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큰손이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21년 5월 자사 차량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허용한 정책을 전격 폐기했다.

이에 앞서 비트코인 신봉자인 그는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차량 결제를 법정화폐가 아닌 비트코인으로 확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돌연 철회하면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세는 큰폭으로 하락하고 말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머스크는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각광받는 비트코인과 자사의 친환경 전기차를 연결해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을 노렸던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X 생태계를 그리면서 비트코인과 테슬라 전기차의 화학적 결합을 추구했던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비트코인 자체에 있었다. 특유의 가격 변동성도 문제였으나 채굴 과정에서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소모되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내연기관차의 대척점에 있다는 친환경 전기차를 판매하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할 경우, 막대한 컴퓨팅 파워로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는 아이러니함에 빠지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으로 매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테슬라가 할 일은 아닌 셈이다.

여기서 추가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바로 전기차와 친환경의 상관관계다.

일론 머스크가 테스라 전기트럭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테스라 전기트럭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기차 전성시대가 열린다
최근 해외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는 추세다. 스톡홀름에서는 2024년부터 시범적으로 디젤 및 가솔린 자동차가 출입할 수 없는 구간이 생기고 암스테르담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속도를 30km/h로 규제하기로 했다. 사실상 내연기관차가 퇴출수순을 밟고 있다는 뜻이다.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현재 세계는 탐욕에 눈이 멀어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에 있어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으며, 위기는 점점 생존의 문제로 선명해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지구 연평균 기온은 1900년와 비교해 1.4도 높아졌으며, 2024년에는 엘리뇨 현상이 심해지며 최고기록을 재차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호주 국립기후복원연구소 연구팀의 보고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올라갈 경우 생물종의 20%가 순식간에 멸종할 수 있다는 공포스러운 소식도 날아들고 있다. 

그 위기의 순간을 맞아 기후변화의 주된 사유인 온실효과를 발생시키는 주범인 탄소(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내연기관차가 지목되는 중이다. 스톡홀름과 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 도시들이 강도높은 내연기관차 퇴출에 나서며 자연스럽게 전기차로의 전환을 끌어내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퇴출, 전기차 도입 정책이 벌어지는 덕분에 전기차를 ‘탄소배출량 제로의 100%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인지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각 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구입에 나설 경우 보조금이나 지원금을 주는 등 많은 혜택을 부여하며 전기차 시장 팽창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 환경부에서 발표한 ‘전기승용차 보급 촉진과 내수활성화를 위한 전기승용차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방안’에 따라 전기차 구매시 최대 780만원까지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으며, 2년 당 1대만 살 수 있었던 개인사업자 등도 한 번에 여러 대 구매가 가능해졌다.

물론 이러한 정책적 결단에도 전기차 시장이 생각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하이브리드차는 여전히 빛을 보고 있으며 유럽연합의 공격적인 전기차 정책을 두고도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라는 비판이 심하다. 다만 큰 틀에서 있어서 전기차는 곧 친환경 탈 것이며,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편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사진=이코노믹리뷰DB

전기차는 친환경 탈 것이라는 환상에 대하여
문제는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 탈 것이 맞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기차를 무작정 친환경 탈 것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전기차 역시 제조, 충전, 주행 등 전 단계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배터리’의 경우 생산과 조립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가 발생한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가 조사한 자동차 생애주기 온실가스(탄소)배출량을 보면 전기차 제조시 14t(톤)의 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시 발생하는 탄소가 9t 수준이다. 전기차를 제조할 때 발생되는 탄소량이 내연기관차의 1.5배를 넘기는 셈이다.

심지어 충전시에도 탄소는 발생한다. 미국 EIA(에너지 정보청) 자료에 의하면 전기 1kwh(킬로와트시)를 생산하는데 390g의 탄소가 배출된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평균 전비가 4.5~5km/kwh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전기차가 1km를 갈 때 사용되는 ‘전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탄소량은 78g 정도라 볼 수 있다. 결국 주행시에도 1km 당 53g 정도의 별도 탄소가 발생하는 전기차는 결론적으로 1km를 이동하기 위해 131g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중형 디젤차(170g)에 비하면 적지만,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전기차가 친환경 탈 것이라는 환상은 유니콘에 불과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사진=이코노믹리뷰DB

전동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어떨까?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 전동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어떨까? UCLA 교통연구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E-scooter)가 생산되는데 발생하는 탄소는 총 204g에 불과하다. 또한 영국 국립 리서치 기관 중 하나인 Cenex에 따르면 1km를 가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는 30~35g 수준이라고 한다.

전기차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낮은 수치다.

다만 엄연히 자동차인 전기차와 전동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나아가 전력 기반의 마이크로 모빌리티도 폐기시 발생하는 탄소량이 존재하기에 최소 2년 이상의 수명이 되어야 ‘친환경’ 모빌리티라고 말할 수 있다. 

다행히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공유 비즈니스는 안정적인 이용문화 하에 상대적으로 높은 기기 수명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공유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도 공유 이동수단 문화가 잘 정착된 나라”라며 “국내 공유용 전동킥보드들의 수명은 꾸준한 관리가 된다는 전제 하에 통상 5년 정도로 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기차에 이어 전동 마이크로 모빌리티도 완전한 친환경 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전동 마이크로 모빌리티 사정이 더 나은데다 '퍼스널 모빌리티' 비전을 살릴 경우 스마트시티의 큰 비전과 맞물리는 지점도 많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입체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풍력, 조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도 개발 초기 발생하는 비용과 폐기시 발생하는 탄소 등을 감안한 단계적 건설이 화두로 부상한 바 있다. 수년 전 유행처럼 번졌던 태양광 발전 패널설치의 경우에도 많은 공간과 비싼 저장비용, 날씨에 따른 차이 등으로 인해 폐기되는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서 착안해 전기차는 물론 전동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반의 큰 흐름을 잡아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환경 친화적인 재생 전기에너지 확대가 세계적 추세로 자리잡는 가운데, 전기차가 진정한 탄소제로 모빌리티로 자리잡기 위한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