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이코노믹리뷰와 만난 의료관광 컨설턴트 김경필 모라비안앤코 본부장. 사진=김연정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이코노믹리뷰와 만난 의료관광 컨설턴트 김경필 모라비안앤코 본부장.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K의료관광은 성형수술로 유명하다. 사실 성형수술‘만’ 유명하다. 그렇다고 한국 의료진 기술이 성형에만 특화된 것은 아니다. 안과, 치과 등 일반적인 진료과목은 물론 뇌졸중, 암, 난임 시술 등 고급 의료 기술도 세계 정상급 수준이다.

의료관광업계에서는 K의료관광이 성형으로 굳어진 이유를 비자 발급 문제에서 찾는다. 성형수술은 치료와 회복에 중증치료보다 비교적 필요한 기간이 짧다. 30일 이내로 한정된 관광비자로도 충분히 의료관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반면 제3세계 국가 국민이 한국 의료관광비자(단기비자: 90일 이하, 장기비자: 1년 이내)를 발급 받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에 비견될 정도다. 업계에서는 의료관광비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K의료관광은 고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의료관광산업 지형도가 완전히 변했기 때문이다. 

K의료관광의 최전방에서 일하던 에이전시들이 고사직전에 놓인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생존 문제’가 된 비자발급이 제한될 경우 의료관광 에이전시들은 업계를 떠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들이 의료관광업계에서 사라지면 K의료관광도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코노믹리뷰는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의료관광 컨설턴트 김경필 모라비안앤코 본부장을 만나 위기에 놓인 국내 의료관광의 실태와 그 해결책에 대해 알아봤다.

의료관광 컨설턴트로는 얼마나 일했나.

“컨설턴트로는 20여년 일했다.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다 의료관광 컨설팅을 맡게 된 것은 4년 정도다.”

의료관광 컨설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외국인 환자에 대한 이해다. 의료관광은 완전히 글로벌 고객 대상이다. 외국인 환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쉽다. 외국인 환자들이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의료진 기술력 ▲의료기기 ▲가격과 거리 ▲문화(언어, 음식, 비자 등)로 정리된다. 병을 잘 치료한다고 환자가 무조건 의료관광지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아파도 너무 멀면 가기 힘들고 언어 역시 익숙해야 한다. 이슬람 문화권 같은 경우는 음식 문화도 고려해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의료관광 컨설턴트를 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나.

“완전히 변했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의료관광 대표국가인 미국, 독일 등이 국경을 다 닫았다. 당시는 의료관광이 우선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자들은 어디든 가서 치료를 해야 하고 이때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튀르키예다. 튀르키예는 의료 기술은 높지 않지만 전략적으로 비자를 개방해 의료관광산업이 급성장 했다. 또 러시아 북동지역이 우리나라와 가까워 의료관광객이 많이 왔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비자 발급 등이 제한되며 길이 완전히 막혔다.”

비자를 풀면 우리나라 의료관광도 급성장 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맞다. 외국인들이 의료관광을 오기 위해서 대기표를 받고 줄을 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품을 줄 서서 사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나라 의료 수준은 세계 정상급으로 의료관광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인 독일이나 미국과 비견될 정도다. 외국인 환자들이 오고 싶지만 비자를 받을 수 없어 못 오는 거다.”

외국인 환자에 비자 발급을 완화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

“의료관광객은 선진국과 제3세계 국가에서 모두 온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을 선호하는 제3세계 국가 의료관광객은 비자발급이 원활하지 않다. 법무부가 불법 체류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우려해서다. 치료를 위해서는 3개월이나 1년 이상 체류를 해야 하는데, 환자가 아닌 가족들 중에 불법 체류하는 사례가 일부 있었다. 이 때문에 불법체류를 방지해야 하는 법무부가 비자 발급을 엄격히 관리한다.”

의료관광비자 발급을 받지 못해 국내에 오려다 해외로 가는 환자도 있나.

“대표적인 게 몽골 환자들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가깝고 빨리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적합하다. 몽골 환자에게 한국은 의료기술도 좋고 가까운 최선의 선택지다. 그러나 수술이 급한 중증 환자의 경우 한국 비자발급이 불가능하거나 지연되는 경우 한국을 포기하고 튀르키에나 중국으로 갈수 밖에 없다.”

의료관광비자를 받지 못하고 국내에 들어오는 의료관광객도 많은가.

“현재 현장에서 의료관광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는 진료과목은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 한정되어 있다. 많은 외국인 환자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관광비자로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충분한 기간동안 제공하기 위해 질환 확대가 필요하다. 글로벌 의료관광객이 선호하는 치과, 안과는 물론 건강검진까지 대상 질환이 확대된다면 코로나19로 무너진 의료관광업계가 회복할 수 있고 한국의 의료관광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관계부처가 비자 발급 완화를 위해 수차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

“맞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 중심, 보건복지부는 의료 중심, 법무부는 관리 중심으로 생각한다. 관계부처가 다수로 부처간 이해관계가 달라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최근 들어 협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다.

몇 가지 제도를 보완했지만 업계에서 원하는 수준의 20~30%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이후로 의료관광산업 지형도가 바뀌며 의료관광 에이전시로서는 비자문제가 불만 사항에서 ‘생존 사항’으로 바뀌었다.”

외국인 환자 비자 발급 기준이 완화된 부분은 무엇인가.

“법무부는 우수 유치기관을 지정하여 의료관광비자 발급시 전자 비자발급, 서류 간소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우수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무부가 일종의 모범 조직(병원과 유치업체)을 선정해 비자를 확대하여 의료관광객은 늘리면서 우수 유치기관이 자발적으로 불법체류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게 하려는 정책이다.

