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넥슨코리아와 다크앤다커 제작사인 아이언메이스의 가처분 신청을 25일 모두 기각했다. 수원지법 민사31부(김세윤 부장판사)는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 및 저작권 침해금지 등 가처분 사건을 기각하는 한편,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을 상대로 신청한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했다.

일각에서는 아이언메이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말도 나오지만, 공이 본안소송으로 넘어간 가운데 양사 모두 타격을 받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에서 진행 중인 본안소송은 지난 12일 첫 변론기일이 열린 상태다.

지스타 2023에서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를 전면에 걸었다. 사진=최진홍 기자
지스타 2023에서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를 전면에 걸었다. 사진=최진홍 기자

다크앤다커 사태는?
올해 초 국내 게임 제작사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의 미출시 프로젝트 P3를 무단 반출해 게임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는 혐의에 휘말렸다. 

P3는 2020년 7월 넥슨 신규개발본부에서 시작한 신규 프로젝트다. 이런 가운데 P3 프로젝트를 이끌던 A씨는 소스코드와 빌드 등을 포함한 수천개의 파일과 대부분의 개발정보를 외부서버에 무단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아 경찰수사를 받았고, A씨가 P3 프로젝트를 함께하던 동료들에게 외부 투자 유치건이 있으니 집단 퇴직 후 새롭게 게임사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 넥슨의 설명이다.  

넥슨은 일단 2021년 7월 관련 자체 조사에 착수, A씨를 징계해고했다. 그리고 같은해 8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형사 고소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A씨를 비롯한 P3 관련자들은 넥슨에서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P3를 폐기하고 P7을 새롭게 시작한 넥슨은 2022년 8월 아이언메이스가 P3와 유사한 다크앤다커의 알파 테스트를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아이언메이스의 대표는 A씨였고, 그와 함께 퇴사한 직원들 중 상당수가 아이언메이스에서 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넥슨은 분노했다. 즉시 공지를 통해 “P3에서 함께 게임을 개발하며 땀과 열정을 나눠왔지만 전 동료들의 비양심적인 행위로 인해 결국 해당 프로젝트는 빛을 보지 못하게 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사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시는 전 P3 팀원들이 느끼고 계실 마음의 상처와 분노는 가늠할 길이 없다”라며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전 P3팀원 분들과 모든 임직원 분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A씨뿐 아니라 프로젝트 정보 유출 및 활용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법인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끝까지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알려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전격적인 법적 조치에 들어갔다. 그 연장선에서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가 미국 스팀에서 전격 퇴출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만 아이언메이스는 반박했다. 아이언메이스는 "다크앤다커는 시작부터 아이언메이스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이고, 어떠한 부적절한 영업 비밀을 사용한 바가 없다"며 "시작 단계부터 모든 개발 로그가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고, 날짜 별 빌드 영상 또한 촘촘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의 주장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용 논란으로 당국의 수사를 받았으나 무리없이 소명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아이언메이스는 "멤버 한 명의 개인의 소송으로 인해 2022년 1월 20일 아이언메이스 사무실 및 소송 당사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차례 받은 바 있으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사에 완전히 협조하였다"면서 "1차 압수수색 당시, 이미 소스코드 및 아트 리소스, 기획서 등의 내용을 모두 수사 당국에 공개하였고 그중 제출을 요구받은 내용을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2차 압수수색은 2023년 3월 7일 진행되었고, 역시 우리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제공하고 공개했다. 압수수색은 아이언메이스 사무실 및 소송 당사자 및 대표이사를 포함하여 이전 P3 팀 근무자의 개인 태블릿,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압수수색 중 발견된 특이사항은 없으며 소스코드 및 아트 리소스, 기획서를 수사 당국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제공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깊어지는 가운데 크래프톤이 2023년 8월 아이언메이스와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일도 있었다. 다크앤다커 IP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를 독점으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다크 앤 다커의 이름만 사용했을 뿐이며 해당 게임은 블루홀스튜디오가 100%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관련 컨셉과 내용은 지난 지스타 2023에서 대대적으로 공개됐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올해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시작으로 신작 라인업의 출시가 본격화되며, 스케일업 더 크리에이티브 전략의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는 첫 해"라며 "이러한 과정이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전력 투구한다는 각오로 게임 제작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이언메이슨
사진=아이언메이슨

양사 모두 기각 "의심할 정황도 상당 부문 소명"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신경전이 달아오른 가운데 법원은 일단 양사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 그 결론은 본안소송에서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에 넥슨이나 아이언메이스 모두 웃지 못했다.

법원은 우선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본안판결에 앞서 가처분을 통해 시급하게 게임의 배포 등을 금지할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넥슨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경우 본안소송에서 다퉈보기도 전에 아이언메이슨은 상당 기간 게임 제공을 중단해야 한다. 그 연장선에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본 셈이다.

'논란의 P3'에 대해서도 일단은 A씨의 퇴사로 중단된 것이 확인됐으며, 그 결과물로 다크앤다커를 개발할 예정임을 소명할 자료도 없다고 봤다. 

아이언메이스는 이 지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아이언메이스는 디스코드에 공개한 안내문을 통해 "넥슨의 영업비밀을 사용하고 저작권을 침해하여 다크 앤 다커를 개발했다는 주장과 의혹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넥슨의 주장과 증거만으로는 다크 앤 다커의 서비스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본안소송에서 충분하고 철저한 증거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넥슨 주장의 부당성과 아이언메이스의 무고함에 관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강조했다.

다만 법원이 아이언메이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며 넥슨의 주장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의 성과 등을 사용했다고 의심할 정황도 상당 부문 소명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아이언메이스가 P3 담당자이던 A씨 주도로 설립됐고 다크앤다커와 P3의 유사점이 확인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한편, 다크앤다커 초기 개발 자료에서 게임의 방향성이나 전체적 설정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도 분명히 짚었다.

다크앤다커가 P3를 뿌리로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법원이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을 상대로 별도로 신청한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배경이다. 

비록 아이언메이스가 법원의 판단을 두고 "넥슨이 P3 게임 자체를 공식적인 증거로 제출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의견"이라며 "이는 가처분 절차에서 증거조사의 한계로 인한 것이고, 가처분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이 넥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본안소송에서의 충실한 증거조사와 심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 설명했으나, 아이언메이스가 마냥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넥슨이 아이언메이스에 제기한 서비스 중단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소명할 것이 남았기에 본안소송을 앞두고 시급하게 서비스 중단을 내릴 필요가 없다'며 기각하는 한편 아이언메이스가 넥슨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방해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P3와 다크앤다커의 유사점이 일부 확인되는 등 역시 소명할 것이 남았다'며 기각한 셈이다.

다크앤다커와 넥슨 P3의 유사성에 대한 '의심'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지만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상태에서, 일단 양사는 가처분 신청 정국서 가벼운 펀치를 서로 주고받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추후 논란의 진행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