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약국의 진열대.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약국의 진열대. 사진=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급중단·부족 의약품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면서 감기약, 항정신성 의약품 등 수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감기약은 호흡기질환 환자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으며 항정신성 의약품은 코로나 엔데믹 블루(엔데믹과 우울감이 합쳐진 신조어) 현상과 직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의약품 품절 사태가 계속되자 식약처는 그동안 분기별로 공개해오던 의약품 공급중단·부족 정보를 지난 10일부터 실시간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실시간 공개로 전환된 지 6일 만인 16일까지 9건의 공급중단·부족 품목이 보고됐다. 지난해 4분기부터 현재까지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수는 59개로 나타났다.

감기 환자가 급증하는 이 시기에 보고된 공급중단·부족 감기약은 ‘몬테루칸속붕해정10mg(몬테루카스트나트륨)’, 세브론시럽(아세틸시스테인) 등이다.

일동제약은 천식·알레르기비염 치료제 ‘몬테루칸속붕해정10mg(몬테루카스트나트륨)’의 공급이 부족하다고 지난 11일 식약처에 보고했다. 지난해 11월, 12월에 급증한 판매량이 품절로 이어졌다. 일동제약 측은 생산을 긴급히 진행해 1월 26일 공급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몬테루칸속붕해정은 지난해 5월에도 4mg과 5mg 제품 공급 부족이 보고된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겨울에도 공급부족으로 보고된 서울제약의 진해거담제 세브론시럽(아세틸시스테인)은 수탁사 생산일정 지연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지난 8일 서울제약은 공급정상화를 위해 수탁사와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동아제약의 비염 치료제 비사진나잘스프레이(덱스판테놀)은 지난달 13일 공급중단이 보고됐다. 보고에 따르면 제반사정에 의해 공급이 중단됐으나 향후 공급이 재개될 수 있도록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보고된 의약품에는 조울증, 신경증 등 정신질환 치료제와 당뇨약도 다수 포함됐다. 정신질환 치료제만 9개에 달하고 당뇨치료제도 4개로 나타났다.

그중 조현병 치료제인 한미약품의 리스피돈오디정 1mg, 2mg 제품은 수익성이 저하돼 공급이 중단됐다. 동일 성분, 함량, 정제로 허가된 타사 품목이 다수 있어 치료제가 부족한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한미약품 측은 예상했다. 이후 남은 재고를 소진하고 품목 취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안·긴장·우울 등 신경증 치료제로는 일동제약의 아티반주사와 대원제약의 대원디아제팜주사액이 보고됐다. 두 회사의 보고에 따르면 대원디아제팜주사액은 마약류에 해당돼 위수탁에 어려움이 있어 중단됐고 아티반주사는 생산능력이 부족해 공급이 지연됐다.

지난해 11월에 수급 난항을 겪던 명인제약의 조울증 치료제 명인탄산리튬정은 이번 달에 공급이 중단됐다. 리튬 수요 급등으로 원가가 상승해 제조원으로부터 수급 중단 통보를 받은 탓이다.

공급 부족이 보고된 당뇨치료제로는 ‘트루리시티’가 있다. 최근 비만약으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위고비와 유사한 GLP-1 계열 치료제다. 판매자인 한국릴리 측은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물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외의 공급중단·부족 의약품의 적응증은 편두통, 관절염, 크론병, 결핵 등으로 다양했다. 중단 및 부족 사유는 제조원 생산 지연, 사재기 현상, 수익성 악화 등이었다.

지난 15일 공급중단이 보고된 에이징생명과학의 류케란정(클로람부실)은 호지킨병 치료제로 해외제조원에서 완제품으로 수입된다. 그러나 생산일정이 지연되며 수입이 잠정 중단됐다. 회사 측은 2025년 상반기부터 재수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씨월드제약의 튜톨정800mg(에탐부톨염산염)은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중단된 사례다. 튜톨정800mg은 의약제조원가대비 판매가가 매우 낮은 품목이다. 때문에 큰 비용이 드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진행을 포기했다.

상기한 의약품들은 대체로 적응증이 유사한 품목이 다수 존재한다. 따라서 이들의 공급중단·부족이 의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제약사들은 보고했다.

하지만 최근 보건복지부까지 사재기 단속에 나섰을 만큼 의약품 수급불안정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식약처도 의료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정보공개 체계를 개선하는 등 앞으로도 공급중단·부족이 보고된 의약품 관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