선정은 1년간 유효하며 유효기간 중 행정제재 등을 이유로 유치기관 지정이 해제될 수 있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우수업체들이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의료관광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불법체류비율을 관리하는 등 사업을 신중히 운영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 긍정적인 제도라 본다. 다만 선정이 보수적으로 진행돼 최전방에서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에이전시가 3개사밖에 선정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어떤 병원이든 의료관광은 매출의 일부일 뿐이라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다. 국내 의료관광산업 확대를 위해서는 소위 영업이나 유통을 담당하는 에이전시에 대한 지원이 보다 필요하다.”

병원 보다 의료관광 관련 에이전시에 좀더 지원이 필요한 구체적 이유는.

“병원 중심으로 유치기관이 지정돼도 단기적으로 문제는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다. 지금까지 국내 의료관광산업은 에이전시들이 새로운 나라에 가서 개척하고 병원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커왔다. 병원 중심으로 유치기관 지정이 운영되면 신규시장 개척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병원은 기존 고객 재방문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료관광산업 자체도 에이전시가 신규 유치를 하면 병원이 환자를 재유치 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최전방에 있는 에이전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면 국내 의료관광산업 자체가 또 다른 국가로 뻗어나가기 힘들다. 산업 자체의 확장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관광 에이전시들이 바라는 지원책은 무엇인가.

“지금 의료관광업계는 혼란기다. 기존 에이전시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재무상황이 극도로 악화됐다. 코로나19 당시 다른 관광산업의 매출이 줄었다면 의료관광산업은 매출이 그야말로 ‘0원’이었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경우가 다반사였고 대표의 개인 대출로 명맥을 유지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지원책을 낼 때 조건은 재무성적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업력이 긴 에이전시가 신생 업체보다 불리한 이유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달라는 입장이지만 소통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의료관광국으로 떠오른 나라가 튀르키예라고 들었다. 튀르키예와 우리나라의 의료관광 경쟁력을 비교한다면?

“사실 튀르키예는 한국의 경쟁국이 아니다. 의료진 기술력 차이가 현격하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이 가장 뛰어난 나라는 미국과 독일이고 한단계 아래가 일본, 한국,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이다. 튀르키예가 원하는 사람은 모두 갈 수 있을 정도로 의료관광산업이 급성장하고 의료기기 도입 격차도 줄어들고 있지만, 국내 의료관광비자가 쉽게 풀리면 문제될 일이 없다고 본다.”

K의료관광은 성형으로 유명하다. 앞으로는 성형만으로 경쟁력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고 들었다.

“성형수술을 잘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대중적으로 수요도 높기 때문이다. 중증 치료는 의료 기술력의 격차가 커 진입장벽이 높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가능한 영역에 머물러 있기 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분야를 특화 하는 것이 낫다.

튀르키예를 포함해 브라질, 태국, 말레이시아도 성형수술은 할 수 있지만 중증 질병 치료는 잘하지 못한다. 중증은 글로벌에서 미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이스라엘 그리고 한국 정도만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의료관광업계에서 특별히 키우고 싶어 하는 진료과목이 있다고 들었다.

“바로 난임 시술이다. 만혼이 늘어나는 것은 글로벌적인 현상이다. 난임 여성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데 중증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관광 비자를 받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차병원 등 난임 관련 기술력이 굉장히 높아 의료관광 매력도가 상당하다.

난임 시술은 한국에만 있는 산후조리원과 연계해 체류기간을 늘리고 한국의 의료와 웰니스 연계 산업을 확장시킬 수도 있는 좋은 상품이다. 난임 시술은 의료 관련 기술도 높아 의료관광이 확대될 경우 한국 의료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다양한 진료과목의 환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이라 보나.

“이미 의료 인프라는 너무 잘 구축 되어있다. 오고 싶은 사람이 올 수 없는 입국절차가 문제일 뿐이다. 의료관광업계에서 ‘안타깝다’고 말하는 이유다.”

현재 의료관광 밀집 지역은 서울이다. 산업 확장을 위해서는 지역을 넓혀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지역 의료관광이 육성되기 위해 필요한 부부은 무엇이라 보나.

“각 지방별로 특화된 진료과목을 늘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서울에 모든 관광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들도 의료관광 1순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의료관광이 성공하려면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헝가리 사례를 벤치마크하면 좋다. 헝가리는 의료기술이 높지 않지만 가성비를 무기로 모발, 치과 특화 진료로 서유럽 고객을 빨아들이고 있다. 실제 대구는 모발이식, 대전은 건강검진으로 의료관광 유치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역별로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국가를 파악해 타깃 국가에 맞는 적절한 진료과목을 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앞으로 한국 의료관광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보나.

“무너진 의료관광 생태계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외국인 환자는 50만명 수준으로 전성기를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2021년도에는 2019년의 24% 수준까지 떨어지고, 2022년에도 전성기의 절반을 회복하는데 그쳤다. 외국인 환자 유치에 의존하는 많은 의료관광 유치업체가 사업을 접거나 겨우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관광비자 제한을 완화해 한국에 오고 싶은 환자를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기간 동안 타 업종으로 떠난 전문 통역 코디네이터들을 재유치 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의료관광은 외국인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전문 용어 통역이 필수다. 이 부분이 재정립되지 못하면 의료관광 생태계 재건이 힘들다는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관광비자 대상 진료과목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난임 시술을 비롯해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중증, 치과, 안과 치료 등의 진료과목 확대도 요구된다. 특히 중증 치료 부분은 의료 기술력은 높으나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한국 중증의료의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