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센터 정문. 사진=박상준
포스코센터 정문. 사진=박상준

포스코홀딩스 CEO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제 7차 후추위를 개최해 회장 후보 ‘숏리스트’로 총 12 명(내부5명, 외부7명)을 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지난 17일 결정한 롱리스트 총 18명에 대해 CEO후보추천자문단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추가로 심사한 결과다.

산업, 법조, 경영 등 분야별 외부 전문 인사 5인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자문단은 지난 1주일 간 후추위로부터 받은 ‘롱리스트’ 후보 전원의 자기소개서와 평판조회서 등을 토대로 심사 작업을 이어왔다.

후추위는 이들 12명에 대한 추가 심층 심사를 거쳐 이달 31일 개최될 예정인 다음 회의에서 후보자를 5명 내외로 압축하고, 그 명단(파이널리스트)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후 후추위는 이들 후보자들에 대해 집중적인 대면 심사를 통해 2월중 1인을 최종 회장 후보로 선정한 뒤,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주주 승인을 얻기 위해 주주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그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다. 최근 최정우 현 회장 포함 후추위 소속 사외이사 7인이 포스코 이사회의 ‘호화 해외여행 이사회’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호화 해외 이사회 의혹은 지난해 12월 7일 포항지역 시민단체 ‘포스코 본사·미래기술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회의(범대위)’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사내·외 이사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금지에관한법 위반, 배임수증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범대위는 최 회장과 임원진이 지난해 8월 6일부터 12일까지 캐나다 이사회 일정을 소화하며 총액 6억8000만원을 출장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해당 비용은 사규에 따라 포스코가 지불해야 하지만, 자회사인 포스칸과 포스코가 각각 3억1000만원, 3억2000만원씩 나눠 냈다는 혐의다.

최 회장과 이사회는 지난 2019년 중국 출장 당시 7일간 백두산 일대를 여행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여행 일정을 제외한 이사회의 중국 일정은 단 하루에 그쳤다고 알려졌다. 해당 비용 역시 자회사인 포스코차이나가 부담했다는 의혹도 존재한다. 이밖에도 일부 사외이사는 업무와 무관한 아르헨티나 살타주 공장 착공식에 회장단과 동행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러한 논란이 터졌다는 점을 짚으며 “누군가의 판 흔들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시기에 내부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은 뼈아프다. 극단적으론 후추위 구성부터 처음으로 돌아가 재편될 수 있다”며 “최근 실적 부진과 미국 IRA 등 포스코 경영진이 적극 대응해야 할 사안이 많은 상황에서 경영진의 부재는 뼈아플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31일 공개 예정인 파이널리스트 명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건은 파이널리스트까지 살아남은 내부 후보자 중 최정우 현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의 유무다. 지난 KT 대표이사 선출 양상과 유사하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3월 구현모 전 회장의 연임 실패 후 윤경림 전 사장을 후보로 올렸다. 하지만 윤 전 사장은 구현모 전 회장의 측근이란 지적과 함께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다 끝내 사퇴했다. 결국 KT 이사회는 사외이사 전원을 새롭게 구성한 뒤 외부인사인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신규 대표로 선임했다.

만일 이번 포스코 파이널리스트에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최 회장의 측근 인사가 포함돼 있다면 반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포스코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12월 28일에도 포스코 회장 선출 절차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나선 바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3년 6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WSD 'Global Steel Dynamics Forum'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3년 6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WSD 'Global Steel Dynamics Forum'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일련의 논란에 대해 후추위는 “위원 모두가 엄중한 상황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고,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겸허한 자세로 지적을 받아들인다”면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회장 선임 절차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최정우 현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포스코홀딩스 회장직을 수행하며 포스코그룹의 매출 증대와 사업 다각화에 일조했다. 그러나 지난 2022·2023년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론과, 3연임으로 포스코를 사유화 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이번 해외 이사회 의혹으로 인해 포스코와의 ‘아름다운 이별’은 사실상 요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