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이 열렸다. 2023년 12월 31일 자정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이어진 보신각 신년 타종 행사가 열리며 본격적인 신년이 시작됐다.

2024년은 월요일로 시작하는 윤년이자 2020년대의 5번째 해, 2012년에 이은 21세기 두번째 용의 해이다. 

오후 11시 보신각에서 세종대로로 이어지는 약 400m 거리에선 40분간 다양한 사전공연과 퍼레이드가 펼쳐졌으며 새해 첫날로 넘어가는 자정에 보신각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민대표 12명 등 총 22명이 참여해 33번에 걸쳐 제야의 종을 울렸다.

광화문 신년 행사장에서 자정의 태양 구조물이 부상하고 있다. 사진=신경민 기자
광화문 신년 행사장에서 자정의 태양 구조물이 부상하고 있다. 사진=신경민 기자

시민대표로는 지난 8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당시 쓰러져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구조 활동에 나선 의인 윤도일 씨를 비롯해 안경원 밖에 쓰러져 있는 기초생활수급 노인을 구한 김민영 씨, 보호 종료 아동에서 자립준비 청년 멘토가 된 박강빈 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자 김정자 씨 등이 포함됐다. 

글로벌 인플루언서 6명도 참석했다. 세계인과 함께하는 ‘글로벌 새해맞이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서울경제진흥원(SBA)의 ‘2023 서울콘’과 연계, 서울콘에 참여하는 대표 글로벌 인플루언서 6명이 타종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타종 직후 세종대로에는 거대한 태양도 떠올랐다. 지름 12미터 크기의 구조물인 '자정의 태양' 구조물이다. 서울시는 “서울에서 떠오른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해’를 보여줌으로써 서울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 세계로 전파하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더보이즈, 오마이걸 등이 참여한 K-팝 공연이 벌어졌다.

한편 10만명이 현장에 모인 가운데 시민들은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년에는 항사 좋은 일만 있기를"이라는 새해 덕담을 건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 카카오톡이나 문자를 나누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최민혁 씨는 "2023년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일도 많고 정치적으로도 불안했으며 무엇보다 지갑사정이 팍팍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면서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신각 타종 행사를 보려 경기도 여주시에서 올라온 강희선 씨는 "비상하는 청룡의 해는 왠지 느낌이 좋다"면서 "신년을 맞아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하는 마음에 보신각에 왔다"고 말했다. 

타종 직후 등장하는 자정의 태양 구조물. 사진=서울시
타종 직후 등장하는 자정의 태양 구조물. 사진=서울시

해돋이 명소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 또는 눈이 내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해넘이는 보기 어렵지만 신년 해돋이는 전국 대부분에서 볼 수 있다. 낮부터 늦은 오후 사이 제주도, 1일 밤부터 2일 오전 사이 경기 동부와 강원내륙·산지에는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0.1㎝ 미만이 눈이 내리지만 그 외 지역은 맑은 편이다.

새해 첫날 해돋이 시각은 서울 7시47분, 강릉 7시40분, 대전 7시42분, 청주 7시42분, 전주 7시41분, 광주 7시41분, 대구 7시36분, 부산 7시32분, 제주 7시38분 등이다.

서울 해돋이 명소에 대한 관심도 크다. 먼저 북한산 백운대다. 서울과 경기도에 걸쳐 있는 북한산은 수도권 내 유일한 국립공원으로 겹겹이 우뚝 솟은 바위산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며 탐방지원센터를 기준으로 약 2시간이면 서울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아차산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시의 경계에 있는 곳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해돋이 명소로 제격이다.

다만 전통적인 해돋이 명소인 동해안은 절경 감상이 다소 어렵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에 눈과 비를 뿌리던 저기압이 빠져나간 뒤 중국 북동 지방에서 동해상으로 이동하는 고기압이 밀려오며 구름이 많이 낄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평균 시속 55km 이상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름을 밀어내고 태양을 보기에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신년 맞이 연날리기 행사. 사진=연합뉴스
신년 맞이 연날리기 행사.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변화는?
신년부터 경제 및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실제로 기획재정부가 31일 2024년부터 달라지는 제도와 법규사항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한 '2024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 따르면 혼인·출산 지원을 위해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또는 자녀의 출생일부터 2년 이내에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재산은 최대 1억원까지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공제한다. 

