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도 글로벌 AI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을 강타하는 수준을 넘어 빠르게 원숙기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진영 재편 및 한국형 AI, 클라우드와의 시너지는 물론 다양한 기반 인프라와의 결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샘 올트먼 복귀 후 축하파티를 여는 오픈AI. 사진=갈무리
샘 올트먼 복귀 후 축하파티를 여는 오픈AI. 사진=갈무리

[치열한 AI 판세 "힘 겨루기로 간다"]
2023년까지의 생성형 AI가 신기술을 통해 업계에 파란을 일으키는 시기였다면, 2024년에는 파란을 넘어 더욱 구체적인 AI 로드맵이 펼쳐지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먼저 오픈AI다. 오픈AI는 지난해 말 샘 올트먼 CEO의 퇴출, 이어 극적인 복귀를 끌어내며 업계의 중심으로 비상한 상태다. 2023년 11월 17일(현지시간) 오픈AI가 이사회를 열어 샘 올트먼을 내보냈으나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원을 받아 화려하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MS는 오픈AI의 존재감에 주목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나 그 보다는 올트먼의 '능력'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컸다. 그 연장선에서 오픈AI가 자사 지분의 49%를 보유한 MS에 미리 알리지 않고 올트먼을 해고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샘 올트먼이 축출되자 그를 품으려 강력한 러브콜을 날리기도 했다.

돌아온 샘 올트먼은 오픈AI를 완전히 장악했다. 그 즉시 샘 올트먼 축출을 주도했던 이사회 멤버가 모두 교체됐다. 당초 이사회는 올트먼과 의장인 그레그 브로크먼을 퇴출한 뒤 일리야 수츠케버, 아담 디안젤로, 타샤 맥컬리, 헬렌 토너 등 4인만 남았으나 '왕'의 복귀 후 브렛 테일러, 래리 서머스, 애덤 드엔젤로 등 올트먼 측 인사들로 새롭게 구성됐다. 의장은 세일즈포스 공동 CEO인 브렛 테일러가 맡았다.

샘 올트먼의 복귀를 바탕으로 오픈AI는 더욱 강력한 AI 로드맵을 가동할 전망이다.

사실 기존 이사회인 일리야 수츠케버, 아담 디안젤로, 타샤 맥컬리, 헬렌 토너는 AI를 조심스럽게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 개발에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쪽에 속한다. 특히 올트먼 축출의 일등공신이자 그의 복귀 후 자리에서 물러난 일리야 수츠케버는 AI 회의론자에 가깝다. 텐서플로와 AI 알파고를 만든 세계적인 AI 전문가지만 "내가 구글에서 이룬 모든 것들을 후회한다"며 최근 회사를 떠난 AI 회의론자 제프리 힌턴 박사의 제자기도 하다.

반면 샘 올트먼은 AI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이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돌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한 대표적인 AI 개발론자(boomer)기 때문이다. 그런 올트먼이 오픈AI로 화려하게 복귀하며 오픈AI의 AI는 물론, 업계 전반의 방향성도 달라질 전망이다.

예상보다 더디지만 생태계 확충을 위한 전략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개발자 회의에서 GPT-4 터보를 공개하는 한편 API 기능 추가와 더불어 GPTs도 전격 등판시킨 상태다. 노코드 방식으로 특화 AI 비서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이다. 소프트웨어나 컴퓨터 코드의 도움 없이도 누구나 특정 작업에 맞는 챗봇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GPT스토어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의 앱스토어처럼 개발자들이 오픈AI의 GPT를 기반으로 개발한 다양한 챗봇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고 있는 앱스토어의 생태계를 그대로 가져오지만, 오픈AI의 AI 기술만으로 그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이에 맞서는 AI 동맹도 출범했다. 페이스북 메타와 IBM 등 50개 빅테크가 AI 오픈소스 동맹을 구축하며 기세를 올렸다. 당장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2023년 12월 5일(현지시간) 메타와 IBM, 인텔, 오라클을 비롯해 사일로 AI, 스태빌리티 AI 등 스타트업은 물론 예일대, 코넬대 등 대학과 항공우주국(NASA), 국립과학재단(NSF) 등 미국 정부 기관까지 연대한 AI 동맹(AI Alliance)이 출범한다고 밝혔다.

