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대리전으로 평가되는 대만의 총통 선거(대선)가 13일 실시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안보와 경제에도 큰 파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는 이날 오전 8시(현지 시각)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대선과 총선이 합쳐진 선거로, 총통·부총통과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함께 뽑는다.

대만 전체 인구 약 2400만명 중 만 20세 이상 유권자는 1955만명이다. 과거 국민당 독재를 거친 대만에서 시민의 손으로 직접 총통이 선출되는 것은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전쟁 대 평화'를 내세운 친중 제1야당 국민당 후보 간 접전이 막판까지 펼쳐져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시한(3일)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양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대만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선거 유세를 펼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2일 대만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선거 유세를 펼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1일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 후보가 선거 유세를 펼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1일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 후보가 선거 유세를 펼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합보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32%,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27%를 각각 기록했다.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21%였다.

특히 이번 선거는 친미, 친중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와 미중 관계, 그리고 세계 안보 및 경제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차이잉원 민진당 정부가 집권한 지난 8년간 대만과 대화를 거부했고, 최근 몇년간은 거의 매일 대만 주변에서 무력시위를 펼치며 친미적 성향에  중국으로부터의 대만 독립을 원하는 민진당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안보와 경제적 이유 등으로 중국 견제를 위해 친미 성향 라이 후보가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도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해로 중 하나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자리한 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는 곳이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런 만큼 대만 정권이 교체된다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경쟁 외에도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리적, 경제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도 대만 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진당 승리 시 미·중 갈등이 더 고조되면서 한국도 대만 문제에 더 선명한 입장을 취하라는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중국과 미국·대만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높아져 한반도 안보와 한·중 관계에도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친중 국민당 승리 시 국민당이 TSMC의 해외 투자에 다소 부정적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