또 국채 수요 다변화 및 개인의 장기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전용계좌만 개설하면 누구나 청약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개인투자용 국채도 발행한다는 설명이다. 대환대출 인프라도 확대한다.

저소득층의 기초생활보장 강화에 나서는 한편 자녀 생후 18개월 내 부모 모두 육아휴직 사용 시, 첫 6개월간 부모 각각의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한다. 월 상한액은 1개월 기준 200만원이다. 나아가 위기징후 청년 또는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 지원체계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통신요금 정책이 눈길을 끈다. 요금제 및 단말기 선택권이 확대되고, 자신의 실제 사용량에 가까운 요금제 선택이 가능해져 통신비 부담 완화를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사업 및 전기요금 특별지원제도를 시행하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통해 에너지 그리드 전략도 강화한다.

GTX-A의 수서~동탄 구간 개통으로 ‘초연결 광역경제생활권’ 시대를 앞당기는 한편 내년 2월부터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을 출시, 이자율을 최대 4.5%로 설정했다. 이 외에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신생아 특례 대출 및 서민 교통비 부담 경감을 위해 K-패스를 도입한다.

병역의무에 나서는 병사들의 처우개선에도 속도를 낸다. 병장 기준 월 125만원을 지급하며 이는 전년 100만원 대비 25만원 상승한 액수다. 전역 후 목돈 마련을 위한 장병내일준비적금의 재정지원금도 최대 40만원으로 인상해 전년 30만원 대비 10만원 올린다.

서울 마포구에 조성된 2024년 신년행사 조형물. 사진=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에 조성된 2024년 신년행사 조형물. 사진=연합뉴스

휴일은 얼마나?
2024년 휴일은 총 68일이다. 올해는 윤년으로 1년 366일인 갑진년 연휴는 모두 4차례로 상반기 3차례, 하반기 1차례씩 돌아온다. 52일의 일요일 중 설날(2월 11일)과 어린이날(5월 5일)이 일요일과 겹친다. 토요일(52일)에 공휴일이 겹치는 날은 설날 연휴(2월 10일)뿐이다. 국경일 및 명절을 모두 포함하면 쉬는 날은 119일이다.

3일 이상 연휴는 총 5번이다. 첫 번째 연휴는 2월 설 연휴로 9일 금요일부터 설날 당일인 10일 토요일, 대체휴일인 12일 월요일까지 무려 4일을 쉰다. 여기에 설날 연휴가 있고 삼일절인 3월 1일이 금요일, 어린이날 대체 휴일인 5월 6일이 월요일이라 역시 장기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현충일인 6월 6일, 광복절인 8월 15일, 개천절인 10월 3일은 목요일이라 금요일 연차를 내면 역시 장기 휴가가 가능하다.

한편 9월 14~18일은 추석연휴로 총 5일이다. 앞뒤 연차를 붙이면 꿀같은 장기휴가도 가능하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아이들이 용 그림 그리기 체험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아이들이 용 그림 그리기 체험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새해 소망 1위는? "임금 인상"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4∼11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7.7%가 '임금 인상'을 새해 소망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전 연령대에서 임금 인상이 1위를 기록했다.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에 고통을 겪는 직장인들이 임금 인상을 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욜로나 워라밸 등이 큰 인기를 끌었으나 여전히 '돈'이 직장 생활의 큰 동력이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다만 2위의 경우 연령별로는 차이가 있다. 20대는 '좋은 회사 이직'이 임금 인상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30대와 40대는 '노동강도 완화 및 노동시간 단축'이 2위에 올랐다. 50대는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이 2위 였다.

정동진 해돋이 행사. 사진=연합뉴스
정동진 해돋이 행사. 사진=연합뉴스

세계 정치 격변의 해
2024년은 2020년에 이어 4년만에 세계 정치를 강타할 선거의 해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열리며 미국은 11월 대선이 열린다. 대만은 총통 선거를, 러시아도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영국도 총선이 열리고 인도는 하원 의원 선거가 계획되어 있다. 일본도 교토시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동아시아인 대한민국, 북한, 일본, 몽골, 대만의 선거가 전부 한 해에 몰려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외에도 핀란드, 우크라이나, 멕시코,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공화국 대선에 이어 이란과 페루 등 주요 국가의 선거들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