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는 최근 생필품을 연중 할인하는 '2024 홈플러스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최근 생필품을 연중 할인하는 '2024 홈플러스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홈플러스

대형마트가 2024년 새해벽두부터 분주하다. 상시 할인과 매장 리뉴얼, 신규 출점을 선언한 가운데 편의점에 뺏긴 오프라인 유통 2위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편의점업계는 2021년 오프라인 유통업계 2위로 올라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당시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각각 15.9%와 15.7%였다. 편의점업계의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 비중은 2022년 상반기 16.1%, 2023년 상반기 16.6%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동기간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13.9→13.3%로 하락세를 나타내며 편의점업계와 격차가 벌어졌다.

생필품 연중 ‘파격할인’ 시작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년을 시작하며 대형마트 3사가 일제히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트의 강점인 식품을 필두로 생활용품 등 일상에 필요한 필수품 할인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고물가로 신음하는 고객 마음을 사로잡아 매출 성장을 꾀하겠다는 목표다.

이마트는 2024년을 본업 경쟁력 강화의 해로 천명했다. ‘2024 가격파격 선언’을 통해 구매 빈도가 높은 주요 생필품 40개를 월별로 초저가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월 단위로 관리하며 한 제조사가 아닌 여러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초저가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40개 상품은 가공식품 28개, 생활용품 12개로 구성했다. 즉석밥, 생수, 우유, 식용유, 치약, 화장지, 샴푸 등이다. 이마트는 30년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2월부터 제조사들과 협력해 정상가 대비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월별 한정판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지난 2년간 시행한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강화해 연중 시행한다. 행사 첫주(오4~10일)는 ▲겨울철 밥상 단골상품 반값 ▲겨울 PB(자체제작) 의류 최대 50% 할인 ▲수납‧욕실용품‧완구 500여종 최대 80% 할인 등이다. 2022년 2월 첫선을 보인 ‘물가안정 365’ 카테고리는 기존 12개에서 60여개로 늘려 운영한다. ‘물가안정 365’는 우유‧두부‧계란‧콩나물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주요 생필품을 1년 내내 최적가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마트도 갑진년 새해를 맞아 지난 3일까지 먹거리 최대 반값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떡국, 찜갈비 등 새해에 가족끼리 먹는 주요 먹거리 재료를 최대 50% 할인 판매했다. 새해에 가족끼리 모인다는 점을 감안해 ‘크런치 콘소메 치킨(팩)’과 ‘큰 치킨(팩)’을 각 4000원 할인했다. 세계맥주 36종도 6캔 구매시 1만2000원으로 개당 2000원에 판매했다. 편의점 맥주의 4캔 만원이 깨지며 개당 3000원을 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연말부터 지난 3일까지 진행됐으나,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연중 파격할인에 돌입하며 롯데마트도 지속적인 할인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계청이 2023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2020년대 이후 역성장 기조다. 사진=통계청
통계청이 2023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2020년대 이후 역성장 기조다. 사진=통계청

리뉴얼‧출점에도 새 고객 모시기 ‘아쉬워’

대형마트는 매장 리뉴얼과 신규 출점으로 매출 상승을 노린다. 지난해 12월 기준 3사 리뉴얼 점포수는 ▲이마트 36개점 ▲홈플러스 14개점 ▲롯데마트 22개점 등이다. 이마트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최소 5개 이상의 점포 부지를 확보해 빠른 시간 내에 신규 출점을 재개할 방침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아직까지 올해 신규출점과 리뉴얼 계획이 없다.

점포 변경에 따른 3사의 정책은 대부분 일치한다. 그로서리(식품), 델리(조제식품), 테넌트(입점업체) 등을 확대하는 가운데 주류 코너(와인‧위스키 등)에 집중한다. 이는 기존 고객에 새로운 재미와 목적을 준다는 측면에서 집객과 매출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대형마트는 리뉴얼 이후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5~20%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 서초구와 동대문구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도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대형마트가 인구구성의 변화와 동떨어져 있다는 데 있다. 대형마트가 전성기를 누리던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3~4인가구 중심 사회였다. 식구가 많은 만큼 먹거리를 대량 구매하는 마트가 적합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1~2인가구 중심으로 식품을 소량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설상가상 인구축소가 현실화하며 대형마트 입지는 더욱 흔들리는 상황이다. 통계청 인구 조사에 따르면 인구성장(추계)률은 ▲2022년 -0.19% ▲2040년 -0.38% ▲2072년 -1.31%로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편의점은 인구축소 그림자를 신규고객 창출로 돌파했다. 1~2인가구 맞춤 상품을 갖추고 매주 주요고객인 1020세대를 겨냥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편의점이 관광명소로 떠오르자 외국인이 사용하기 편하도록 외화환전이 가능한 ATM기를 들이거나 ‘부가세 환급 서비스’를 적용하는 편의점도 등장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상품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병행표기도 늘렸다. 최근 홍대입구에 개점한 CU의 라면 특화 편의점(CU홍대상상점) ‘라면 라이브러리’의 개점 한달 라면 매출 분석 결과 내국인(38%) 보다 외국인(62%)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정도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의 노력에도 편의점의 영향력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주지하듯이 인구구조의 변화도 있지만 편의점과 달리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약점이다. 공간적 제약 등으로 백화점처럼 팝업스토어로 집객효과를 누리기도 힘들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장점인 신선식품을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마트는 현재 부지를 팔고 SSM(기업형 슈퍼마켓) 정도로 규모를 줄여 동네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한국 식생활은 국물문화이기 때문에 신선식품이 없으면 안 된다.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아직도 집 근처 노브랜드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붐비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