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유럽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 외 다른 업체의 유사 결제 서비스도 허용한다. 최근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에서 외부결제를 전격 열어주기로 결정된 가운데 또 한번 애플의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제3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아이폰 등 애플 운영체제인 iOS 기기에서 허용한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연합의 빅테크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사실상 애플이 한발 물러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지금까지 자사 생태계의 결제 서비스는 애플페이만 지원했으며 그 외 경쟁사의 결제수단은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유럽연합은 이를 부당경쟁 소지로 봤고, 결국 애플이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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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미국 대법원은 16일(현지시간) 에픽게임즈가 애플에 제기한 두 건의 반독점 소송에 대해 양측이 각각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에픽게임즈는 2020년 8월 애플이 30%에 달하는 앱스토어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에 반발, 이를 우회해 결제할 수 있는 별도의 외부결제창을 열었다.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며 고객들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외부결제창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애플은 에픽게임즈의 행보가 앱스토어 정책 위반이라 지적, 포트나이트를 퇴출시키고 말았다.

에픽게임즈는 강하게 반발, 애플 앱스토어 규정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1심과 2심은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에 문제가 없다고 힘을 실었으나, 외부결제를 열지 않은 것은 경쟁 제한 요소가 있다고 봤다. 이어 대법원이 양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된 바 있다. 

애플이 기존의 정책에서 벗어나 외부결제를 열어주게 된 대사건이다. 강력한 시장 장악력으로 특유의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하며 폭군으로 군림했으나 세계를 강타한 빅테크 압박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실리콘밸리 기업의 자국 침투에 거부감을 가진 유럽연합의 강도높은 제재에 애플이 현지에서도 결제 시스템의 '외부허용'에 나서게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