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등 신기술의 확산으로 언론사의 전통적인 존재감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적 측면부터 중장기적으로 언론사의 존재이유까지 묻는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CES 2024의 구글 부스. 사진=연합뉴스
CES 2024의 구글 부스. 사진=연합뉴스

쿠키포칼립스(cookiepocalypse) 시대
구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온라인 맞춤광고에 들어가는 쿠키를 단계적으로 폐기한다고 밝혔다. 전체 크롬 사용자의 1%가 대상이며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쿠키 정보 수집 및 제공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쿠키는 웹브라우저 사용자가 검색을 하거나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생성되는 일종의 '온라인 발자국'이다. 사용자가 특정 사이트에서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찾아볼 때 이와 관련된 광고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가 바로 쿠키 때문이며, 주로 맞춤형 광고 마케팅에서 주로 활용되는 중이다.

문제는 쿠키 수집 및 제공이 개인정보호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구글과 메타 등 거대 플랫폼들은 소비자단체 등에 피소를 당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으며, 논란이 커지자 결국 구글이 2024년 전격적으로 쿠키 폐지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키 폐지는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큰 성과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터 플랫폼은 물론 언론사들에게도 재앙에 가깝다. 쿠키에 의존해 온라인 광고 대행을 하는 에이전시와 손을 잡고 홈페이지에 광고를 하는 언론사의 수익 구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영업능력이 없는 소규모 인터넷 기반 언론사는 해당 웹사이트들과 개별 계약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광고가 노출될 수 있는 네트워크광고(Network Advertising)를 제공했기에 그 여파는 상당할 전망이다. 쿠키 수집 및 서드파티(제3자) 제공이 막힐 경우 이에 의존한 매출이 극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 글로벌 상위 500개 퍼블리셔를 대상으로 삼아 제3자 쿠키를 없앨 경우 매체당 평균 광고 수익이 52% 정도 떨어졌으며 언론사의 경우 매출 하락률이 62%에 달했다는 통계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센터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이 불러올 변화> 토론회에서 신원수 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구글의 쿠키 폐지 방침으로 인해 "광고 매출이 10~20% 정도 줄어들 것"이라 말했으며 허윤철 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은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으로 온라인매체가 장기적으로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 for Publisers)라는 대안을 내놓기는 했다.

광고 사업자를 위한 Ads APIs와 퍼블리셔와 광고주 등을 위한 Privacy APIs로 구성된 프라이버시 네트워크는 쿠키가 없어도, 정확히는 개별적인 인식이 없어도 맞춤형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쿠키라는 명확한 온라인 발자국에 비할 바는 아니다. 구글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발표하기는 했으나 이는 미봉책이며,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네트워크광고에 의존하는 소규모 언론사의 관련 매출이 무려 1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진=뉴스테크 이니셔티브
사진=뉴스테크 이니셔티브

AI 기자의 등장...저작권 공방의 끝은?
쿠키 폐지로 중소형 언론사들의 타격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AI 기술의 발전으로 전체 언론사가 더욱 거대한 공포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생성형 AI 기술의 등장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언론사 기자들의 역할 변화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전체 산업을 뒤흔드는 가운데 이를 바탕으로 하는 AI 기자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글의 제네시스가 그 주인공이다. 구글은 AI 기자인 제네시스를 통해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시사 관련 세부 정보를 받아 뉴스 기사를 생성하는 장면을 시연하기도 했다.

아직은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보조에 머물렀으나, 생성형 AI를 바탕으로 기사 작성의 상당부분에 개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생성형 AI 기술이 콘텐츠 크리에이터 영역으로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가운데 기자들의 업무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글 및 오픈AI가 자사 생성형 AI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언론사 기사를 활용하는 장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이야 언론사 입장에서 큰 문제는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언론사 데이터가 AI의 연료가 되어 종속성이 생기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생성형 AI에게 언론사의 지위를 모조리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빅테크와 언론사들의 AI 학습 저작권 문제를 단순하게 읽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현재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는 기존 출판물을 학습에 활용한 챗GPT 챗봇과 관련해 3건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된 상태며, 오픈AI와 구글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도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조지 R.R. 마틴과 존 그리샴 등 베스트셀러 작가 17명이 오픈AI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었고 뉴욕타임스는 그해 12월 오픈AI를 전격 고소했다.

이러한 잡음은 빅테크들이 언론사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가져가 생성형 AI 학습을 시키는 것 자체에 주목한 사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정제된 언론사 데이터를 '학습'한 생성형 AI의 잠재력이 언론사의 특수한 콘텐츠 크리에이터 지위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행위기도 하다. 

각 언론사들의 특정한 방식에 따라 만들어진 언론사 콘텐츠는 일반 콘텐츠와 차별적 특이성이 있고, 이를 통해 언론사들은 다양한 사회적 현상에서 아젠다 세팅 권력을 휘두른 바 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이를 학습해 '통째로 삼켜버릴경우'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이번 논란이 단기적으로는 저작권 이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성형 AI와 언론사들의 밥그릇 싸움인 이유다.

