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주택담보대출 거래조건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운데, 공정위에서는 검찰 고발 등 방침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일 4대 시중은행의 담합 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2월말부터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을 포함한 은행 6곳을 대상으로 예대 금리 및 수수료 담합 여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후 같은해 6월부터는 4대 은행에 대해서만 추가적인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초기 점검 대상이었던 은행권의 대출금리 담합 의혹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문건별 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에 필요한 세부 정보를 함께 공유하며 고객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대출 조건이 설정되지 않도록 담합을 벌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LTV는 자산의 담보가치에 대한 대출 비율을 의미하는데, 비율이 높을수록 고객이 받을 수 있는 대출액도 늘어난다. 

담합 혐의와 관련해 각 은행에 발송된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4대 법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 의견이 제재안으로 담겼다. 

공정거래법에서 담합과 관련된 최대 과징금이 관련 매출의 20%로 규정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4대 은행이 내야 할 과징금 규모도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정위 측은 현재 제재안에 대한 각 은행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단계에 있으며, 검찰 고발 건 역시 아직 논의 중에 있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등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결국 4대 은행이 공유한 담보대출 거래 조건을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혹은 사업내용을 제한할 수 있는 정보로 볼 수 있는 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개정된 공정거래법에서는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업내용을  제한하거나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위법성 요건을 충족한 담합으로 판단, 규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TV 정보를 교환해 은행이 이득을 본 바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타 은행의 거래조건을 참고한 것 뿐"이라며 "대출을 더 많이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손실을 봤다는 것. 정보교환을 했다고 은행이 이익을 본 것도 아닌데 담합이라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