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준비 중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가이드라인'이 과거 사모펀드 사태로 제시된 배상안과 비슷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말 발족시킨 'H지수 기반 ELS 투자자 손실 대응 TF'를 통해 소비자 민원·분쟁 조정, 판매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조치 등을 이어가고 있다. 

TF에 포함된 분쟁조정국을 중심으로, H지수 ELS 판매사에 제기된 불완전판매 민원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당국에서는 향후 제시될 배상안이 과거 불완전판매로 불거진 DLF, 라임, 옵티머스 등 일부 사모펀드 사태를 기준 삼아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손실을 본 것에 대한 보상을 할 수도 있고, 문제가 제기된 부분만을 조정해 분쟁을 해결할 수도 있다"며 "과거 사모펀드 사태 때도 그러한 방식으로 분쟁을 조정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서 "1분기 중으로 배상안 가이드라인 작성을 완료할 것"이라 밝힌 이복현 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가능할 지) 잘 모르겠다.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 2019년 불거진 일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에 대해 손해액의 40%~80% 수준의 배상을 결정했던 점을 고려할 때, H지수 ELS의 배상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사태 당시 금감원은 55%를 기준 배상비율로 삼고 세부적 가산 요인으로 가입목적, 고령자 등 취약계층(만 65세 이상·주부·은퇴자 5%포인트, 만 80세 이상 10%포인트), 해피콜 부실 여부 등을 살폈다. 반대로 투자경험, 매입규모, 투자상품 이해능력 등이 많거나 클 경우에 대해서는 5~10%포인트를 차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H지수 ELS 배상안에 대해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큰 틀에서는 당국의 지침을 그대로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본사 전경. 사진=윤주혜 기자
금융감독원 본사 전경. 사진=윤주혜 기자

일부 투자자들은 "H지수 ELS의 주요 판매처인 은행들이 창구를 이용하는 고령층 고객을 타깃으로 잡고 상품을 대거 판매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저질렀다"며 원금 전액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65세 이상 고령투자자가 금융권 홍콩 H지수 ELS 판매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5%(5조4000억원), 계좌 수 기준 21.6%(8만6000계좌)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는 고령층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한 것 자체를 불완전판매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층 고객이라고 해서 무조건 투자에 미숙하고 상품 구조를 잘 이해하시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며 "그간 H지수 ELS를 통해 이익을 봤던 분들도 많은데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불완전판매 같은 이슈는 없었다. 논란은 항상 손실이 발생한 이후에 나온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배상이 확정될 경우 H지수 ELS를 특히나 많이 판매한 곳은 정말 힘들어질 것"이라며 "판매처가 투자 상품으로 손실을 입은 고객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금융권의 H지수 ELS 총 판매잔액은 은행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 증권 3조4000억원(15만5000계좌) 등 총 19조3000억원이다.

이 중 올해 3년 만기를 맞는 상품 대다수가 H지수 급락의 영향으로 원금 손실률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은행과 증권사들의 H지수 ELS 손실률은 5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