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4일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기획재정부의 2024년 신년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4일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기획재정부의 2024년 신년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20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신용 대사면'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불가피하게 대출을 연체한 차주가 향후 금융 활동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연체 이력 정보를 삭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10일 정부, 여당,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권과 협의해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르면 11일 민당정 협의회를 통해 이같은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는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이태규 정책위 수석부의장 등이, 정부에서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에서는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과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 등 금융권 협회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연체 기록 삭제를 꺼내 든 것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취약계층이 코로나19 사태 때 불가피하게 대출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이나 카드사 카드대금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금융권과 신용평가사에 일정 기간 연체 기록이 등록되는데, 금융권에서는 서로 연체 기록을 공유하면서 신규 대출에 활용한다. 연체 90일 미만 시 갚은 날로부터 3년간 보존되며 연체 90일 이상이면 갚은 날로부터 5년간 보존된다. 금액에 따라 길게는 5년까지 연체 꼬리표가 딸려붙는 것이다. 

앞서 이달 4일 윤 대통령이 참석한 민생토론회에서도 한 슈퍼마켓 사장이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당시 사후 브리핑에서 정부가 밝힌 신용 회복 지원 방안에 관해 "연체 정보가 있으면 대출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력 정보를 삭제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의미"라며 "과거에도 삭제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5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신용 사면 검토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가 끝난 후 김 위원장은 "(연체 이력 삭제 등 신용 사면과 관련해) 대책을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며 "바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신용 대사면이 이행된다면 1999년, 2013년, 2021년 이후 네 번째가 된다.

금융권은 3년 전에도 2000만원 이하 소액 채무를 대상으로 연말까지 빚을 상환하면 연체 이력을 지워주는 '코로나19 신용회복지원 협약'을 공동으로 체결했었다.

이번에도 코로나19 때처럼 연체 이력 정보를 금융기관 간에 공유하지 않고, 신용평가사의 개인·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에도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용사면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신용 사면 대상 기간과 관련해서는 직전에 연체 기록을 삭제했던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1·2금융권에서 2000만원 이하 대출을 받은 차주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