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네번째)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네번째)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자구노력, 채권단의 협조, 시장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의 자구노력은 1조원 규모로 전해졌다.

28일 금융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그동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골프장 담보 대출 등을 통해 1조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했다. 또한 추가로 산업은행에 일부 사재 출연 계획을 전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배경은 분양계약자와 협력업체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건설업 전반의 문제로 연결하긴 어렵다는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분양계약자와 태영의 협력업체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태영건설은 부채비율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PF(프로젝트파이낸싱) 보증도 과도하다는 점 등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로 어려움이 커진 것"이라며 "건설업 전반의 문제라 보기 어렵고, 시장도 이미 이를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금융 및 부동산 시장의 불안심리를 관리하면서 사업장별로 적극적인 선별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부동산 문제 해결의 양대 축은 불안하다고 하면 다 돈을 빼는 것이 문제인데, 그렇게 되면 건실한 곳도 살아남기 힘들다"며 "우린 시장의 불안심리를 관리하면서 시장에서 괜찮은데 자금지원이 안되는 곳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자체의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가겠다"며 "당연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알지만 매크로쪽으로 보면 앞으로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금리 상황이나 매크로 상황 개선되면 생각했던 대로 연착륙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누누이 강조하지만 연착륙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의 PF 위기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는 "F4(Finance4) 회의를 중심으로 알 수 있는 모든 위험요인들을 관리하고 있다"며 "부총리께서 새로 취임하면 관계부처 협의 거쳐 지원대책 마련해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 권대영 상임위원과의 일문일답]

▲태영건설이 어려움에 봉착한 이유는 무엇인가. 

=(권대영)태영건설의 어려움은 재무적인 어려움으로 판단한다. 부동산 호황기와 저금리 시대에 태영건설이 외형을 많이 늘렸는데 글로벌 긴축과 금리 인상기에 PF 사업장의 사업성이 떨어지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 다른 건설사들은 통상 도급계약만 하는데 여기는 자체 시행을 좀 많이 했다. 자기가 땅을 사서 인가받아 PF를 하는 방식이다.

그런 상황에서 PF 사업장이 잘 안 돌아가니 우발채무가 많아졌다. 이런 상황이 대부분 건설사보다는 태영건설의 특수한 상황이다. 본PF는 3~5년씩 걸리는데 ABCP를 3~5개월로 운영하다가 이 부분이 잘 안 돌아가면서 유동성 문제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워크아웃 신청한 것으로본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다른 건설사와는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태영건설의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이 374%로 다른 건설사들이 통상 100% 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정도 높다. 

▲태영건설은 어떻게 워크아웃 신청에 이르게 됐나.

=(권대영) 태영건설은 1조원 정도의 자구 노력을 했지만, 시장 불신이 계속되다 보니 시장과 소통하면서 모든 정보를 제출하고 추가적인 사재출연 등 자구 노력을 통해서 채권단의 금융 채무에 대해 시간을 벌려고 한 것으로 파악된다. 회생으로 가면 상거래 채권도 같이 정리되지만, 워크아웃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태영건설이 내일 만기가 돌아오는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 채권에 대해서도 결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워크아웃이 개시될 것이라고 판단하나.

=(권대영)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네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충분한 자구 노력, 채권단들의 협의와 협조, 시장의 신뢰, 대한민국 건설이나 경제 전체가 좋아지는 것이 들어맞아야 가능하다. 이러한 노력을 (정부와 산은 등) 다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워크아웃 개시가 안 된다면 어떻게 되나.

=(권대영) 오늘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쉽지 않겠지만 노력해야 한다. 채권단들의 동의를 75%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수준은 얼마인지.

=(김주현) 구체적인 자금의 규모 등은 채권단과 태영 측이 서로 협의해 가면서 논의가 될 것이다.

▲태영건설이 현재까지 제출한 추가 자구책의 수준은?

=(김주현) 현재 밝히기는 적절치 않다. 태영 측의 자금 조달, PF 사업장 관리 등 변수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채권단이 납득돼야 하므로 태영 측에서 잘 설명해야 한다.

=(권대영) 대주주가 그간 1조원가량의 자구노력을 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골프장 담보 대출, 티와이홀딩스의 에코비트 매각 자금 등이다. 여기에서 추가적인 자구 계획을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대주주가 태영인더스트리 개인 지분, 골프장 매각 금액 등을 바탕으로 사재 출연도 일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강도 높고 충분한 자구노력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 (SBS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주주의 판단사항이지, 그것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태영건설 말고 건설사나 시행사 중 어려운 곳이 있나.

=(권대영) 금융감독원에서 상시로 보고 있고 특별히 걱정스러운 데는 보이지 않는다. 혹시 염두에 두고 있는 회사도 현금도 많고 차환도 잘 되고 있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다른 건설사 위기로 전이되는 것 아닌가.

=(김주현) 모든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있다. 부총리가 새로 취임하면 관계부처하고 협의를 거쳐서 건설사에 대한 지원대책도 마련해서 발표할 예정이다. 저희는 시장 불안심리를 관리해 가면서 한쪽에서 자금 지원을 해나가고, 또 한 축으로는 PF 사업장의 정상화를 같이 지원할 예정이다. 금리 상황이나 매크로 상황이 조금 더 개선되면, 생각했던 바대로 연착륙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작년 레고랜드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닌지.

=(권대영) 그때는 금리가 오르고 긴축 모드였는데 지금은 금리 인상의 끝이 보인다. 국내적으로도 금융시장 자체가 굉장히 지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레고랜드는 저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였지만 지금은 저희가 다 알고 있다. 제2금융권 파장에 대해서도 태영건설은 도급 순위로 보면 상당히 큰 회사지만, 대한민국 전체의 금융시스템으로 보면 큰 회사가 아니다. 익스포저가 많이 흩어져 있어서 문제가 없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PF 사업장이나 건설업에 대해 인위적으로 정리하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가.

=(권대영) 정부는 일관되게 질서정연하게 PF와 건설업을 연착륙시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연착륙이 키워드라는 점을 재강조한다.

▲정부 세금이나 금융지원으로 특정 기업만 도와주는 것은 아닌지.

=(권대영) 금융 시스템을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비용으로 봐야 한다. 시장의 원칙과 시장 참여자들이 상식에 기초해서 정상화하는 것이지 세금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불안해질 수 있으니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이다.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게 언제, 어떤 건설사 이후로 얼마 만에 처음인가.

=(권대영) 건설사 워크아웃은 2008년, 2009년 글로벌 위기 이후에 대우건설이 그때 금호산업에 팔렸고 그 금호산업을 워크아웃으로 정리했다. 그 이후 최근에는 50위권 내 건설사가 문제 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