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신년사는 올 한 해의 방향이다. 회사라는 배에 탑승하려면 그 배가 갈 방향을 알아야 한다.”

지난 2021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 ‘신들의 전쟁’ 특집에 ‘취업의 신’으로 출연한 황인 씨는 “기업을 파악하기 위해 신년사를 가장 많이 봤다”며 ‘신년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수장들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각 금융사의 핵심 화두를 엿볼 수 있는 신년사를 통해 2024년 금융지주가 나아갈 방향을 살펴봤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출처=각 사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출처=각 사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금융권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각 금융사는 빠르게 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생’과 ‘위기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KB가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경쟁과 생존’에서 ‘상생과 공존’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양 회장은 지난 취임사에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기 위해 사회, 고객, 직원,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네 가지 경영 방향을 약속한 바 있다.

그는 경영 방향을 구현하기 위한 4대 경영 전략으로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KB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줄 수 있는 회사 ▲주주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경영을 제시했다.

양 회장은 “‘KB 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해 KB금융과 고객, 사회의 ‘공동 상생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ESG상생본부’ 확대 개편, ‘대(對)고객 판매 철학·원칙 TFT’ 구성, ‘투자상품관리부’ 신설 등을 통해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을 ‘고객중심, 일류(一流)신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이라고 밝히며, “‘담대심소(膽大心小·도량은 넓고 크되, 마음은 늘 작은 부분까지 깊이 살펴야 한다)’와 ‘이택상주(麗澤相注·두 개의 맞닿은 연못은 서로 물을 대어주며 함께 공존한다)’의 두 가지 각오를 다질 것”을 주문했다.

진 회장은 “이택상주의 마음가짐으로 상생을 실천하자”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 나가자”고 했다.

혁신과 도전의 과정에서는 “‘업(業)의 윤리’를 지켜야 한다”며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고객중심, 일류(一流)신한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자”고 당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8일 상생금융 상생금융 실천을 위해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한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 신한금융의 상생금융 활동을 지원하고 실행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ESG 관련 프로젝트와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사회 공헌 사업을 실행할 예정이다.

2일에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3067억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말 은행권이 공동으로 발표한 개인사업자대출 이자 캐시백 대상자를 이달 중 선정해 오는 3월까지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 한 해도 엄격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하에, 내실과 협업을 기반으로 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고, 신영토 확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전했다.

함 회장은 “금리 상승은 우리의 결정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지만, 고금리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는 금리 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다”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성장 전략에 대한 인식 전환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고객‧직원‧주주 등 모든 이해 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며 해외 결제 수수료를 없애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 하나카드의 해외여행 서비스 ‘트래블로그’를 예로 들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그룹 ESG 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했다. 하나은행도 기업그룹 내 상생금융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차별화된 선택과 집중의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그룹 시너지를 더욱 강화하면서 고객, 직원 모두와 활발히 소통하는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반드시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임 회장은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우리금융의 비전으로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기반’ 확보 ▲철저한 리스크 관리 ▲‘그룹 시너지’ 영역 확대 ▲‘디지털/IT’ 경쟁력 강화 ▲‘기업문화 혁신’과 ‘사회적 신뢰도’ 형성 5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내부통제 체계를 그룹 내 사각지대가 없도록 더욱 실효성 있게 업그레이드하고, 윤리·준법의식 강화와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에도 앞장서야 한다”면서 “고객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그룹의 브랜드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농협금융이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며 “선제적·시스템적·촘촘한 그물망 식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존 예측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잠재 위험까지 대비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어떤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ATM). 출처=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ATM). 출처=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 은행장들도 이날 새해 메시지를 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2024년은 KB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 First KB’ ▲미래 금융을 선도하는 ‘Digital First KB’ ▲미래 성장 기반 강화를 통한 ‘압도적인 초격차 KB’ ▲신명 나게 일하는‘현장 중심 KB’ 등 4대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한은행을 차별적 ‘고객몰입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객 몰입을 위한 실질적 변화 ▲고객과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 ▲관점과 시야 확장하며 미래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올해의 경영 목표를 ‘핵심사업 집중, 미래 금융 선도’로 정했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당면한 위기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전문성 ▲능동성 ▲도덕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경영 목표와 전략에 ‘초집중’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우리의 힘을 키워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