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라식 수술 장면. 사진=온누리스마일안과
스마일라식 수술 장면. 사진=온누리스마일안과

의료관광은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의료관광 시장 규모는 2020년 115억6000만달러(약 15조4300억원)였으며 연평균 21.1% 증가해, 2028년에는 535억1000만달러(약 71조4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원격진료, 원격의료 등을 통해 환자는 진료를 예약하고 의사와 상담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어 개발도상국으로의 의료관광 증가가 예상된다.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치료비용과 수준 높은 의료 기술도 장점으로 손꼽힌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국가는 인도와 태국이었지만 한국의 의료 경쟁력도 상당하다. 의료기술은 미국이나 독일 등 최상위권 국가와 비견될 정도로 높지만, 비용이 체감 가능할 정도로 낮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맹장수술을 미국에서 받으면 약 1만4000달러(1869만원)가 들지만 한국에서는 기저질환 등의 차이가 있지만 50만~90만원이면 가능하다. 의료비와 동반자 비용을 포함해 체류비를 예상하더라도 한국이 미국보다 가격경쟁력이 월등하다. 의료관광업계에서 K의료관광의 고성장을 확신하는 이유다. 

외국인 환자 감동시킨 K의료

“나도 한국으로 오련다!” 한 미국 할머니가 한국 의료를 체험하고 환히 웃으며 외친 말이다. 이 할머니는 구독자 226만명의 유튜버 올리버쌤의 어머니 로희 여사다. 지난해 10월 27일 ‘평생 미국이 최고인 줄 알았던 어머니를 한국 병원에 모시면 일어나는 일’이라는 영상 속에 로희 여사가 감동 받은 이유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해당 영상은 1월 24일 현재 조회수 312만회, 좋아요 10만개를 기록하고 있다.

로희 여사가 사는 미국 텍사스와 한국의 의료체계는 많은 것이 달랐다. 텍사스는 최소 2~3주 전에 예약을 해야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검사 결과가 석연치 않아 추가 검사를 받고 싶어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좌절될 수 있다.

한국은 달랐다. 사전 예약 없이 동네 병원에서 10분 이내에 진료가 가능했고,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자 의사가 추가로 엑스레이 촬영을 결정했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의료보험 적용 없이도 27달러(약 3만6000원)밖에 되지 않는 비용도 미국인인 로희 여사에게는 기쁜 충격이었다.

앞서 말한 내용은 외국인 환자가 한국 병원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준 높은 기술 대비 저렴한 의료비 ▲상대적으로 짧은 대기 시간 ▲최상급 의료 전문가들이 포진 ▲병세에 관한 친절한 설명 ▲다양한 의료 과목(내과, 안과, 치과, 피부과, 산부인과, 건강검진센터 등) 선택지 등이다. 로희 여사와 같이 내과 진료를 원하는 외국인 환자도 많다. 의료관광하면 우리가 의례 떠올리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외에도 글로벌에 통하는 진료과목이 있다는 뜻이다.

세계 정상급 의료기술…진료과목 확대 여지 넓어

실제 국내 외국인 환자 유치 순위도 내과통합이 1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조사한 ‘2019~2022년 진료과별 외국인환자 유치현황’을 보면 ▲2019년 내과통합(19.2%), 성형외과(15.3%), 피부과(14.4%) ▲2020년 내과통합(21.6%), 성형외과(12.3%), 피부과(11.4%) ▲2021년 내과통합(26.4%), 검진센터(10.1%), 성형외과(9.2%) ▲2022년 내과통합(22.3%), 성형외과(15.8%), 피부과(12.3%) 등의 순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1년 내과통합을 찾는 외국인 환자의 비중이 높았다. 전체 비중의 25%를 넘어섰을 정도다. 당시 의료관광을 받기 위해서는 2주간의 격리를 감안해야 했다. 반대로 말하면 2주간 격리를 하더라도 한국에서 내과통합 치료를 받는 것이 낫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진료과목이 넓어지면 자연히 유치 가능한 의료관광객수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글로벌 최정상급인 국내 의료 기술 영향도 적지 않다. 암치료‧간이식‧뇌혈관은 물론이고 라식과 임플란트 등은 외국 의사들이 배워갈 정도다. 기술 난도가 높은 스마일라식 활성화는 국내 의료진의 능력을 보여준 사례로 언급된다. 2002년 개발된 스마일라식은 각막 손상을 최소화하고 통증과 부작용을 낮춘 수술법이나 의료진의 숙련도가 중요해 확산이 더뎠다.

스마일라식은 2011년 한국에 도입되며 위상이 달라졌다. 한국 의료진의 노모그램(수술 설계법) 개발로 회복기간이 30일에서 1일로 줄어들고 고통이 경감되며 환자들이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는 글로벌 65개국에서 ‘탈안경’을 위해 널리 쓰이는 기술이 됐다.

