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CJ그룹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CJ그룹

유통가 총수들이 새해 벽두부터 적극적인 현장경영에 나섰다. 엄혹한 유통 환경 속에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격언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유통업계는 불경기와 인구축소 등의 영향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새해 총수들의 현장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에 이어, 신세계그룹도 정용진 부회장이 곧 정식 개장하는 ‘스타필드 수원’을 찾아 현장 경영에 나섰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성과 낸 계열사 돌며 격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현장경영은 5년만이다. 이 회장은 2019년 CJ제일제당 연구소인 CJ블로썸파크를 찾은 이후 현장경영이 잠잠했다. 당시 CJ그룹 메인 계열사이자 식품 사업을 영위하는 CJ제일제당을 방문했다.

최근 이 회장의 행보는 CJ그룹의 바뀐 지형도를 짐작케 한다. 이 회장은 가장 먼저 지난 10일 CJ올리브영을 방문했다.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뷰티 유통의 명실상부한 1위를 차지해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도 입소문이 전해져 CJ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이 회장은 CJ올리브영을 찾아 경영진과 일선 사업부서를 돌며 격려하고 올해 사업 계획을 확인했다. 이날 이 회장은 “실적에 안주하면 반드시 위기가 온다”며 글로벌 사업자로의 도약 의지를 다졌다.

지난 12일에는 CJ대한통운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날 이 회장은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를 비롯해 경영진 10여명, 김홍기 CJ주식회사(지주)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요 부서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도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물류 톱10 도약이라는 비전을 이루자”고 격려했다.

이번 현장경영은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업 중심이었다. CJ그룹 신년사에서 손경식 회장도 “단순한 1등이 아니라 경쟁자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역량을 갖춘 압도적 1등, 나아가서는 글로벌 1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CJ그룹 관계자도 “이번 현장경영은 유의미한 성과를 창출한 계열사에 대한 격려 의미”라며 “이와 함께 올해 지속적으로 성과 창출 의지를 제고하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5일 ‘스타필드 수원’ 현장경영에 나섰다. 사진=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5일 ‘스타필드 수원’ 현장경영에 나섰다. 사진=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고객의 신호 면밀히 분석”

지난 15일 ‘스타필드 수원’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전면에 섰다. 스타필드 수원은 ‘스타필드 2.0’ 즉 신세계그룹의 차세대 유통역량이 집결된 장소로 눈에 띈다. MZ세대 중심의 다양한 테넌트(입주 업체)와 별마당 도서관, 프리미엄 휘트니스 클럽 ‘콩고드’ 등을 아우른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수원을 통해 트렌디한 콘텐츠와 감도 높은 서비스, 자기 계발을 위한 문화 시설과 스포츠 시설까지 폭넓게 제시해 고객 만족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수원은 떠오르는 지역으로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남다르다. 판교‧수원‧평택을 둘러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2047년까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수원을 중심으로 서울 못지않은 메가시티가 형성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실제 신세계는 스타필드 수원으로 120만 수원시민에 더해 인근지역까지 포함한 약 500만명을 포섭하겠다는 목표다.

신세계는 이 지역에 기존 유통업체가 타깃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수원 지역은 대규모 산업시설과 대학교가 밀집해 있다. 3040 밀레니엄 육아 가정과 1020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가 상대적으로 다수 분포한 지역이다. 기존의 쇼핑시설들은 이들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반면 신세계는 정확한 타깃 분석을 통해 오픈하는 스타필드 수원을 통해 지역 거점으로서 승기를 잡겠다는 포부다.

이는 정용진 부회장의 선제적 검토의 중요성(One More Step)을 강조한 신년사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정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열광적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우리가 한 걸음 더 먼저 나아가고 한 층 더 깊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며 “고객이 보내오는 신호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반영해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최상의 서비스를 선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현장경영에 나선다. 오는 18일 그룹 사장단 회의인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현장경영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나 “다양한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고객 접점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