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 6층 ALT.1에서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폼페이 유물전-그대, 그곳에 있었다’ 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품은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의 소장품들로 채워져 있다. 프레스코 벽화부터 대리석 조각상, 섬세한 청동 조각, 각종 공예품, 사람의 모양을 떠낸 캐스트 등 고대 유물 127점이다. 몰입형 미디어 콘텐츠도 만날 수 있다.

폼페이는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만(灣) 연안에 있던 부유한 고대 항구도시였다. 사르누스강 하구에 위치한 비옥한 캄파니아 평야 덕분에 농업과 상업이 발달했다.

문화적으로는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가 공존했으며, 로마의 귀족들의 별장들이 들어선 휴양지이기도 했다. 도시의 규모가 상당히 컸으며 인구수는 계절적 변동의 폭을 감안해 2만 명에서 5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서기 79년 8월 24일 오후 1시 나폴리의 동쪽에 위치한 베수비오(Vesuvius) 화산이 폭발했다.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돌들이 인근 도시들에 쏟아졌다. 폼페이도 2~3m 두께로 뒤덮였다. 폭발 조짐을 미리 읽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대피했지만 2천여 명은 희생되었다.

1748년 처음 발굴되었을 때까지 폼페이는 화산재 속에서 완벽하게 보존되었다. 고대 문명이 이렇게 완벽하게 보존된 채 발견된 것은 폼페이가 유일하다.

폼페이 유물들은 그리스 로마 양식의 조각상과 프레스코 벽화, 시민들의 손길이 남아있는 장신구와 도자기 등 고대 로마 도시의 찬란한 문명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람 캐스트’다. 1800년대 폼페이 발굴 책임자였던 이탈리아 고고학자 주세페 피오렐리(Giuseppe Fiorelli)는 굳어버린 화산재 층에 생긴 큰 구멍에 관심을 가졌다. 여기에 석고를 부었더니 그 구멍이 사람의 실루엣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화산재와 용암이 내뿜는 뜨거운 열기에 시신은 점차 사라졌지만 시신의 형체대로 화산재도 굳어버림으로써 사람 모양의 빈 공간이 남게 된 것이다.

이렇게 떠낸 캐스트를 통해 인간의 뼈와 살, 마지막 순간의 공기마저 재현해, 화산 폭발의 순간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을 불가항력의 순간이 재현될 수 있었다. ‘사람 캐스트’는 몰입형 미디어 영상 앞에 놓여 폼페이의 마지막 순간으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고급 주택들에서 발견된 프레스코(fresco) 벽화도 볼거리다. 당시 주택들은 얇은 석회반죽을 바른 뒤 수분이 채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려 넣는 프레스코화로 벽을 장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선명의 색채의 프레스코 화를 만나 볼 수 있다. 

‘Garden fresco’. 사진제공= ⓒ 씨씨오씨
‘Garden fresco’. 사진제공= ⓒ 씨씨오씨

전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의 풍요로운 문화와 세련되고 화려했던 도시 생활들을 보여준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파피루스 별장과 파우누스 저택으로 폼페이와 폼페이 인근에 위치한 도시 헤르쿨라네움의 수준 높았던 생활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고전 시대 예술에서 항상 등장하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고대 미술에서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사랑의 신 아프로디테와 에로스가 묘사된 대리석 조각과 도자기 등의 유물을 통해 전달한다. 

전시전경. 사진제공= ⓒ씨씨오씨
전시전경. 사진제공= ⓒ씨씨오씨
전시전경. 사진제공= ⓒ씨씨오씨
전시전경. 사진제공= ⓒ씨씨오씨

세 번째 섹션에서는 고대 로마인들의 화려하고 풍족했던 삶의 모습을 풍요의 신 디오니소스의 다양한 모습으로 알아본다. 네 번째 섹션은 고대 미술에서 아름다움의 요소라 할 수 있는 조화와 대칭, 균형을 잘 보여주는 유물들로 구성됐으며, 다섯 번째 섹션에서는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발굴이 진행되고 변화하는 폼페이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5월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