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非)아파트 소형 주택과 지방의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혜택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해제로 인해 매맷값과 같거나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하는 식으로 집 수백 채를 사들이는 ‘무자본 갭 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릴 거라고 우려하지만, 전문가들은 할인분양 같은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 한 정부의 대책에도 이런 집을 사려는 수요는 적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난 10일 국토교통부는 전용면적 60㎡(약 18평) 이하 신축 소형 주택이나 오피스텔, 지방의 악성미분양 주택을 최초로 사들이면 취득세를 50% 깎아주고 세금을 계산할 때 주택 수에서도 제외하는 내용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가 아니거나 인기가 없는 아파트는 여러 채를 사도 다주택자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이런 주택들에 대한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방의 악성미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가 적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전국의 악성미분양 물량(1만465채) 의 80% 가량이 지방에 몰려 있다.

지난 14일 오후 제주도 노형동 '더샵노형포레' 입구.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80채가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난 14일 오후 제주도 노형동 '더샵노형포레' 입구.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80채가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방에서도 제주의 악성미분양 문제가 더 심각하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제주도에서 미분양된 집은 2500채가 넘는데, 이 중 준공 후에도 분양되지 않은 주택은 1028채로 집계됐다. 앞서 2021년 1월(1063채) 이래 최고치에 해당한다.

16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악성미분양 아파트는 총 20곳이다.

대우산업개발(시공능력평가액 75위)이 2022년에 준공한 ‘이안 더 프리미스 노형’을 포함해 상당수는 중견∙중소 건설사에서 지었다.

다만 ‘곶자왈 아이파크(2020년 준공)’와 ‘더샵 노형포레(2023년 준공)’처럼 대형 건설사나 대형사의 계열사에서 지은 단지도 있다. KB부동산신탁이 시행사로 들어간 ‘트라움제주 더 힐(2023년 준공)’과 같이 대형 신탁사가 참여한 단지도 적지 않다.

14일 오후 제주도 '곶자왈 아이파크' 전경.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85채가 악성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14일 오후 제주도 '곶자왈 아이파크' 전경.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85채가 악성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도에서 집계하지 않은 단지까지 포함하면 악성미분양 물량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 업계에 따르면 ‘서귀포오션캐슬(총 120세대)’은 준공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93채가 남아 지난해 11월부터 기존 분양가(5억9000만원)에서 39% 할인된 3억6000만원에 수분양자를 모집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임대용으로 사들일 만큼 국내를 대표하는 악성 미분양 단지였던 서울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할인율이 최대 35%였는데 이보다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다.

시공사는 지역 2위 건설사(시공능력평가액 기준)인 유성건설이다. 이날 오후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는 정상 운영되고 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부동산 개발에 필요한 돈을 금융사에서 빌리는 것)의 영향이 겹쳐 이 사업장의 시행사가 최근 부도났다”며 “이에 (대출을 실행한 곳인) 새마을금고에서 원금이라도 회수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할인 분양이 시작된지 2개월째인 현재도 미분양 물량(60채)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 1·10대책이 이런 미분양 주택을 포함한 비인기 주택의 갭 투기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10대책으로) 비인기 주택의 투기 수요가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부동산 시장이 좋아야 집값이 올라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사람들이 집값이 오를 것 같으면 정부의 규제가 있어도 사는데 요즘 같은 침체기에 규제가 풀려도 집을 사지 않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며 “할인이 폭이 아주 크지 않는 이상 거래가 활발해지긴 어렵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