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혁 작가가 '이코노믹리뷰'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박순혁 작가가 '이코노믹리뷰'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여의도의 반칙과 특권을 몰아내자고 외치면 사기꾼이 된다”

증권가 안팎에서 일명 ‘밧데리 아저씨’로 알려진 박순혁 작가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씁쓸한 표정과 함께 건넨 첫마디다. 지난해부터 그는 국내 증시에서 ‘골칫덩어리’인 불법 공매도 척결 방안을 두고 개인 투자자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현행 공매도 제도에 따르면 기관과 외국인은 주로 다른 기관에서 주식을 빌리는 대차 거래로, 개인은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리는 대주 거래로 공매도를 진행한다.

그간 개인 투자자들은 대차 거래를 쓰는 대다수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내는 불법 공매도를 일삼아 고의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킨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지난해 금감원이 적발한 홍콩 투자은행(IB) BNP파리바와 HBSC의 560억 규모 불법공매도 주문과, 이달 14일 공개된 글로벌 IB 2개사의 540억원 상당 무차입 공매도 사례까지 드러나면서 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은 날로 쌓여가는 실정이다. 

“공매도 전산화, 플랫폼 구축 하나면 끝···어렵지 않다”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박순혁 작가가 주장하는 불법 공매도 예방안은 대차 거래 플랫폼 구축을 통한 ‘공매도 전산화’다. 핀테크 기업 트루테크놀로지스에서 출품한 대차 거래 계약 전산화 서비스인 ‘트루웹’을 모든 증권사에 가입시키자는 것이다. 

다만 박 작가의 의견이 업계로부터 받아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미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거래소 등 유관기관들은 대차거래 플랫폼 안에 대해 “유동성이 좋은 대형주만을 커버할 수 있고, 모든 종목을  다루지 못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박 작가는 “애초에 모든 종목의 대차거래를 전산화 할 필요가 없다”며 “유관기관들의 주장대로 일정 종목에 한해서만 전산화가 가능하다면, 가능한 종목에 대해서만 일부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불법 공매도로 문제가 되고 있는 종목들 자체가 에코프로, HLB, 카카오, 네이버, 셀트리온처럼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들”이라며 “거래소 기준으로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 전산화를 적용해도 된다. 굳이 유동성이 낮고 이해관계자가 적은 종목들까지 모두 다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산화 시스템 없이 불법 공매도를 적발해내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며 “지난해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BNP파리바와 HBSC의 경우도 금감원에서 어렵게 엑셀 파일을 찾아가면서 기적적으로 찾았다고 하는데, 이를 더 쉽게 적발하기 위해서라도 통합된 대차 플랫폼을 써야 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박 작가는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 시장에서도 일원화된 대차 거래 플랫폼이 통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에퀴랜드(Equilend)라는 민간 회사를 통해 공매도 전산화를 이뤄내고 있다. 대차 내용이 미리 다 전산으로 관리된 상태에서 주문을 내니 빌린 상태에서 공매도를 했는 지 여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같은 서비스는 유럽에서도, 일본에서도 이미 다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공매도 전산화 비용, 증권사가 전액 부담”

박 작가는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에 대한 유관기관의 우려 사항에 대해서도 오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에 지나치게 과한 비용이 든다는 금융위의 지적에 대해 그는 “트루웹 구축 비용은 증권사가 다 부담하는 것”이라며 “앞서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전산화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고 얘기한 바 있는데, 전산화 시스템에 마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전산화 시스템 구축 비용을 대주는 주체가 아니”라며 “ HTS와 MTS처럼 대차 플랫폼도 증권사가 각자의 비용으로 구축하고, 기관들이 공매도 주문을 낼 때 받는 수수료를 통해 채우면 된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전산시스템 의무화 등 규제 강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공매도를 치는 사모펀드들, 즉 우리가 흔히 외국인 투자자들이라 얘기하는 곳들은 뉴욕이나 런던에 있지 않다. 뉴욕과 런던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수만 하지, 공매도를 하지 않는다”며 “홍콩과 싱가포르에 있는 사모펀드들이 주로 공매도를 하는데 사실 그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들 중 반은 여의도에서 넘어간 한국인들이고, 반은 해외 교포 출신들이다. 순수 외국인은 아무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에서는 공매도 규제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을 굉장히 걱정해 주는 척 하지만, 사실은 한국 시장을 교란하는 헷지펀드들을 걱정하고 있는 거다. 이들이 우리 자본시장에서 나가준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며 “실제로 지난해 11월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에도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다”고 부연했다. 

“불법 공매도 카르텔 앞잡이 역할 자처하는 금감원”

박순혁 작가가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박 작가는 불법 공매도를 다루는 금융감독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최근에 금감원으로부터 적발된 BNP파리바와 HBSC는 증권 쪽에서 ‘피래미’에 불과하다. 공매도를 많이 치는 대표적 기관이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메릴린치, JP모건, 크레디트 스위스 홍콩 법인들”이라며 “특히 골드만삭스의 경우 3년째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공매도를 유지하고 있고 불법 사례가 나오더라도 이 쪽에서 나오는게 당연한데, 금감원은 조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잡고 싶은 기관만 잡고, 봐주고 싶은 곳은 봐주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금감원의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지난해 이복현 금감원장이 불법 공매도를 한 해외 IB사 관계자들을 한국에 들어오게 만들어서라도 엄중히 처벌한다 했는데, 전혀 안하고 있다”며 “과징금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범죄 예방의 효과가 없다. 어차피 불법 공매도를 치는 기관 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통해 수천억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벌금 200억을 때려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기관과 한통 속인 금감원에서 남부지검으로 이첩을 안 하니 남부지검에서도 그냥 과징금만 물리고 마는거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의 공매도에 불법 사례가 없다며 예외적 허용을 이어가기로 한 금감원의 결정에 대해서도 그는 “공매도를 금지시켰으면 공매도 잔량이 줄어야 하는데, LP들 때문에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량이 오히려 더 늘었다”며 “LP의 공매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들이 기관들에게 유리하도록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LP와 자산운용사 관계자들간의 이해관계 상, 당연히 가격 설정에 있어 이들에게 유리하게 진행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가 공매도 금지 이후 LP들로 인해 공매도 거래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루머를 퍼뜨린 채널을 엄정 단속하겠다라고 얘기했는데, 나를 저격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공매도 잔량이 늘어났다고 얘기했지, 공매도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내가 주장하지 않은 내용을 마치 루머를 퍼트린 것처럼 얘기하신 것에 대해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의도에 만연한 반칙 행위들, 주범은 사모펀드”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사진=김연정 이코노믹리뷰 객원기자

박순혁 작가는 공매도 제도를 포함한 국내 자본시장의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사모펀드를 지목했다. 

그는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기울어진 정도가 제일 심각하고 악질적인데, 원인의 본질은 사모펀드다”라며 “사모펀드가 시장을 왜곡시키고, 부자들이 금융시장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왜곡된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슈퍼 리치들만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데, 그 뒷배를 금감원이나 거래소, 그리고 금융투자협회에서 봐주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여의도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현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를 주문하는 등, 강하게 내비치고 있는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선 의지가 그저 ‘총선용 표심 정책’에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박 작가는 “지난 2021년에도 대차 플랫폼 구축 의무화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의무화할 것인지 자율에 맡길 것인 지를 논의하다가 기관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로비를 해 자율성을 부여하는 형태로 최종 결론이 나버렸다”며 “총선 이후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각종 논의가 흐지부지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