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옮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옮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석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우리나라 거주자의 엔화 예금 잔액이 지난달 4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작년 11월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진 원‧엔 환율이 12월 급등해 910원대까지 오르면서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2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엔화 예금은 97억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폭으로 증가해 99억2000만달러를 기록한 전달보다 2억2000만달러 줄었다. 엔화 예금 잔액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작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엔화 예금은 한 달 새 13억1000만달러 늘었다. 2012년 6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증가다. 엔화 예금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원‧엔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엔화 투자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엔 환율은 작년 11월 16일 100엔당 856.80원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1월 10일 855.47원 이후 후 15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엔화가 저점을 찍은 후 12월 들어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과 맞물려 반등하면서 엔화 예금 증가세가 꺾였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15일 100엔당 913.30원으로 한 달 만에 6.6% 올랐다. 지난달 22일엔 915.83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일본은행(BOJ)은 작년 12월 18~19일 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 동결하는 등 장단기 금리를 종전대로 유지했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도 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정책 종료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엔화 절상에 따른 차익 실현 등으로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중심으로 지난달 엔화 예금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2월 통화별 거주자외화예금 잔액 추이. 출처=한국은행
2023년 12월 통화별 거주자외화예금 잔액 추이. 출처=한국은행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1038억8000만달러다. 한 달 전보다 21억2000만달러 늘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증가 폭은 74억6000만달러였던 전달보다 줄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기업을 등의 국내 외화자금을 말한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던 8월과 9월에는 달러를 소진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거주자의 외화 예금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10월 들어 기업의 수출대금을 중심으로 예치금이 늘면서 증가 전환했고, 이런 흐름이 12월까지 이어졌다.

달러화 예금이 전월 말 대비 19억6000만달러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유로화 예금도 2억9000만달러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달러화 예금은 수출 증가와 개인의 해외 증권 순매도로, 유로화 예금은 외국계 기업의 국내 판매 대금 수취로 각각 증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