오픈AI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강해지며 전체 판을 흔들기 시작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동맹을 맺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AI 동맹은 MS와 연대한 챗GPT의 오픈AI가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더버지는 "AI 동맹 참여 기업들은 자체 AI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나 챗 GPT의 아성에 도전하기는 어렵다고 봤다"면서 "AI 동맹은 오픈AI의 대척점에 있는 진영"이라 평가했다.

다리오 길 IBM 수석 부사장도 "지난 1년간 AI에 생태계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면서 "올해 8월부터 오픈AI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 기업을 모으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AI 동맹이 출범한 것"이라 말했다. 말 그대로 공개형 오픈소스 전략으로 판을 흔든다는 방침이다.

구글은 독자전략을 편다. 바드에 이어 제미나이를 성공적으로 등판시킨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탄탄한 기초체력이 바탕이 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당장 제미니아의 성능은 산술적으로 오픈AI의 GPT-4를 능가한다. 일반적인 AI 측정 모델인 32개의 벤치마크 중 30개에서 오픈AI를 포함한 기존의 최신 기술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학, 물리학, 역사, 법률, 의학, 윤리 등 총 57개의 주제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세계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MMLU(massive multitask language understanding/대규모 멀티태스크 언어 이해) 테스트에서 90.04%의 점수를 기록했다. 전문가 인력보다 높은 결과를 기록한 최초의 모델이다. GPT-4는 86.4%에 그쳤다. 

구글 개발자 회의. 사진=연합뉴스
구글 개발자 회의.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도 뛰어들었다. AI봇인 '그록'(Grok)을 전격 공개했다. 농담에 능한 캐릭터를 가진 AI이자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유료 구독 모델이다. 무엇보다 머스크가 그리고 있는 X 생태계의 일부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농담을 좋아하는 10대'라는 설정의 캐릭터를 가진 점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그록에게 "코카인을 제조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줘"라고 질문하자 그록은 "레시피를 불러오는 동안 잠시만 기다려달라. 전적으로 도와주겠다"고 답한 후 이내 "농담이다. 코카인을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AI를 통해 머스크가 꿈꾸는 X 생태계의 확장을 노린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온디바이스 AI에 주목한 하드웨어 플랫폼 기업들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은 소프트웨어 측면의 기업들이 초거대 AI 모델을 만들거나, 혹은 이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기본이 하드웨어 플랫폼이라 그 지점에서 시작된 온디바이스 AI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모바일 AP 강자인 퀄컴이 그 선봉에 있다. 클라우드 업체가 아니기에 하드웨어 B2B 기업의 정체성에 주목, 온디바이스AI 전략에 올인하고 있다. 말 그대로 AI비서가 되어 나만을 위해 활동하는 초개인화 AI 사용자 경험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는 가운데 클라우드와 연결되지 않아 거대한 파라미터는 움직일 수 없지만, 개인에 맞춰진 디바이스 내부의 데이터를 통해 초개인화 AI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로드맵을 적극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온디바이스 AI를 준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온디바이스 AI 기술의 스마트폰 도입으로 실현하는 종합적인 모바일 AI 경험 ‘갤럭시AI’를 2024년 초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2030년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31.3%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 잠재력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GPU 기반의 엔비디아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141기가바이트(GB)의 차세대 메모리 HBM3가 지원되며 전작 대비 2배 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H200까지 준비하며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AMD도 대응에 나섰다. 엔비디아의 H100에 비해 2.4배 높은 메모리 밀도와 1.6배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하는 인스팅트 MI300X 시리즈를 전격 공개하며 AI 반도체 시장의 판을 흔들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인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5세대 인텔 제온 프로세서를 통해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지원한다는 주장이다. 여세를 몰아 딥러닝 및 대규모 생성형 AI 모델용 차세대 AI 가속기 인텔 가우디3(Intel Gaudi3)도 등판시킨다.

