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연합뉴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연합뉴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이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한국을 찾는다. 인공지능(AI) 칩셋 품귀현상에 자체 칩셋을 개발하기로 나서면서, AI 칩셋 생산에 필요한 팹리스·파운드리·메모리 기업을 지닌 국내 반도체 업계가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오픈AI의 CEO인 샘 올트먼은 이번주 내로 19시간 동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샘 올트먼은 이번 방한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을 만날 것으로 점쳐진다. 

샘 올트먼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생성형 AI를 개발하기 위해선 AI 서버가 필요하고, AI 서버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AI 서버는 기존 서버보다 월등히 많은 데이터양을 병렬 방식으로 연산해야 하는데, 이때 GPU와 HBM이 병렬 연산과 빠른 데이터 처리에 특화돼 있다. 

문제는 현재 AI 서버에 사용되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100이 품귀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급격한 수요 증가로 인해 올해 H100의 출하량을 작년보다 최대 4배까지 늘릴 계획이나, 이미 올해 생산분은 예약이 끝난 상태로 전해진다. 

현재 메타(페이스북)·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데크와 어도비·세일즈포스·워크데이 등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 그리고 Perplexity AI·Hugging Face·VAST data 등 스타트업체까지 본격적으로 생성형 AI 서비스들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H100에 대한 수요는 공급을 크게 상회하는 상황이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현시점에서 GPU는 마약보다 구하기 훨씬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이토록 H100이 품귀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공급이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H100은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으로 만들어지는데, 현재 전세계에서 4나노 이하 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TSMC가 삼성전자보다 기술적으로 1~2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엔비디아가 H100을 TSMC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는데, 단 하나의 제조업체에서 H100을 공급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 AI 서버를 만드는데 필요한 HBM 또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씨티그룹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HBM 수요 대비 공급 비율은 올해와 내년에 –15%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독과점 공급하는데,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양사는 나란히 “HBM의 내년 물량이 모두 주문완료됐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개발에 필요한 최신 GPU와 HBM 모두 품귀현상을 보이면서 오픈AI가 직접 파운드리 및 메모리 업체와 협력해 자체 AI용 칩셋을 조달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은 TSMC에 비해 뒤쳐져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4나노 이하 공정을 할 수 있는 업체가 TSMC를 제외하곤 삼성전자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딥엑스·리벨리온 등 팹리스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픈AI하고의 협업 가능성이 높다. 

오픈AI 자체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칩셋은 GPU 등 시스템 반도체로, 반도체를 생산할 파운드리 업체뿐만 아니라 칩을 설계할 팹리스 기업도 있어야 하기에 삼성전자의 팹리스 생태계는 하나의 장점이다. 

또한 SK하이닉스의 경우 HBM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오픈AI가 먼저 손을 내밀 것으로 전망된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미중 분쟁으로 인해 공급망을 다변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도체 업계에 퍼지고 있는 것 또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좋은 소식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올트먼 CEO는 최근 중동 투자자 및 대만, 일본 기업들과 AI 칩 설계·제조를 아우르는 새 공급망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잠재적 투자자로 거론된 기업은 아랍에미리트(UAE)의 AI 기업인 G42,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일본 소프트뱅크 등이다.

특히 ‘오일머니’를 앞세운 G42와의 논의가 가장 진척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올트먼 CEO는 G42의 회장인 셰이크 타눈 빈 자이드 나하얀과 만나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타눈은 UAE 최고 권력자 중 1명으로, 현 대통령의 동생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을 맡고 있다. G42는 이미 오픈AI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