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방산기업들의 해외시장 내 ‘입지 굳히기’가 한창이다. K-방산업계는 지난 2년 동안 우수한 기술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303억달러(39조5566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수출 대상국과 무기 종류도 대폭 다변화시키며 2년 연속 글로벌 방산 수출 상위 10위권 내로 진입하기도 했다.

이제 국내 방산업체들은 높아진 해외 시장에서의 위상을 바탕으로 더 높은 수익을 장기적,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MRO(유지·보수·정비)다. 보통 무기체계는 가격이 비싸고 한 번 도입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판매 후에도 지속적인 사후 관리 서비스를 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글로벌 MRO 사업은 전체 무기체계 시장에서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캐시카우’다.

항공 MRO 선두주자 KAI

폴란드 수출형 FA-50GF 1호기. 사진=KAI
폴란드 수출형 FA-50GF 1호기. 사진=KAI

국내 업체 중 MRO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 중 하나가 KAI(한국항공우주산업)다. 지난해 인천연구원이 발간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10년 후 세계 항공MRO 시장 규모는 약 16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KAI는 이같은 시장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18년 국내 최초 항공 MRO 전문서비스 법인 KAEMS를 출범시켰다. KAEMS는 국토부로부터 ‘정부지원 항공 MRO사업자’로 선정되며 국가 항공·항공방산 MRO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KAI는 지난 2022년 폴란드와 48대의 FA-50 경공격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이후 현지 업체들과 MRO 분야에서 긴밀히 협업 중이다. 지난해 12월 11일에는 폴란드 바르샤바 PGZ(폴란드 국영방산업체) 본사에서 항공기 후속지원분야 전문업체인 WZL-2 및 지원장비 전문업체인 WCBKT와 FA-50 후속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가졌다. 단순히 항공기를 납품하는 것을 넘어, 폴란드로 인도될 FA-50의 수명주기인 30~40년간의 안정적인 후속 지원 체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를 둔다. KAI는 폴란드 내 후속 지원 생태계를 구축해 유럽에서의 FA-50 판로를 넓혀 가겠다는 계획이다. FA-50은 현재까지 12대가 우선 납품됐다.

KAI는 MRO의 갈래 중 하나인 ILS(종합군수지원) 분야에서는 ‘메타버스’와 ‘MR(AR과 VR의 혼합, 융합현실)’ 등 각종 미래 기술을 접목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 ADEX 2023’에서는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의 유지관리를 위한 전자식기술교범(IETM)에 메타버스를 적용한 정비·고객지원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과거의 책자형 교범부터 현재의 전자식기술교범, 나아가 MR기술을 활용한 미래형 기술교범에 이르기까지 기술교범의 변천사를 소개했다. 해당 기술들이 상용화 된다면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가상현실에서 원격으로 정비 지원을 할 수 있어, 기존의 고객지원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개념의 고객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KAI측의 설명이다.

한화오션, “특수선 MRO를 잡아라”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 사진=한화오션

최근 잠수함을 중심으로 특수선 사업부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는 한화오션 역시 MRO에 본격 투자하기 시작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8일부터 이틀 동안 독일 방산업체인 가블러와 양사 간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잠수함 양강마스트 분야 MRO 사업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양강마스트는 잠수함 상부 구조물에 설치되는 장비로 잠망경, 레이더, 통신기 마스트 등이 있다. 가블러 한국지사를 통한 원활한 부품수급 및 향후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의 양강 마스트 MRO 사업에 대한 기술협조 등 양사간의 협력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직후 MRO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시장 상황에 따른 실적 변동이 큰 신조선 수주와 다르게,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는 MRO 사업을 강화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 특수선 MRO는 지속적인 성장이 예견됐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전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와 관련해 2023년 약 75조원 수준에서 2028년 83조원까지 연평균 2%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독일 티센크룹사도 209급, 214급 잠수함을 수출한 뒤 30년 이상 MRO 사업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영국 밥콕사도 잠수함 수출국가와 연계해 후속 서비스 지원 등을 주요 수익모델로 삼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한화오션은 글로벌 고객들에게 자사 MRO 서비스의 강점을 적극 홍보 중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세계 8번째로 잠수함을 독자 설계 개발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플랫폼 및 주요 장비의 80%를 국산화에 성공한 바 있을뿐더러, 대한민국 200여 부품회사와 함께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잠수함 유지보수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