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에 수개월간 소폭 반등하던 전국 집값이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설문 결과 올해 상반기에도 이런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미분양 적체가 심한 지방을 중심으로 상반기에도 집값 회복이 힘들단 전망이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의 대부분은 이번에도 ‘금리’가 주택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 14명 중 12명(85.7%)은 올해 상반기에 전국의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부동산 사무소에 급매물을 안내하는 내용의 홍보물이 붙어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한 부동산 사무소에 급매물을 안내하는 내용의 홍보물이 붙어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에서 아파트값이 3% 정도 떨어져 전국 주택으로 보면 약 2%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며 “향후 기준금리가 떨어져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여러 금융사가 돈을 빌려주는 것)의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한 상황에선 금융권에서 가산금리(은행의 정책적인 판단이 반영되는 금리)를 더 높여 위험에 대한 가중치를 주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빨리 안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올해 금리 인하가 시장의 예상처럼 진행된다 해도 수요자들의 기대만큼 실제 시장 금리나 주담대 금리가 크게 조정되진 못할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하게 집값이 하향 조정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금리보다 비싼 집값 등으로 인한 구매력 감소가 더 영향을 줄 것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람들이 집값이 비싸다고 인지하니 지금 거래가 안 되고 가격 조정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이에 상반기 집값은 상승보다는 하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도 “지난해 10월부터 나타난 주택 거래량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재 집값은 매수자들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금리와 정책적인 변수를 빼면 상반기 집값은 약세일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구매력은 경제 상황이나 여건에서 나오는데 국내외 주요 기관과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나 2%에 불과하다.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미국처럼 인하되는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긴 어려워 상반기에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며 금리가 가장 큰 요인이라기보다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와 주택 공급량을 두고 상반기 집값에 미칠 영향을 다르게 분석하기도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금리는 모든 유통금리의 기준이고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수신 금리와 이에 연동된 코픽스 금리(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도 내려갈 것이라 여러 요인 중 금리가 상반기 집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드는 가운데 특히 수도권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을 감안하면 이런 요소들이 가격을 반등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백광제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올해 집값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금리지만 주택 공급 과잉과 개인들의 신용 리스크도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라며 “일각에서 입주 물량을 기준으로 공급량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집이 신축 아파트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재건축 등을 위해 기존 아파트를 허문 멸실(滅失) 주택과 지금까지 누적 입주 물량,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급 과잉이 맞다”고 설명했다.

최저 연 1%대 금리의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부 정책이 집값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 더 우세했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올해 전체를 놓고 보면 정부에서 미뤄놓은 PF 문제가 뒤늦게 터져 2022년 집값 하락률인 22%(실거래가 기준)와 비슷하게 지역별로 15~30%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만 총선 전까지만 보면 정부가 신생아 특례대출에 2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일시적으로 약한 반등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여경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신생아 대출이 시행돼 9억원 이하 집이 포진된 수도권에선 급매물에 대해 가끔 거래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상반기에 전국에서 집값이 빠지는 가운데 지방에서 특히 3~5%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일단 상승세가 한번 꺾였기 때문에 상반기에 ‘소(小) 박스권’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지난해 주택시장의 받침대 역할을 한 게 40조원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이지만, 이번 신생아 특례 대출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기보다 하락을 막는 방패 역할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도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2021년처럼 낮아질 가능성은 없으니 상반기 집값은 하락할 것”이라며 “다음으로 중요한 요인은 정부의 대출 규제다. 특례 보금자리론이 이달에 끝나며 다음달에 도입되는 ‘스트레스 DSR(변동금리 대출의 한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금융 상품)’과 신생아 특례 대출이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수요가 상당히 제한적일 거라 거래가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 부동산 전망] 설문조사 참여 전문가 14인 명단(가나다순)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김기원 리치고 대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백광제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여경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함영진 직방 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