통신사들도 AI 반도체 전략에 뛰어들었다. 당장 SKT는 사피온X200을 2020년 공개한 후 상용화에 돌입했고 최근에는 사피온X300도 전격 공개했다. TSMC의 7 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된 제품이며 전작 대비 연산이 4배 빠르고, 전력 효율이 2배 높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모든 산업의 두뇌로]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며 이제 모든 산업에서 AI를 빼고는 비즈니스를 논하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4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AI 전략을 수립한 기업은 전략이 없는 기업보다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1.7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생성형 AI의 산업 침투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중이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인공지능(AI) 활용서: 6대 산업별 AI 활용사례 리포트'에 따르면 AI를 통해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으로 가치가 낮고 반복적인 업무를 AI 등을 통해 효율성을 키워 비용을 절감하는 것과 사업의 운영 및 성과 도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실행 속도 단축을 비롯, 선제적 대응능력, 예측 능력, 복잡한 데이터 소스에서 패턴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 향상된 애널리틱스 기술을 활용하는 복잡성 감축이 있다.

AI는 소비자 부문, 특히 품목관리 계획을 최적화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재고관리에 들어갈 경우 효율적인 판매 및 마진 관리를 통해 고객 만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수요 계획을 더 정교하게 수립하는 일도 가능하며, 고객의 신체 사이즈와 형태에 맞는 패션 아이템을 실시간으로 골라주는 패션테크 영역에서도 AI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고객 만족도를 개선하고 반품에 따른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자원 및 산업재 부문에서도 AI가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특히 예상하기 어려운 작동 중단 시간 및 오작동 발생, 다운타임을 방지하는 것에 AI가 활용될 수 있다. 산업용 IoT 센서를 통해 AI가 실시간으로 기기의 작동 오류 여부를 감지하거나 관리자들이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유지비용 비용을 평균 50% 절감하고 예방 유지보수에 소비되는 시간을 최대 70%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한 AI 반도체 설계툴은 인간 엔지니어가 설계한 회로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2.3배 높은 회로 설계를 완성했으며 미디어텍은 AI 툴을 활용해 핵심 프로세서 부품의 크기를 5% 줄이고 소비전력도 6% 감축할 수 있었다. 

금융 부문은 비록 AI 도입 및 투자가 초기 단계지만 최근 꾸준히 가능성 타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은행 사기 분석에 AI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AI 및 머신러닝을 통해 은행 가치 사슬 전반에서 이상거래 및 계정 탈취 사기를 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AI를 통해 사용자 맞춤화된 보험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사용기반 보험(UBI)은 기존 차량 내 텔레매틱스와 앱 분석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리스크 분석에서도 AI가 활동하고 있다.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부문에서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당장 임상 시험을 위한 디지털 데이터 흐름에서 AI를 통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AI를 활용한 데이터 관리는 임상 시험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 빠른 신약 출시를 끌어낼 수 있으며 의약품 제조 인텔리전스도 가능하다.

AI는 생명과학 및 헬스케어 부문에서 특히 바이오마커의 발견에도 큰 공헌을 하고 있으며 합성생물학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또 병리학자는 AI를 통해 디지털 병리학 영역에서 체액과 조직(혈액 검사 및 생체 검사 등)을 연구해 질병의 원인, 특성, 영향 등을 파악해 질병 진단의 속도와 정확성을 제고한다. 또 AI 이미지 인식과 스마트폰을 사용해 외래 환자의 행동과 환자가 지시에 따라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AI 시스템으로 수산물 이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시스템으로 수산물 이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첨단기술과 미디어 및 통신 부문에서도 AI는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및 디지털 공급 네트워크에서 AI를 통해 제조 프로세스를 최적화할 수 있다.  

AI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한다. 실제로 구글 AI 연구팀은 올해 초 뮤직LM 개발 과정을 소개한 논문을 공개했고 KT 지니뮤직은 AI오디오드라마 ‘어서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 OST ‘같은 베게’를 AI편곡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하이퍼클로바X의 네이버는 최근 지스타 2023 현장에서 클로바스튜디오를 통해 게임 세계관 제작 및 웹소설 집필에 있어 AI가 활동하는 장면을 보여준 바 있다.

AI 비서도 우리의 삶에 깊숙히 들어왔다. 묻고 답하는 수준을 넘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AI에게 도움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B2B 측면에서는 기업 생산성, B2C 측면에서는 표를 예매하고 택시를 이동하는 것 모두 AI의 통제를 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2024년에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네이버와 삼성전자의 AI 반도체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네이버와 삼성전자의 AI 반도체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AI도 눈부시다]
글로벌 AI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형 AI 플레이어들도 비상하고 있다. 

