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중국 국가신문출판국(NPPA) 캡쳐.
사진=중국 국가신문출판국(NPPA) 캡쳐.

중국 국가신문출판국(NPPA) 웹사이트에서 규제 초안문이 지난 1월 23일 설명없이 삭제되면서 중국 게임규제가 완화된다는 분석과 함께 게임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국은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고강도 규제안 초안을 지난 1월 23일 돌연 삭제했다. 

규제안의 초안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게임을 서비스하는 퍼블리셔는 온라인 게임 하루 지출 한도를 설정해야 하며, 일일 로그인 보상과 최초 충전 보너스, 연속 충전 보상 등 이용자 지출을 유도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17조, 18조를 엄밀히 적용하면 중국에서 서비스될 수 있는 게임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조는 게임에서 강제 전투를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중국 최고 인기게임 왕자영요와 리그오브레전드도 강제PVP게임인 만큼 큰 중국 게임사에도 큰 타격이다. 18조는 투기 및 경매 형태로 재화의 고가거래를 제공하거나 유지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흔히 RPG 게임에서 일컫는 경매장은 사람들 간의 '거래소'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막으면 RPG 게임 서비스도 불가해진다. 

규제안 초안이 발표되자 게임사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홍콩 증시에서 텐센트, 넷이즈 등 주요 게임사 주가 시총은 22일 하루에만 800억 달러(약 104조 2400억원)가 증발했다고 알려졌다. 판호를 발급받아 중국 서비스를 준비하던 게임사들의 주가도 약 10~20% 가량 떨어졌다.

불안감이 확대되자 중국 정부는 게임 산업 규제를 담당하는 중앙선전부 출판국 국장을 해임하고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규제안의 큰 틀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중국 웹사이트 규제안이 돌연 삭제되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최근 중국 내에서 미성년자의 과도한 게임 결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실제 법안 적용까지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확실한 시장 중국, '한한령' 움직임?

이번 규제안 삭제 등을 볼 때 중국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연히 중국 게임 업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한국 게임 업계의 경우 민감한 상황이다.

특히 '한한령'(한류 금지령)의 공포를 떠올리며 더욱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2017년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차원에서 중국은 한국 게임의 중국 발매를 막았다. 중국은 매년 외산 게임 100~200여개 종에 판호를 발급했으나, 2017년 이후 3년간 한국 게임사에는 외자 판호를 단 한개도 발급하지 않았다.

해외에 대한 게임 규제는 계속돼 왔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닌텐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MS) 액스박스 등 비디오게임 콘솔을 금지한 바 있다. 이는 온라인과 스마트폰 게임까지 확대됐다. 

게임 산업 자체에 대한 규제도 확대했다. 2019년에는 미성년자 1주일 게임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했으며, 2021년에는 이를 강화해 18세 미만은 공휴일과 금, 토, 일 등 주중 4일, 저녁 8~9시 사이에만 온라인 게임을 허용하기도 했다.

외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콘텐츠 완성도를 높여 왔다. 중국이 개발한 '원신'과 '에이지오브오리진'은 전세계 수억명이 이용하는 등 글로벌 유저들 사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후 중국 정부가 한국에 출시 허가를 내주기 시작했다. 컴투스, 펄어비스 등 소수 게임사들이 판호를 받았고,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7종, 9종의 판호를 받아내며 사실상 한한령이 해제됐다고 분석됐다. 그러던 중 강력한 규제안 초안이 발표된 후 돌연 삭제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한한령과 큰 관계는 없다. 다만 중국 게임 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태에서 현지 당국이 여전히 높은 수준의 규제 강도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한 불안 요소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 포기할 수 없어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거대한 소비자층을 갖춘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 어렵다. 중국음성디지털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2023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시장 연간 매출액은 3029억 6400만 위안(약 55조 3242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2023년 게임산업동향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국내 게임을 대상으로 배타적인 정책을 펼쳤지만 중국은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게임 시장이라 국내 게임회사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여겨졌다"며 "이에 중국의 새로운 정책 방향은 국내 게임 산업에 활력을 주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되지만 급변하는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변화하는 소비자 선호,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시장이 됐다는 점이 변수"라고 분석한 바 있다.

사진=위메이드.
사진=위메이드.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잡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와 20년 간 이어오던 '미르의 전설2' IP 법적 분쟁이 해소국면에 접어들며 게임주 중 탄력을 받았다. 액토즈소프트로부터 계약금 1000억원을 수령한다고 공시한 후엔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중국 게임 시장에서 기회를 잡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 과도한 규제는 지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나, 지나치게 상황을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산업이 커져 과도한 규제 방향은 앞으로 지양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2024년 중국 당국 신년 경제 메시지는 '일단 성장에 집중하고 나중에 잘못된 것을 고친다'는 의미의 선립후파였다"며 "자국 최고 시총 기업 텐센트의 시가총액 중 60조원이 빠지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규제안 삭제에 대해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게임 업계는 중국 당국의 발표를 주시하는 중이다. 관계자는 법안이 홈페이지에서 내려갔다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어떻게 입장을 바꿀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