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카오가 정신아 대표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해 12월 13일 정신아 당시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차기 총괄 대표로 내정했으며, 주주총회를 거치면 3월부터 정식 임기가 시작된다.

최근 카카오가 전방위적으로 흔들리는 가운데, 정신아 대표 내정은  안정적이면서 파격적인 카드를 선택했다는 상반된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장 승률이 높은 인사'라는 분석이다.

정신아 대표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리더십을 이어받게 되어 더없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며 “사회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성장만을 위한 자율경영이 아닌 적극적인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미래 핵심사업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정신아 대표는?
정신아 대표는 보스턴 컨설팅그룹과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본부(eBay APAC HQ), 네이버를 거쳐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아 AI-로봇 등의 선행 기술, 모바일 플랫폼, 게임,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IT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며 IT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10여 년간 VC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쌓으며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성장, 유니콘까지 각 성장 단계에 대한 분석 및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으며 커머스 및 광고 등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3년 3월 카카오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해 카카오의 사업 및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온 바 있다. 나아가 지난 9월부터는 역할을 확대해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을 맡고 있으며,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서도 쇄신의 방향성 논의에 참여 중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공지를 통해 "10여 년간 카카오벤처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정 대표는 커머스, 핀테크, AI 등 기술 중심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다양한섹터의 경험을 축적해 왔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도 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또한 함께 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대표는 앞으로 내정자 신분으로 카카오 내 쇄신 TF장을 맡아 카카오의 실질적인 쇄신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 세부 과제들을 챙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카카오
사진=카카오

위기돌파 특명
카카오는 현재 위기에 직면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장 독과점 우려와 직면했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의 수사까지 받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경영 전반에 나선 김범수 창업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짜는 중이다. 기존 책임경영을 탈피하고 시스템에 입각한 새로운 카카오를 설계하고 있다.

CA협의체가 내부 혁신의 핵심이다. 1982년생 황태선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총괄대표로 선임된 상태에서 계열사 콘트롤 타워로 활동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김소영 전 대법관을 중심으로 하는 외부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자사 준법 시스템 현항 점검을 마치는 등 본격 활동에 시동을 건 상태다. 내부의 혁신을 CA협의체가 맡는다면 외부에서의 독립된 개혁은 준신위가 맡는 그림이다.

정신아 대표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정 대표는 CA협의체에서 김범수 창업자와 함께 공동 의장을 맡았으며, 어수선한 내외부 상황을 빠르게 정리해야 하는 특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일각의 예상을 깨고 단독 대표로 선임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기존 비즈니스의 판을 키우거나 조직 안정화 및 수익성을 고도화시키는 등의 전략적 선택에서는 투톱 체제를 선택했고, 판을 흔들거나 도전적인 모험을 걸 때는 젊은 경영인을 섭외해 전권을 맡기는 단독 대표 체제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다음과 합병 직후인 2014년 10월에는 이석우-최세훈 투톱 체제로 조직 안정화를 꾀했고 2015년 임지훈 단독 대표 시절에는 멜론 인수 등 굵직굵직한 승부수가 많이 나왔다. 2018년 3월 여민수-조용수 투톱 체제로 돌아선 후로는 마케팅과 수익성에 주목했고, 이후 계열사 경영진 주식 매각과 관련된 논란이 벌어지자 2022년 3월 남궁훈 대표를 단독 대표로 선임해 급한 불을 끈 후 3개월 후인 2022년 6월 홍은택 대표를 추가 선임해(공동이 아닌 각자) 다시 안정적인 경영 틀을 잡아갔다.

SK(주)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터진 후 남궁훈 대표가 물러나며 홍은택 단독 대표 체제로 돌아갔으나 이 시기는 뒤이어 터진 카카오 내외부의 논란으로 일종의 비상시국이었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의 최근 위기 상황을 돌아보면 투톱 체제를 택할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정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가 됐다. 지금이 그만큼 위험한 시기인데다, 현재의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모험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선택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범수 창업자가 은둔을 깨고 경영 전선에 나온 상태에서 굳이 투톱 체제를 택할 필요는 없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기타 관련된 모든 상황을 고려해도, 정 대표에게 카카오가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신아 대표가 오랫동안 여성 IT 경영인으로 활동했으며, 무엇보다 미래 성장 동력 창출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인사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미래 비전을 그리는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조직 내외부의 관리에 있어서도 큰 강점이 있다.

정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열린 비상경영회의에서 "카카오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쇄신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라 말했다. 나아가 "쇄신TF에서 시작해 카카오 크루들과 이야기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할 생각"이라며 "많이 도와주고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올해에는 수 많은 크루들과 직접 소통하며 혁신의 방안을 찾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5차 인공지능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 성장 동력도 창출
정신아 대표의 당면과제는 흔들리는 카카오를 바로잡는 것이다. 다만 이는 김범수 창업자가 전면에 나서며 어느정도 잦아드는 분위기다. 끝이 보인다는 뜻이다.

정 대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분위기다. 카카오엔터 경영진을 전격 교체한 가운데 추가 계열사 인사를 벌이며 자사 기초체력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도 타진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함께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제5차 AI 최고위 전략대화'에 참석해 AI에 있어 기업 간 협업과 생태계의 필요성도 강조했으며, 자사 멀티모달 언어모델인 허니비에 대한 소개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