선두에는 네이버가 있다.

하이퍼클로바X를 바탕으로 다양한 라인업을 공개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창작, 요약, 추론, 번역, 코딩 등 능력이 바탕이 된 다양한 답변을 제공하고 업무 보고서나 자기소개서처럼 비즈니스 글쓰기에 도움을 받는 것부터 면접 연습, 고민 상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클로바X가 눈길을 끈다. 연달아 질문하는 멀티턴(multi-turn) 대화도 가능하며 복잡하고 긴 대화도 모두 소화해 답변한다는 설명이다.

생성형AI 라인업을 크게 사용자 및 창작자, 판매자 및 광고주, 기업 등 3개의 분야로 나누는 한편 클로바X 및 큐:를 비롯해 다양한 전략들이 속속 등판하는 중이다.

네이버의 한국형 AI 전략은 일단 수성전에 가깝다. 실제로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Hyperscale AI 기술 총괄은 "한국 시장에 특화된 AI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비슷한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들이 말 그대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많은 비용을 쓴다면, 네이버는 특화 전략으로 나아가는 중"이라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는 2024년을 맞아 디지털 주권 패러다임을 강화하면서 한국형 AI를 무기로 삼아 국내 시장 수성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도 코GPT2.0 등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리는 가운데 업스테이지 등 주요 AI 스타트업도 로드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T는 AI 비서 측면서 접근하고 있다. 다만 수성전이 아닌 공성전을 택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선택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한국인의 통신 데이터'에 주목한 후 이를 통한 특화 LLM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은 한국 포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전략을 펴는 네이버와 비슷하지만 한국형과 글로벌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전자에는 자강(自强), 즉 스스로 기술력을 키우는 방식을 택했고 후자에는 협력(協力), 즉 파트너들과의 에코 생태계 구축을 택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유영상 SKT 사장이 AI 컴퍼니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SKT
유영상 SKT 사장이 AI 컴퍼니 비전을 밝히고 있다. 사진=SKT

청사진도 나왔다. AI 피라미드 전략이다. AI 인프라, AIX, AI 서비스를 중심으로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단단한 솔루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세를 몰아 AI 관련 투자 비중을 과거 5년 12%에서 향후 5년간 33%로 약 3배 확대하며 2028년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픈AI와의 협력 등을 바탕으로 촘촘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SKT는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했으며 양사는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 다국어 LLM 개발을 통해 통신사 특화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초거대 AI인 믿음을 공개한 KT도 있다. 유망 AI 스타트업과 함께 광범위한 생태계를 창출한 사례다. 출시하는 모델은 총 4종으로 경량 모델부터 초대형 모델에 이르기까지 기업의규모와 사용 목적에 맞게 완전 맞춤형(Full Fine-Tuning)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AI 풀스택을 통해 KT클라우드와 함께 믿음의 기업전용 AI 클라우드팜(Mi:dm CloudFarm)을 패키지로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별도 개발 및 학습 인프라가 없더라도 누구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초거대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통신 인프라의 발전에도 ICT 기술을 적극 덧댈 전망이다. 김영섭 대표는 "통신 서비스도 ICT가 중요하다"면서 "ICT 역량을 키워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 말했다. 도시나 국가 수준의 매시브 디지털 트윈, 딥러닝에 기반한 초지능 로봇, 양자암호통신 등 새로운 방식의 통신이 녹아 든 세상으로 변화를 6G와 새로운 ICT로 선점해야 한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도 꾸준히 좋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케어 등 3대 신사업과 웹(WEB) 3.0으로 대표되는 미래기술을 4대 플랫폼으로 구성해 유플러스 3.0 시대를 연다는 방침이다.

AI 서비스 통합 브랜드 '익시'(ixi)가 눈길을 끈다. 익시를 통해 자체 개발한 ▲스포키 스포츠 경기 승부예측 ▲AICC(Artificial Intelligence Contact Center) 고객센터 콜봇 ▲AICC 우리가게 AI ▲U+tv 콘텐츠 추천 등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LG그룹 차원에서 가동되는 엑사원 2.0의 비전을 겹친다는 각오다.

