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각사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각사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밝았다. 주역에서 ‘갑’은 푸른색, ‘진’은 용을 의미하며 이를 더해 올해를 청룡(靑龍)의 해로 부른다. 청룡은 용기와 도전을 상징한다. 유통업계도 용기와 도전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불경기와 빠르게 변해 가는 유통환경에 발맞추기 위한 새해 목표를 내놨다. 롯데‧신세계‧CJ‧현대백화점그룹은 모두 신사업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선결과제로 삼았다.

롯데, 과감한 시도+유연한 사고 주문

“기존 핵심사업 영역에서는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과감한 시도를 당부한다. 불확실한 미래라도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은다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를 당부했다. 그 필요성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철저하게 리스크를 대비해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존 핵심사업 영역에서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과감한 시도를 당부한다”며 “움츠러들지 않고 활기차게 도약할 수 있는 역동적인 마음가짐과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기존의 틀을 깰 것’과 ‘과감한 시도’를 재차 언급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주지시켰다. 기존 사업만으로는 미래 성장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에서 나온 말로 해석된다.

신세계, 수익성 바탕에서 성장 추구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 수익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내실을 다지며 성장을 바라본다는 입장이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매 순간, 매 단계마다 ‘한 발짝 더 들어가’ 잠재적 리스크와 구조적 문제점을 철저하게 따져보는 치열함을 갖춰달라”며 “‘원 모어 스텝(ONE MORE STEP)’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답을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려 나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수익성에 관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경영진단을 통해 핵심 사업의 수익 기반이 충분히 견고한지를 점검하고 미래 신사업 진출 역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달라”며 “2024년에는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기본 명제를 다시 한번 바로 세우자”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급격한 사세확장에서 시너지가 부족하다는 업계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몇년새 이베이코리아(약 3조4000억원), W컨셉(약 2600억원) 등 과감한 M&A(인수합병)를 이어가며 사세를 넓혀왔다.

CJ, 1등 되돌려야…책임 문화 필요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는 동안 그룹의 핵심가치인 온리원(ONLYONE) 정신은 희미해졌다. 우리 임직원 모두가 1등을 하겠다는 절실함, 최고가 되겠다는 절실함,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녹록지 않은 국제 상황보다 내부 문제가 더 크다며 “우리 그룹은 세계적인 지정학적, 정치학적 불확실성 등 외부 경영환경과는 별개로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과거의 위기는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외부 충격에 의한 일시적 위기였다면 지금의 위기는 우리의 현실 안주와 자만심 등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현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손 회장은 수익성 극대화와 책임문화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손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로 그룹의 밸류업(Value-up)을 위해 수익성 극대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할 것이며 초격차 역량을 확보한 사업은 글로벌 성장을 적극 도모할 것”이라며 “최고인재를 양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책임을 지는 문화의 확산에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임지는 문화와 관련해서는 과감한 권한 위임과 성과에 따른 보상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대백, 까다로운 고객에 맞춰 기민하게 움직여야

“올해는 지주회사 체제의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사업 안정화를 추구하면서 ‘기민하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성장 메커니즘(Growth Mechanism)의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다함께 노력해 나가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고객과 고객사 요구를 1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고객과 고객사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협력사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한 협력의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혁신은 사소한 생각의 차이에서 나오는 만큼 리더는 구성원이 스스럼없이 새롭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과정도 함께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높은 외부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계열사간 협력은 물론 다양한 외부 네트워크 활용도 추천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맞춘 유연성도 성장을 위한 핵심요소로 분류된다. 정 회장은 “비전 2030도 고정된 계획이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계획을 재설계해 나가다 보면, 새로운 성장기회에 대한 ‘유레카’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장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으로 미래를 구상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