뉴욕타임스 사옥. 사진=연합뉴스
뉴욕타임스 사옥. 사진=연합뉴스

공포에 질린 언론사의 길은?
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언론사들은 온라인 공간을 빠르게 채워갔다. 이 과정에서 양적 팽창에는 성공했으나 질적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오래전 한정된 지면에 익숙한 경험을 온라인에 그대로 투영할 뿐, 온라인 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기민한 특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민하고 유연한 온라인 언론사가 아닌, 기존 종이 매체의 방정식을 그저 온라인에서 동일하게 풀어가는 것에만 천착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글로벌 업계에서 버즈피드 등 뉴미디어 시도가 몇 차례 있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그 결과 언론사는 구글과 네이버 등 포털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경쟁력을 거세당한 콘텐츠 제공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무려 60.7%의 응답자가 포털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포털에서 뉴스를 이용할 때 뉴스 작성·제공 언론사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27.8%에 불과했다.

종이 매체 시대에 빠진 상태에서 온라인 시대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한방'이 없이, 그저 '인터넷으로 만드는 종합일간지'의 망령에만 천착해 답보상태에 빠진 언론사들은 어뷰징 및 가짜뉴스로 활로를 찾으려는 추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SNS 등의 발전으로 '모두가 글을 써 외부에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자 언론사는 물론 기자의 브랜드 가치도 처참하게 땅에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강화되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생성형 AI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사들은 또 한번 멸종 위기종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체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온라인 시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허우적대며 위기가 온 것도 모르다가, 이제는 그나마 한 줌 쥐고있던 언론사로서의 기본 정체성도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라도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명확한 답은 없지만 뉴욕타임스의 접근법에 주목해야 한다. 

유료 구독자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독자 데이터를 확보하는 장면이 중요하다. 기술의 위협에 대비해 자체적인 ICT 역량을 갖추고 철저한 독자 데이터를 확보해 언론사만의 특수한 콘텐츠 파워를 키우는 전략이다. '누가 온라인에서 우리 언론사를 방문하는지, 어떤 독자들이 우리 언론사를 찾는지'와 관련된 데이터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크롬의 서드파티 쿠키 지원중단이 불러올 변화> 토론회에서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언론사들은 독자들의 회원가입도 유도하지 못했다”며 “기술이 중요하다. 언론사가 새로운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우수한 콘텐츠'라는 전제는 일종의 상수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의 위협에 대비하려면 무엇보다 오프라인으로 뛰어들어 온라인의 영역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과 인간의 연결고리에 주목한 내밀한 오프라인 특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나아가 데이터 주도권과 우수한 콘텐츠를 통해 디지털 구독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특유의 디지털 전략으로 유료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구독경제 로드맵을 가동, 언론사의 미래 비전 창출에 커다란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언론사의 메시지는 더이상 힘을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종의 팬덤 전략이다.

취재하는 기자들. 사진=연합뉴스
취재하는 기자들. 사진=연합뉴스

기술적 측면에서도 점검해야 할 부분이 많다. 

사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사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크게 형해화되고 있으나, 이 역시 당장의 일은 아니다. 실제로 구글의 제네시스 시연 당시 대부분의 언론사 경영진들은 그 접근법에는 큰관심을 보였으나, 결과물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언젠가는 생성형 AI가 모든 산업을 강타하며 언론사 기자들의 역할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비해 상술한 '오프라인 중심 취재'에 방점을 찍으며 오히려 AI를 선제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아직 불완전한' AI 기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생성형 AI가 기사를 작성하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전제로, 아직은 그 결과물이 온전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사전이 지난해 11월 올해의 단어로 생성형 AI 시대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할루시네이션(환각)'을 선정할 정도다. 여기에 집중해 AI의 부족함을 인지한 후 우선적으로 '틀'을 잡는 작업이 필요하다. AP통신이 16일(현지시간) 뉴스 콘텐츠와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AI 제작 지침을 만든것처럼, AI의 창작물 자체에 대한 원론적인 지침이 존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지침을 통해 AI 기술을 취재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입하려는 작업이 필요하다. 

"종이 매체 시대에 빠진 상태에서 온라인 시대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한방'이 없이, 그저 '인터넷으로 만드는 종합일간지'의 망령에만 천착한 한국의 언론상황"에서 온라인 전략은 곧 기자들의 업무증가로 여겨진 바 있다. 매력적인 한방이 없이 오로지 온라인에서 무한으로 쏟아지는 정보만 처리하느라 기자들의 역량이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AI를 활용해 업무의 강도를 낮추고 기자 본연의 취재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무대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언론사는 물론 각 기자들의 진짜 실력이 선명히 드러날 수 밖에 없는 '탈 포털'의 시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CMS에 생성형 AI를 탑재해 보도자료 원판을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어주는 미디어스피어 블루닷(BLUEDOT)의 AI 오웰(Orweall)과 같은 시도들이 더 자주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AI에게 핵심 업무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조수처럼 활용하는 방식이며, 생성형 AI 기술을 제한적으로 쓰면서도 기자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구글의 제네시스도 비슷한 맥락이다.

마지막으로 AI 자체에 대한 광신적 믿음을 스스로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AI는 그 자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이지만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거나, 명징한 콘텐츠만 생성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저널리즘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것만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이고 느린 쪽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 지점에 또 다른 길이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