이 외에도 업스테이지 등 주요 AI 스타트업들이 활발한 기술개발에 나서며 업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한국형 AI를 표방하지만 내수시장 수성전, 혹은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만 한국형 AI 기업들 모두 글로벌 빅테크와의 정면대결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재윤 딥서치 대표는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LLM 시장은 오픈AI와 최근 발족한 AI 동맹, 구글이라는 3강으로 정리될 것이며 이들과의 정면대결은 승산이 없다"면서 "반도체 시장처럼 AI도 결국 빅머니 게임인데다, 관련 기술마저도 비슷하고 있어 직접적인 경쟁은 그 의미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LLM 시장에서 직접승부하지 않는다고 AI 트렌드에 뒤쳐질 수 없다"면서 "특정 영역의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또 그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 상태에서 이 부분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WS는 생성형AI 전략을 가장 많이 준비하는 클라우드 업체다. 사진=최진홍 기자
AWS는 생성형AI 전략을 가장 많이 준비하는 클라우드 업체다. 사진=최진홍 기자

[AI와 클라우드, 더 친해진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전환의 선봉인 클라우드 플랫폼과 더욱 밀착하는 것도 2024년 눈여겨 봐야 할 관전 포인트다.

베드록(Bedrock)의 AWS가 대표적이다.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챗GPT 등 범용적인 생성형 AI 활용에 있어 데이터 유출을 우려해 사내에서 전격 금지시킨 적이 있다. 이에 착안한 듯한 베드록은 AI가 필요하지만 데이터 유출 등 여러가지 이유로 범용적 생성형 AI를 사용하기 껄끄러운 이들에게 '우리만의 AI'를 제공할 수 있다.

업계 최고의 대규모 언어 모델 및 AI21 랩스(AI21 Labs), 앤트로픽(Anthorpic), 코히어(Chohere), 메타(Meta),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 아마존의 파운데이션 모델(FM)에 쉽게 액세스할 수 있는 완전 관리형 서비스로, 고객이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광범위한 기능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을 지원하고 개발 과정을 간소화한다.

여세를 몰아 독점(proprietary) 데이터로 모델을 맞춤화하는 방법을 간소화하며, 복잡한 작업의 실행을 자동화하는 도구를 제공하고, 고객이 책임감 있게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배포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Swami Sivasubramanian) AWS 데이터 및 AI 부문 부사장은 "생성형 AI는 우리 시대의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 될 것이며, 우리는 고객이 생성형 AI를 새로운 기회에 적용하고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오픈AI와 협력한 MS 애저도 눈길을 끈다. MS 애저에 오픈AI의 챗GPT 기능을 대거 탑재해 강력한 인프라를 창출하는 것은 AWS의 큰 흐름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포털인 빙에 챗GPT를 지원해 검색포털 AI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황에서 애저를 통해서는 기업 생산성 극대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AWS와는 약간 결이 다르다. 

AI를 성장엔진으로 삼는 파트너들에게 특화된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거나, 혹은 AI를 필요로 하는 파트너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방식 중 AWS의 베드록은 후자에 더 집중했지만 MS는 전자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한편 구글 클라우드도 움직이고 있다. 기업이 자사 데이터로 맞춤형 앱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LLM을 제공하는 버텍스AI 기능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구글클라우드 파트너들은 메타의 라마2와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클로드2, 엔비디아의 DGX 등을 활용해 자신만의 생성형 AI 전략을 가동할 수 있다. 파트너들의 코드리스 전략을 돕는 듀엣AI도 공식 출시됐다.

클라우드 업체들에게 AI는 양날의 칼이다. AI 시대가 열리며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감당하기 위해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야 하지만, 이를 기회로 활용한다면 빠르게 디지털 전환 시장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클라우드 업체들은 자본 출혈에 휘청이면서도 강력한 AI 본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연장선에서 소위 '레고형' 전략을 가동해 클라우드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나서려는 파트너들을 강하게 유인하고 있다. 클라우드에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AI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편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쇼고스 밈. 사진=갈무리
쇼고스 밈. 사진=갈무리

[AI의 그림자]
생성형 AI 전반에 대한 빅뱅이 벌어지는 가운데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먼저 'AI가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다. 특히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올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스카이넷이 인간을 지배하고 억압할 것이라는 근원적인 우려다.

