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자동차를 수출한 나라가 됐다. 이런 가운데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확장 전략에도 드라이브가 걸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작년 중국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57.9% 증가한 491만대를 기록해 세계 1위가 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집계에 타국 데이터는 담기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일본이 430만대로 2위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양진수 현대자동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상무)는 지난 18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가 개최한 신년 세미나를 통해 "중국 자동차의 해외 수출은 2020년 기준 약  60만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려 317만대로 급증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의 탄탄대로를 두고 중국 조선업의 양적 팽창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 클락슨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누적 수주량이 4168만CGT(1723척)로 2022년의 5117만CGT(1975척) 대비 19% 감소한 가운데 중국은 2493만CGT(1,117척, 60%)를 수주해 1위를 지켰다. 전년 대비 약 4% 감소했으나 1위 한국(1008만CGT)이 무려 40%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양적 팽창에 성공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중국 자동차 시장 지원을 아끼지 않는 현지 정부의 정책과 비슷하다.

다만 중국 자동차 업계의 전망은 조선 업계보다 더 밝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중국 조선업 성과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일부 포기하고 양적 팽창을 거듭한 결과지만, 중국 자동차 업계는 미래 비전에 가까운 신에너지차를 중심으로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BYD의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BYD의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중국이 지난해 수출한 자동차 중 신에너지차의 비중은 크게 늘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 신에너지차는 120만3000대가 수출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77.6% 증가한 수치다. 사상 최초로 중국의 신에너지차 수출이 100만대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수주량 60%를 기록했으나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여겨지는 LNG 운반선 발주에서는 죽을 쒔다. 지난해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량은 모두 67척인 가운데 여기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51척을 수주했고 중국은 16척에 그쳤기 때문이다. 최소한 미래 비전 측면에서 중국 자동차 업계가 현지 조선업계의 양적 팽창보다는 더욱 '밝은' 셈이다.

이러한 성과 배경으로는 글로벌 신에너지차 시장이 팽창한 것이 꼽힌다. 실제로 중국 당국에 따르면 글로벌 신에너지차 생산은 958만7000대로 집계되어 전년 동기대비 35.8% 증가했으며 판매는 949만5000대를 기록, 37.9% 증가했다. 그 바람을 타고 중국의 신에너지차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내부에서의 성장동력 창출도 만만치않다. 소재, 이차전지,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로 이어지는 강력한 밸류체인이 만들어진 가운데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를 기록한 BYD를 중심으로 의미있는 성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BYD가 1월부터 유럽 및 중국에서 최대 15%의 가격 인하를 시도하며 판을 흔드는 가운데,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 전반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의 강력한 육성 정책에 이어 중국 회사들의 생산기지 다변화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BYD는 태국에서 올해 하반기 15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브라질과 헝가리에도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외부와의 적극적인 연대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7월 독일 폭스바겐이 중국 전기차업체 샤오펑 지분 4.99%를 7억달러에 인수한 가운데, 여기에는 샤오펑이 만든 전기차가 상품성을 증명할 경우 해외 판매도 가능하다는 협약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폭스바겐의 중국 전기차 시장 투자로 보이지만, 실상은 폭스바겐 브랜드를 활용한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진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 둥펑자동차가 지난해 8월 일본 닛산자동차에 동풍의 BEV 플랫폼 'S'를 제공하기로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심해지며 중국 전기차들이 대거 러시아에 진출하는 등, 미중 패권전쟁의 균열을 바탕으로 의외의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것도 눈길을 끈다. 기존 전기차 시장의 팽창이 다소 주춤한 상태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신시장이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에 갇혔고, 그 수혜를 중국 전기차 업계가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중국 전기차 업계의 글로벌 공략이 더욱 탄력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지난해 기준 중국 자동차 생산과 판매는 3016만1000대와 3009만4000대로, 전년 대비 각각 11.6%, 12% 증가해 15년 연속으로 세계 자동차 판매 및 생산 1위 자리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