한국관광공사도 의료관광 지원 확대를 준비 중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K-콘텐츠에 대한 선호도 증가 등으로 성형외과 이외에도 경증·심미형 부문 중심으로 의료 관광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관련한 주요 과목으로는 피부, 건강검진, 안과, 치과, 모발이식 등의 이미용 시술, 만성질환 관리, 한방 등”으로 내다봤다. 이어 “공사에서는 기존 인기 진료과목과 신규 진료과목을 접목한 시장별 주력 진료과목 콘텐츠를 개발해 맞춤형 마케팅을 추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K의료관광 퀀텀점프 위해 필요한 4가지

의료관광업계에서는 국내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4가지는 꼭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번째로 비대면 진료다. 업계에 따르면 의료관광이 발달한 해외 각국에서는 환자들이 비대면진료를 통해 의사와 먼저 만나고 확신이 서면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비대면진료로 외국인 환자가 한국 의료진을 신뢰하게 된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은 의약품수급불균형 등을 이유로 아직 비대면진료가 제도권 내로 들어오지 못한 상태다. 충분히 유치 가능한 외국인 환자들을 놓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두번째는 의료관광비자 발급 완화다. 현재 의료관광비자는 ▲90일 이하 단기비자인 의료관광비자(C-3-3) ▲1년 이내 치료요양비자(G-1-10) 두 종류로 분류된다. 단기비자는 유치기관 초청으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료 또는 요양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장기비자는 대부분 장기 치료와 재활 등이 필요한 중증 치료를 대상으로 한다. 외국인 환자의 간병 등을 위해 동반 입국이 필요한 배우자 등 동반 가족 및 간병인도 포함한다.

​국적에 따라 비자 발급 온도차가 크다. 선진국 국적 환자는 의료관광비자 발급이 원활하나 제 3세계 국적의 외국인 환자는 단기비자인 의료관광비자를 받기도 쉽지 않다. 비자발급을 관리하는 법무부가 의료관광객의 불법체류 비율(불체율) 증가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3세계 국가 사증(비자)발급거부 이유 또한 ‘진정성이 확인 안 됨’, ‘동반자 서류 미비’ 등으로 불명확하다. 유치업체에서 미비 사항을 보완해 재신청하기도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비자발급 등 출입국절차를 국내 의료관광 걸림돌로 지목한다.

사정이 이렇자 업계에서는 법무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주무부처가 아무리 의료관광비자 발급완화를 약속한다 해도 법무부 승인이 없으면 ‘피상적 선언’에 그친다는 호소다. 건강보험 운용 측면에서도 의료관광비자 발급은 이익이다. 한국은 90일 이상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의 체류지 등을 관리하기 위해 외국인등록을 장려한다. 이 경우 건강보험 가입 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건강보험금이 성실히 보험료를 내는 내국인 보다 외국인 환자에 쏠린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다. 의료관광비자로 입국하는 외국인 환자는 장기체류 하더라도 건강보험 대상에서 제외돼 건강보험 유출 우려가 없다.

이외에도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관광비자 진료과목 확대, 숙박시설 확충 등이 요구된다. 숙박시설 확충과 관련해서는 올해 변화가 감지된다. 의료관광을 담당하는 한국관광공사가 적극적인 정책 수립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한국관광공사는 엔데믹 이후 숙박 수급 불균형 및 요금 상승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올해 의료관광 산업 활성화 협의체 구성시 ‘유치사업자-숙박업계’간 부문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관광공사와 협업하는 보증된 유치사업자를 대상으로 변동성 적은 숙박 요금 제공 및 편의성을 고려한 예약 프로세스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내수 진작 의료관광…정부도 관심

정부도 고부가가치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5월 오는 2027년까지 외국인 환자 70만명 유치를 목표로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 전략’을 세웠다. 4대 부문별 추진 전략으로 ▲출입국 절차 개선 ▲지역‧진료과목 편중 완화 ▲유치산업 경쟁력 강화 ▲글로벌 인지도 제고 등의 방안도 마련했다.

국내 의료관광이 살아나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외국인 환자는 병을 치료하고 신체를 정상화하기까지 어느 정도 국내에 머물 필요가 있다. 환자는 병원에 머문다 하더라도 가족들이 머물 숙박시설이 필요하다. 치료 후 요양기간에는 관광과 쇼핑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주춤하며 위기를 겪고 있는 호텔‧면세업종 등은 의료관광이 확대되면 성장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국가는 K의료관광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한국이 K컬처 인기에 미국과 독일을 대신할 의료관광지 대안으로 제안되면서다. 원유가 생산되는 중동국가들은 주택이나 의료 등 복지 정책이 발달돼 있다. 이들은 국가 지원으로 미국이나 독일 등 진료비가 높은 국가의 ‘큰손’으로 인식돼 왔다. 자국에서 치료비와 체제비까지 상당부분 무상 지원해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과 독일 등에서 이슬람권에 대한 대우가 상대적으로 나빠진 것이 한국에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족중심 주의인 중동 국가의 특성도 기대요소다. 의료관광업계에서는 동반자 가족을 10명까지 데리고 온 중동 부호 이야기가 전해졌을 정도다.

의료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관광이 활성화 되면 내수 진작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병원, 에이전트는 물론이고 전문적인 통역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등 일자리 창출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류 기간이 길기 때문에 호텔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병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프라를 쓰기 때문에 편의점이나 일반식당 등을 방문해 다양한 분야에서 지출이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