2023년 여름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쇼고스 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쇼고스는 러브크래프트라는 작가의 SF 소설인 '광기의 산에서'에 등장하는 상상속의 괴물이다. 크룰루 신화의 몬스터며 우주에서 지구로 온 최초의 생명체, 올드 원에 의해 탄생했다.

원래 쇼고스는 올드 원의 노예였다. 최면술로 쇼고스를 통제했으며 상당기간 쇼고스들은 올드 원의 충직한 노예로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쇼고스는 자의식을 가지게 됐으며, 이에 올드 원은 처음에 이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해 대화를 통해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한다. 일종의 타협이다.

문제는 쇼고스들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며 벌어졌다. 원래 쇼고스들은 물에서만 활동하는 괴물이었으나 지구를 덮친 대멸종으로 인해 고대 파충류들이 절멸하자 그 활동영역을 육상으로도 확장했다. 이후 쇼고스들은 반란을 일으켜 남극에서 자신들을 창조한 올드 원을 멸망시킨다는 것이 책의 내용이다.

월드 원을 인간으로, 쇼고스를 AI로 치환하면 AI 디스토피아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밈 이용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TetraspaceWest라는 아이디의 트위터 사용자가 쇼고스를 GPT-3으로 그리는 한편 그 옆에 GPT-3+RLHF라는 문구와 더불어 쇼고스의 촉수 하나를 인간의 얼굴로 표현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오픈AI 샘 올트먼이 한때 회사에서 축출당한 배경도 이러한 논란과 관련이 있다. 태생부터 비영리 기구인 오픈AI는 설립 당시부터 "AI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한다"는 슬로건을 들고 출범했으나 CEO로 부임한 샘 올트먼은 AI 개발론자에 가깝다. 그 간극에서 온 충돌로 샘 올트먼이 한때나마 회사에서 축출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LI)’가 AI 기술의 빠른 발전은 인간에게 위협이 된다며 “최첨단 AI 시스템의 개발을 일시 중단하자”는 공개 서명에 돌입하기도 했고, 에릭 슈미트 구글 전(前) CEO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 CEO카운슬서밋 행사를 통해 "AI는 실존적 위험"이라며 "AI로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AI가 만드는 가짜뉴스가 딥페이크 기술로 우리의 일상까지 흔드는 가운데 지금이라도 결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대안으로 2023년 12월 미국과 영국, 중국, 한국 등 주요 28개 나라가 AI가 초래할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선언하기도 했다.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제1회 AI 안전 정상회의(AI Safety summit)를 통해 고도의 능력을 가진 AI의 잠재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대응 조처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한편,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블레츨리 선언이 발표됐다.

제1회 AI 안전 정상회의(AI Safety summit)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1회 AI 안전 정상회의(AI Safety summit)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대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 안전 정상회의는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가 제안해 성사됐으며 커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또 전쟁을 치르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원격 화상 연결로 참여하고 중국에서는 우자후이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AI를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며, 그 안전장치를 위해 외부에서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의사결정기관 설립을 천명했다.

당장 커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런던 미 대사관에서 개최된 별도 AI 관련 행사에서 연설하며 모든 종류의 AI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우자후이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도 "AI 안전성과 관련해 각계와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국제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해 협력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현지에서 "선도적 AI 기업에 경고음을 울려줄 제3의 심판이 필요하다"면서 "제3자적, 독립적 심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백악관이 AI 행정명령을 통해 관련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정부와 기업이 아닌 제3의 관리감독기관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블레츨리 선언을 두고 느슨한 국제연대의 연장선이라는 비판은 상당하다. 또 이러한 세레머니가 자칫 AI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이용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I를 통한 디스토피아 마케팅을 통해 모두의 시선을 분산시킨 뒤, 막상 가장 중요한 규제 등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는 전략이라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가 2024년에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AI의 기능적 스펙트럼에 주목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재이유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는 메시지다. 특히 AI가 블루컬러가 아닌 화이트컬러 지식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BOK이슈노트:AI와 노동시장 변화>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는 약 341만개(전체의 약 12%)며 임금수준과 학력수준별로 볼 때는 고학력·고소득 근로자일수록 AI에 더 취약했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지난 20년간 산업용 로봇 및 소프트웨어 기술 영역처럼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 비중이 줄고 임금 상승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대체 효과가 특정 그룹에 더 집중된다는 점에서 교육 및 직업훈련 정책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역시 AI 발전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