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정'. 사진=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정'. 사진=한국아스트라제네카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와 ‘자디앙’이 2월부터 만성 심부전 환자에 투여할 때도 급여가 적용된다. 하지만 포시가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해 급여 적용이 무색하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약제 급여기준 개정안 예고에서 포시가와 자디앙 등 SGLT-2 억제제의 급여기준을 ‘만성 심부전 환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사항과 교과서, 가이드라인, 유관 학회 의견 등을 참조했다”고 전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포시가와 자디앙은 ‘좌심실 수축기능이 저하된 만성 심부전 환자(NYHA class Ⅱ∼Ⅳ) 가운데 좌심실 박출률(LVEF)이 40% 이하인 환자로서 표준 치료를 안정적인 용량으로 투여 중인 경우’일 때 급여가 인정된다. 이때 ‘표준 치료’라 함은 ACE 억제제 또는 Angiotensin Ⅱ 수용체 차단제 또는 sacubitril·valsartan을 베타차단제, aldosterone antagonist 등과 병용하는 것을 말한다.

포시가, 돌연 한국 시장 철수 결정한 배경은?

급여기준이 개정되며 포시가의 치료 영역은 당뇨병에서 만성 심부전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국내 만성 심부전 환자들은 포시가에 적용된 급여 혜택을 누리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가 국내 시장에서 포시가를 철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철수 이유는 ‘포트폴리오 정비’다. 그러나 포시가의 이례적인 국내 철수 결정에는 약가인하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추측이다.

지난해 4월 포시가 특허가 만료되자 60곳이 넘는 업체가 제네릭을 발매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정부의 약가인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약가인하 처분 집행정지를 받아낸 바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이후에는 약가가 인하될 수도 있다. 

현행 약가제도에 따라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이 출시되면 약가가 인하된다. 오리지널과 제네릭 모두 기존 오리지널 약가의 53.55%로 조정된다. 다만 오리지널은 1년 동안 한시적으로 기존 약가의 70%까지 약가를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한국의 약가인하를 받아들일 경우 다른 국가에서도 연쇄적으로 약가인하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이 철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 분석이다.

포시가 물량 공백 채울 수 있을까

포시가 한국 시장 철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 몫이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만성 심부전 환자들은 포시가를 이용한 치료가 어려워졌지만 이를 제네릭 약물로 대체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포시가 외에 동일 성분 제네릭 약물들은 만성 심부전 적응증이 없는 까닭이다. 포시가의 물질특허는 만료됐지만 만성 심부전 적응증, 즉 용도특허 만료는 2040년이다.

결국 SGLT-2 억제제 중 심부전, 신장병 적응증을 갖춘 약물은 현재로써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이 유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디앙이 포시가에 대한 수요를 일부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만 필요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보건당국은 처방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 수급 불안 의약품의 경우 약가 인상으로 대응할 수 있겠지만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의약품을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회사의 권한”이라며 “보건당국에서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식약처를 통해 상의 중”이라며 “동일제제, 동일성분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대안이 나올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