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2019년부터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애플리케이션(앱)을 써왔다. 위비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기 전인 2015년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모바일 뱅킹 서비스다. A씨는 “최대 90%까지 환율 우대가 되는 환전 서비스 때문에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공인인증서 없이도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어 위비뱅크를 주로 이용했다”며 “지난해 7월 말 위비뱅크가 서비스를 종료해 아쉽다”고 말했다.

 

국내 첫 모바일 전문은행인 우리은행의 ‘위비뱅크’가 지난해 7월 27일, 출범 8년 만에 서비스를 전면 종료했다. 이용 고객 수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위비뱅크는 우리은행이 지난 2015년 5월 모바일 플랫폼 사업 선점을 위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출시한 1세대 모바일 뱅킹 앱이다. 대표 서비스인 간편송금을 비롯해 QR코드 송금, 더치페이 등의 이체 기능을 지원했다. ‘온국민간편 해외송금’, ‘모바일 머니그램’ 등 외환 서비스도 제공했다.

위비뱅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다른 은행도 앞다퉈 모바일 뱅크를 설립했다. 2015년 신한은행이 ‘써니뱅크’를 내놓은 이후 하나은행은 2016년 2월 ‘1Q뱅크’를, KB국민은행은 6월 ‘리브(Liiv)’를 출시했다. NH농협은행은 ‘NH올원뱅크’, IBK기업은행은 ‘아이원(i-ONE)뱅크’ 등을 만들었다.

2017년 카카오·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크는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편의성과 혁신성 측면에서 인터넷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은행권이 인터넷은행에 대항해 하나의 앱에 그룹의 핵심 금융 서비스를 담은 ‘슈퍼원앱’ 개발 쪽으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오전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시중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ATM). 출처=연합뉴스

‘토스’가 쏘아 올린 금융권 ‘슈퍼앱’ 전략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국내 대형 금융사는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여러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슈퍼앱’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전까지는 은행, 증권, 보험 등의 업무를 보기 위해 많게는 20개 가까이 되는 금융사 앱을 별도로 설치해야 했다.

은행권이 슈퍼앱 전략을 펼치는 이유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및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금융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토스는 금융 플랫폼 중 슈퍼앱 전략을 이용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간편송금 서비스로 출발한 토스는 송금, 증권, 보험, 은행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한다. 지난 2015년 간편 송금으로 시작해 2017년 펀드 소액 투자, 2018년 보험 비교, 2021년에는 증권 거래와 은행 기능까지 더하며 금융권 대표 슈퍼앱으로 자리 잡았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토스의 월간 활성화이용자 수(MAU)는 1517만명이다. 주요 금융권 앱 가운데 MAU가 가장 많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의 MAU는 1244만명으로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1200만명을 돌파했다. 신한은행의 ‘신한 쏠’이 947만명, 하나은행의 ‘하나원큐’가 593만명, NH농협은행의 ‘NH올원뱅크’가 355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5대 금융지주 ‘슈퍼앱’ 전략. 출처=각 사
5대 금융지주 ‘슈퍼앱’ 전략. 출처=각 사

전 금융 서비스 하나로…‘원앱’이 대세

은행, 증권, 보험을 한 앱에 담은 토스의 원 플랫폼 전략이 대중에게 먹히자 은행권도 고객을 잡기 위해 슈퍼앱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2021년 10월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KB증권·KB국민카드·KB손해보험·KB캐피탈·KB생명보험·KB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의 70여개 서비스를 통합해 슈퍼앱을 구축했다. KB스타뱅킹에서는 KB증권의 ‘Easy 주식 매매’ 서비스, KB국민카드의 ‘KB Pay 간편결제’, KB손해보험의 ‘보험금 청구’, KB캐피탈의 ‘내 차 시세 조회’ 등 KB금융 6개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18일 기존의 ‘신한 쏠(SOL)’과 별도로 ‘신한 슈퍼 쏠’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카드·증권·라이프·저축은행 등 5개 계열사 앱의 핵심 기능을 한곳에 모았다. 하나의 앱에서 ▲은행 이체 ▲카드 결제 ▲주식 투자 ▲보험 가입 등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된 슈퍼 쏠은 출시 보름여 만에 207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하나금융그룹은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슈퍼앱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나금융은 증권·카드·캐피탈·보험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 서비스를 통합·제공하는 하나은행 ‘하나원큐’를 슈퍼앱으로 내세운다. 지난 2000년 8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한 번 로그인해 다양한 계열사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앱을 개편해 슈퍼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11일 ‘IT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은행 앱인 ‘우리원(WON)뱅킹’을 전면 탈바꿈해 오는 11월 말 ‘뉴원(New WON)’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 캐피탈, 종합금융, 저축은행 등을 모두 하나로 연결하는 뉴원을 통해 금융권 슈퍼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다.

