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초년생 박모씨(28)는 최근 새해를 맞아 친구들과 운동 모임을 시작하며 모임통장을 만들었다. 운동 내역을 인증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내야 하는데, 돈을 모을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공금만 따로 관리할 계좌가 필요해 모임통장을 만들었다”며 “모임 구성원 모두가 입출금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투명하고 간편하게 공금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모씨의 모임통장 입출금 내역. 사진=독자 제공
토스뱅크 모임통장 입출금 내역. 사진=독자 제공

여러 명이 한 계좌를 함께 쓸 수 있는 ‘모임통장’이 인기다. 친구·연인·가족·동아리·동호회 등 각종 모임의 회비를 모으고 관리하기 편해서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모임통장이 흥행하자 시중은행도 속속 모임통장을 내놓고 있다.

모임통장 분야의 최강자는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2018년 금융권 최초로 모임 통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의 순 이용자 수는 975만명으로 거의 1000만명에 육박한다. 모임통장 잔액은 작년 3분기 말 6조2000억원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 카카오톡을 이용해 모임원을 쉽게 초대할 수 있고, 카카오뱅크 계좌가 없어도 잔액과 입출금 내역 확인이 가능하다.

모임주가 ‘회비규칙 설정’ 버튼을 눌러 회비 금액과 회비 내는 날짜를 설정하면 알림도 보내준다. 지난 16일에는 모임통장 내에서 모임원 간 의견과 사진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모임 게시판’ 기능을 추가했다.

금리는 연 0.1%로 낮은 편이지만, 카카오뱅크의 수시입출금식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에 연결하면 연 2.1%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2월 모임통장을 출시한 토스뱅크는 ‘공동 모임장’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구성원 모두가 공동 모임장이 될 수 있고, 각각 카드를 발급받아 출금과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 중 여러 장의 모임카드를 발행하는 곳은 토스뱅크뿐이다.

참여 인원 제한이 없고, 하루만 맡겨도 모인 회비에 연 2.3% 금리가 적용되는 것도 특징이다. ‘먹기‧놀기‧장보기’ 등 모임 활동이 많은 영역을 대상으로 캐시백도 제공한다. ▲회식(음식점‧주점에서 19시~24시까지 결제 시) ▲놀이(노래방‧볼링장‧당구장‧골프장‧골프연습장 업종) ▲장보기(이마트‧농협하나로마트) 등 영역마다 일 1회, 월 5회까지 월 최대 15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만원 이상 결제 시 건당 500원, 1만원 미만 결제 시에는 건당 100원의 캐시백 혜택이 적용된다.

케이뱅크가 작년 8월 선보인 모임통장은 저축하면 고금리를 주는 기능인 ‘모임비 플러스’가 핵심이다. 모임 구성원들과 별도 조건 없이 목표 금액을 모으기만 하면 연 최고 10%의 금리를 준다. 모임비 플러스에 모으는 돈은 기존 회비가 들어 있는 전체 모임통장과 분리해 별도로 관리할 수 있다.

은행권이 모임통장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는 싼값에 거액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임통장은 주로 수시입출금통장 형식으로 이자가 연 0.1%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연 2%대에 그친다. 연 3~4%대를 적용하는 일반 정기예금이나 적금, 파킹통장 상품에 비해 금리가 낮은 수준이다. 모임에 초대된 다수의 구성원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시작으로 기업대출 시장으로의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출처=각사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로고. 출처=각사

인터넷전문은행이 모임통장을 활발히 운영하는 가운데 시중은행도 고객과 예수금을 확보하기 위해 모임통장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5일 모바일 뱅킹 앱 ‘하나원큐’에 ‘모임통장 서비스’를 출시했다. 지난해 2월 관련 서비스를 중단한 지 약 1년 10개월 만이다. 새로운 통장을 발급하지 않아도 기존 통장에 모임 기능만 연결하면 이용할 수 있다. 모임장인 총무가 모임을 만들어 모임원을 초대하면 모임원 모두가 회비 내역을 공유할 수 있다.

하나은행 모임통장만의 차별점은 ‘총무 변경’ 기능이다. 총무가 모임원 중 한 명에게 총무 변경을 요청하면 모임원 동의를 거쳐 새로운 총무를 선정할 수 있다. 총무가 바뀌어도 기존 회비 거래 내역과 모임 계좌 번호는 그대로 유지된다.

KB국민은행도 작년 5월 모임통장을 운영할 수 있는 ‘KB국민 총무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나은행의 모임통장처럼 기존에 쓰던 통장에 모임 관리 기능을 연계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회비 납부자와 미납자를 확인하는 ‘정기회비 현황카드’와 미납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콕콕찌르기’ 기능을 제공한다. ‘월별 리포트’로 모임 회비 지출 및 입금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 12일 최고 2.01%의 금리를 제공하는 모임 전용 통장 ‘iM모임통장’을 출시했다. IM 뱅크 앱에서만 판매되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상품이다. 모임회비 자동이체 납부 신청 모임원 수와 예금 잔액에 따라 우대금리를 지급해 최고금리가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