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연초부터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말 공개된 애플의 아이폰15가 순항하고 있으나 일부 리스크도 보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갤럭시 S24를 중심으로 AI 스마트폰 로드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등 변수가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화웨이가 맹위를 떨치며 건재함을 알리는 것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전체 시장 기준으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나 중고폰 비율도 높아지는 모순적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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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전략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2023년 양적 팽창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확장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전년 대비 6% 성장했으며 전체 시장 판매량의 4분의 1을, 매출액 기준으로는 약 60%가량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며 애플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다. 2023년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15% 성장한 가운데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매출액의 43%를 가져가며 3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애플은 2023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다만 2024년 전망은 엇갈린다. 아이폰15 효과에 이어 하반기 아이폰16으로 프리미엄 시장 중심의 강력한 존재감을 보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나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프 필드핵(Jeff Fieldhack) 리서치 디렉터는 “2023년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약 3%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애플의 중국 매출은 2.5% 감소했다"면서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장악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하락분이 애플의 하락분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2023년 4분기도 비슷하다.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약 6800만대를 기록하며 반등을 시작했으나 애플의 아이폰 15 시리즈 판매량은 출시 후 14주 기준 전작 대비 11%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그 유탄을 애플이 맞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애플이 비전프로 등 새로운 XR 플랫폼을 출시, 전선이 크게 넓어진 것도 아이폰 존재감이 낮아진 요소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다크호스 화웨이, 그리고 샤오미
애플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나 중국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는 핵심 원인은 화웨이의 비상에서 찾을 수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4분기 반등하기 시작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상승세를 홀로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8월 말 출시된 메이트(Mate) 60 시리즈의 높은 수요에 힘입어 전년 대비 약 70%의 상승을 보이는 괴력을 자랑했다. 자체 개발 5G 칩셋을 장착한 메이트 60 시리즈의 판매량은 출시 후 18주간의 실적 비교 시 전작 대비 약 2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강민수 연구원은 “2023년 4분기 중국 최대의 프로모션 기간인 광군제 기간 동안에도 중국 브랜드의 선전이 돋보였다"면서 "자체 개발 5G 칩셋을 장착한 화웨이의 신규모델인 메이트 60 Pro는 판매 순위 5위에 올라 화웨이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20223년 3분기 새로 출시되어 광군제 기간 동안 중국 내 샤오미 총 스마트폰 판매량 중 28.7%를 차지한 미(Mi) 14 및 미 14 Pro 모델, 아너100을 위시한 아너의 약진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약진의 큰 흐름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그 여세를 몰아 샤오미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몰아내고 1위를 차지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실제로 BCI에 따르면 샤오미는 2023년 12월 기준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348만대를 기록해 1위가 됐고 애플은 336만대로 2위가 됐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 S24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 S24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판 흔든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탈환했으나 2023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달리는 국가의 숫자는 전년 46개국에서 42개국으로 줄어들었다. 시장 장악력이 편차는 있으나 다소 느슨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불확실성의 안개로 가득해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를 통해 위기 정면돌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구글 등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로 드라이브를 건다. 폼팩터의 변화로 혁신을 끌어내는 것은 하반기 라인업인 갤럭시Z 폴드 시리즈에 맡기고, 갤럭시S 24는 AI 스마트폰의 패러다임 전환을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2024년은 생성형 AI (Generative AI) 스마트폰이 개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2023년 생성형 AI 스마트폰의 점유율은 약 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25년에는 그 두배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7년까지 그 점유율은 40%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갤럭시 S24는 이미 인도 시장에서 역대 최대 사전예약을 기록하는 등 다양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KB증권은 "2024년 1분기 갤럭시 S24 파매량은 전작 대비 66% 증가한 1200만대"라며 "온디바이스 AI 전략을 바탕으로 신규 스마트폰 구매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 말했다.

갤럭시 스튜디오. 사진=연합뉴스
갤럭시 스튜디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2024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혈투가 계속되는 가운데, 당분간은 전체 시장이 팽창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도 함께 넓어지는 2023년의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리스크가 커지고 있으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인 애플을 중심으로 판이 흔들릴 것이며,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과 함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AI 스마트폰 패러다임 자체도 대중화 시도를 벌일 전망이다.

다만 그만큼 변수도 많다. 먼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팽창에 대한 이견이다. AI 스마트폰까지 등장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높아질 것은 확실시되고 있으나, 글로벌 경제 악화로 중고폰 시장이 커지는 것은 의미심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중고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940만대를 기록해 처음으로 3억대를 돌파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중고폰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아이러니다.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과 맞물릴 경우 예상하지 못한 시장의 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 시장 한정으로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도 변수다. 아직 의견수렴 단계가 남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는 분명 영향력이 있다. 우선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 프리미엄 스마트폰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통법으로 인한 마케팅 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반대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