NH농협금융그룹도 자체 모바일 뱅킹 앱인 ‘NH올원뱅크’를 슈퍼앱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재 농협은행은 오는 3월까지 올원뱅크에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를 갖추고 6월까지 올원뱅크 내 판매 상품을 확대하는 단계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NH올원뱅크 하나의 앱을 통해 은행의 모든 뱅킹 서비스는 물론, 금융업을 넘어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잘 만든 ‘슈퍼앱’ 하나, 열 개 앱 안 부럽다

금융사들이 슈퍼앱 구축에 골몰하고 있는 건 기존 금융의 틀을 깬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종합금융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고금리 시대를  맞아 이자 이익을 기반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은행권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둔화 국면을 맞은 상태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경쟁 강도는 전례 없이 치열해지고 있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 블러(big blur)’ 시대 속 강력한 ‘플랫폼’ 경쟁력을 무기로 침투 중인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선 원앱 전략과 함께 서비스 다양화‧고도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슈퍼앱이 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이 추정한 금융 플랫폼의 잠재적인 시장 규모는 19조원에 달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사가 운영하는 금융 플랫폼이 70%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경우 13조3000억 원 규모의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20%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플랫폼의 경우 매출은 2조7000억 원으로 추산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슈퍼앱을 통해 금융과 함께 비금융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풀어 슈퍼앱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2년 은행의 통합 앱 운영을 부수 업무로 허용하고 보험·카드·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하나의 통합 앱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계열사의 비금융 서비스 연결·제공도 허용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상의 판단기준도 명확히 해 통합앱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도 제거했다.

KB금융의 KB스타뱅킹은 앱 내 생활·제휴 코너를 통해 운세부터 KB매일걷기, 캠핑 예약, 실손의료보험 청구, 반려동물 관리, 요기요 주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금융은 신한 슈퍼 쏠에 배달 서비스 ‘땡겨요’, 자동차 금융 앱 ‘신한마이카’, 온라인 쇼핑 앱 ‘신한카드 올댓’ 등의 비금융 서비스를 담아 생활과 금융을 접목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원큐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금융 서비스를 넓히는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원큐 앱에서는 비금융 서비스로 ▲모바일 신분증, 공공증명서 발급 및 국민비서 알림서비스를 제공하는 ‘원큐지갑’ ▲라이브 방송 플랫폼 ‘LIVE하나’ ▲국가대표 A매치 축구 입장권 등 스포츠 티켓 예매 ▲하나플레이리스트 콘서트 티켓 응모 등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고객을 유인할 비금융를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헬스케어 등 다양한 업종과의 전략적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민비서, 전자문서 등 정부의 디지털서비스 적용뿐 아니라 택배, 실손보험 청구, WON하는 LCK, 매일 접속해 보상받는 WON PLAY, 사회초년생을 위한 우리직장인셀럽 서비스 등으로 고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NH올원뱅크를 전면 개편했다. 부동산·자동차·경제 뉴스 등 다양한 생활 콘텐츠를 제공해 비금융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 편의성을 개선했다. 올원뱅크에서는 농·축산물 구매와 전국 꽃 배달, 방문 택배 등 생활 밀착형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