면서 그 위로 하얀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건선이 심해지면 발진은 주위의 발진들과 뭉치거나 그 자체로 커질 수 있어요. 많이 퍼지는 경우에는 전신의 모든 피부가 발진으로 덮이기도 합니다.

건선은 피부 발진의 모양, 발생 부위, 병력 등을 바탕으로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어요. 물론 조직 검사를 시행해 확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직 검사는 건선의 확진 및 다른 피부병과의 감별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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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치료를 위해서는 바르는 약, 광선치료, 먹는 약물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요. 일반적으로 환자의 상태와 기대되는 치료 효과의 정도, 부작용 가능성,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법을 선택합니다.

경증의 건선 환자는 바르는 약만으로도 병변을 잘 조절할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일시적으로 악화됐거나 심한 병변을 가진 환자들은 광선치료나 먹는 약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치료에도 잘 호전이 되지 않는다면 생물학제제로 치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생물학제제는 건선과 관련된 면역 이상을 더욱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으며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는 게 조성진 교수 설명입니다.

치료보다 더 중요한 올바른 생활습관

건선은 치료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생활습관을 갖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해요. 잘 조절된 건선도 치료를 중단하거나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해 재발 혹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잘 알려진 것처럼 평소에 보습제를 잘 바르는 것이 중요해요. 건선은 겨울에 악화되고 여름에 호전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보습제를 더욱 철저하게 바르고 건조하지 않도록 적절한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꼭 주의해야 할 게 목욕을 너무 오래 하거나 자주 하는 것은 피해야 해요. 피부가 건조해져 건선이 악화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불필요한 자극도 피하는 게 좋아요. 피부에 상처가 생기거나 지속적인 자극을 받으면 건선이 쉽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요. 따라서 ▲억지로 각질 떼기 ▲때 밀기 ▲피부 심하게 긁기 등의 불필요한 자극은 지양해야 해요. 레깅스와 같은 꽉 끼는 옷이나 장신구도 피하는 게 좋아요.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해요. 건선은 피부 질환이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스트레스는 각종 호르몬과 자율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주는데, 특히 신체의 정상적인 균형 상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해요. 실제 많은 환자들이 심한 스트레스 후 건선이 새로 발병하거나 악화되는 현상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는 것을 추천해요. 명상이나 요가 등의 취미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 또한 매우 중요해요.

끔찍한 가려움을 피하고 싶다면 금연, 금주도 반드시 실천하세요. 흡연자의 건선 위험도는 비흡연자에 비해 약 1.5배에서 2배로 알려져 있으며 증상도 더 심한 경향이 있다고 해요. 또 흡연하는 환자들은 건선 치료 효과도 줄어들 수 있다고 합니다. 음주는 면역체계 교란, 건선 치료 약물의 부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음주는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건선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증후군과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비만 환자는 건선 병변이 더 심하게 나타나고 먹는 약의 치료 효과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해 적절한 체중 및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건선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건선 치료에 효과가 증명된 특별한 음식은 없지만 적절한 열량의 균형 잡힌 식단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조성진 교수는 “다른 만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건선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꾸준함과 끈기가 필요하다”며 “적절한 치료와 함께 규칙적인 생활, 스트레스 관리, 금연, 운동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