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며 이제 AI를 단순히 활용하는 개념을 넘어,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핵심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AX(AI Transformation)라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기존 산업계 전반을 관통하는 DX(Digital Transformation)의 개념은 구산업이 5G 및 클라우드 등 기반 ICT 인프라를 통해 자동화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AX는 AI를 통해 유기적인 인텔리전스로 나아가는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몇 개의 ICT 키워드가 기계화 및 자동화를 통해 산업 생산성을 키웠다고 볼 수 있고, 후자는 AI라는 단 하나의 키워드만으로 단순 자동화가 아닌 유기적인 프로세스 완성으로 산업 생산성을 극대화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아예 산업의 중심을 AI로 바꾸기도 한다.

AX로의 진화가 발 빠르게 벌어지는 가운데 그 구체적 방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다양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으나 AI가 모든 산업의 체질을 바꾼다는 큰 목표 아래에서 특정 기업의 AI 중심 연결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혹은 과감한 AI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동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특히 온디바이스AI가 부상하고 있다. '모든 곳에 AI를 뿌린다'는 개념에 가장 적합한 카드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S가 애플 이긴 이유
마이크로소프트(MS) 시가총액이 애플을 눌렀다. 15일 기준 2조8872억달러를 기록해 2조8747억달러를 달리는 애플을 압도했다.

MS의 시가총액이 애플을 누른 결정적 이유는 애플 내부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시장 독과점 우려로 외부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한편 신형 아이폰 출하량이 예상보다 낮게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성형 AI 경쟁 측면서 MS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지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픈AI와 협력해 생성형 AI 시대를 주도하며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 체제를 맞아 클라우드 퍼스트를 넘어 AI 퍼스트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도 2023년 10월 LLM인 페렛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한편 아이폰16에 AI 기능을 대거 탑재한다는 방침이지만 MS에 비해서는 시장 주도권이 강하지 않다. 그 연장선에서 시장은 생성형 AI 시대를 관통하는 MS의 미래비전에 더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MS는 여세를 몰아 AX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를 포털 빙, 크라우드 플랫폼인 애저, 기업 생산성의 오피스365 등에 연속적으로 탑재하며 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MS의 생성형 AI 코파일럿키를 키보드에 삽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스크린 우측에 사이드바가 나타나며 프롬프트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하며 AI 전반의 영향력을 모든 MS 생태계에 녹인다는 각오다. 윈도 기본 키보드 구성이 달라지는 것은 약 30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가수 지드래곤이 LG전자 알파블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수 지드래곤이 LG전자 알파블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X의 끝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 2024에서도 생성형 AI가 열풍을 일으킨 가운데 AX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말 그대로 모든 산업에서 AI가 주역으로 활동하는 장면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본적인 전자회사는 물론 프랑스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도 생성형 AI 뷰티 지니어스를 공개했다. HD현대와 같은 중공업은 물론 LX그룹도 모두 생성형 AI를 강조했다.

AI가 '플러스 알파'의 기능이 아닌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AX 개념은 더욱 확장될 조짐이다. 네트워크와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하는 인터넷이 차지하고 있던 기간 인프라의 지위를 이제 AI가 대체할 것이라는 공격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AI가 운영체제이자 포털 그 자체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과도 결이 비슷하다. 넓게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하는 '기반'이라는 점에서 테슬라의 스타링크와 지향점이 동일하다는 평가도 있다.

산업의 기간 인프라이자 핵심이 되어 해당 영역의 체질을 바꾸는 AX 전략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각 기업들도 공격적인 '대전환'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는 볼리와 같은 소형 로봇에도 AI의 개념을 덧대며 그 확장성을 키웠으며 LG전자는 미래형 콘셉트카 알파블 및 스마트홈 확장 플랫폼인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도 공개했다. 기계적인 AI 기술 도입으로 자동화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돌파, AI를 각 영역의 중심에 두고 산업의 '트렌드'를 바꾸는 개념이다.

더 나아가 한 기업이 AX를 기본적인 전략 로드맵으로 두고 다양한 산업을 연결하는 장면도 엿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존 전자 기업들은 각자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을 소프트웨어로 연결해 그 통제권을 AI에게 맡기고 있다. IoT로 대표되는 초연결이라는 밑그림에 소프트웨어로 판을 깔아 광범위한 AI로 알맹이를 채우는 전략이다. 

조주완 LG전자 CEO가 자사의 AI를 "단순한 AI를 넘어서는 공감지능"이라 부른 배경이다. 이제 연결만으로는 스마트홈 시장을 석권할 수 없으며, 자동화와 초연결을 넘어 AI에 바탕을 둔 인텔리전스의 유기적인 시너지가 인간과 '공감'할 때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각오다.

AX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이 역시 모든 산업이 AI라는 강력한 수단이자 목표를 공유하며 벌어질 수 있는 '선을 넘는' 전략이다. AI의 등장으로 각 기업의 영역은 빠르게 분리되고 있고, 그와 비례해 영역을 뛰어넘어 협력할 경우 거둘 수 있는 시너지의 파급력도 더 강해지고 있다. CES 2024를 통해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스스럼없이 동맹을 맺고 현대기아가 우버와 만나 UAM의 큰 꿈을 꾸는 한편 소니와 혼다가 전격적으로 만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CES 2024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CES 2024 기조연설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온디바이스AI가 온다
AX 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바로 온디바이스AI다. 각각의 독립된 하드웨어에서 AI를 가동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AI Every Where'에서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가 독립된 하드웨어를 통해 각각의 산업영역을 동시다발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온디바이스AI가 AX의 주역이 될 자격은 충분한 상태에서, 그 강점도 비교적 선명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AI는 끊임없는 학습과 진화를 통해 강력한 기초체력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온디바이스AI는 이 지점에서 취약점을 보이지만 개인화 전략에서는 오히려 강점을 가진다. AI 기술이 발전하며 '나만을 위한 AI 서비스'를 찾는 이용자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클라우드 기반의 생성형AI는 각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확보할 수 없지만, 온디바이스 AI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해 퀄컴과 같은 기업들이 온디바이스AI에 자신감을 보인다. 클라우드 등을 통해 외부와 연결되지 않고 자체적인 하드웨어 기능만으로 강력한 AI 존재감을 발휘해야 한다면, 다양한 CPU 및 GPU 등과 연계해 하드웨어 내부에서 폭발력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AI 시대의 중요한 핵심인 보안 인프라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CES 2024 현장에서 “온디바이스AI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AI가 자체적으로 구동하는 것으로, 챗GPT 등장 이후 관련 AI 칩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AI는 기기 사용법에 변화를 가져오고 컴퓨팅 플랫폼도 바꿀 것"이라 강조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MS의 행보다.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AX 시대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퀄컴과 같은 하드웨어 기업들과도 끈끈한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다. AX 전략 하나만큼은 틈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