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진=연합뉴스.
공정위.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초대형 조선기자재 제조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세진중공업이 중소업체와의 거래에서 2018년과 2019년 반복적으로 단가를 부당하게 인하했다며 시정명령 및 과징금2억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세진중공업은 주로 선원들이 주거공간으로 쓰이는 덱 하우스와 LPG운반선에 탑재되는 LPG 탱크 제조 분야에서 가장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진중공업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사내 하도급 업체 한 곳에 선박의 목의장공사(덱 하우스 내의 화장실, 천장 등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는 공사)를 제조 위탁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2018년 하도급 단가는 전년 단가 대비 10%를, 2019년 하도급단가는 전년 단가 대비 선종별로 각각 0.6%, 1.1%, 4.7%씩 일률적인 비율로 인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세진중공업은 총 70건의 하도급 거래에서 전년 대비 1억3000만원 상당의 대금을 삭감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법 제 4조 2항 제 1호에 의하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수 있으나, 세진중공업의 경우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구체적으로 세진중공업은 하도급거래 대상이 된 목의장공사가 세부 품목별 작업내용․작업방법․소요시간․필요인력, 작업단가 및 작업난이도 등이 각각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단가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8년 단가 인하의 경우 인건비가 하도급 대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8년 제조 부문 평균 노임은 5.1%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금을 전년 대비 일률적으로 10%를 인하하고 수급 사업자가 단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을 시에는 거래가 단절될 수 있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해당 사내 하도급업체는 세진중공업의 사내에서 임가공 작업을 수행하며, 장비․기자재 등 작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세진중공업 등으로부터 지급받고 인력만을 공급하는 구조였기에 인건비의 비중이 가장 컸다.

결국 해당 하도급 업체는 수년간 계속된 단가 인하 등에 따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2021년 2월 폐업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에서 세진중공업의 행위가 하나의 수급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했음에도,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위법성이 중대하고,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 확립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법 위반금액(1억3천만원)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하나의 수급 사업자에 대한 행위일지라도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으로 하도급 대금을 인하한 경우에는 엄중한 제재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함으로써, 이 사건 이후 원사업자와 수급 사업자 간 하도급 대금 결정 과정에 있어 수급 사업자의 권익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