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1987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뒤 역대 두 번째로 많이 내려갔다. 지난 1년 동안 하락 폭이 과거 노태우 정부가 늘려 놓은 공급 여파로 집값이 계속 하락하던 1992년 하락률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 정부에서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가운데 2021년 하반기 시작된 고금리 여파로 주택 매수 수요가 사라지며 아파트값은 여전히 내리고 있다.

28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12월 전국의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해보다 6.72% 내렸다. 연간 기준 종전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1998년(-13.56%)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주택 경기 침체기였던 작년(-3.12%)의 2배가 넘고 1기 신도시 건설을 마쳐 주택보급률이 급등했던 1992년(-4.97%)보다도 높은 수치다. 최근 부동산 시장 경기가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다음으로 나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구축 단지 앞에 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를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산서구는 부동산 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 모두에서 올해 연간 기준으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난 2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의 한 구축 단지 앞에 1기 신도시 특별법 통과를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산서구는 부동산 통계 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KB부동산 모두에서 올해 연간 기준으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사진=이혜진 기자

전국 17개 시·도에서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률이 가장 큰 지역은 인천(-9.68%)이었다. 이어 대구(-9.3%)와 경기(-8.57%)∙부산(-7.74%) 순으로 전국 평균보다 낙폭이 컸다. 다음으로 서울(-6.28%)과 울산(-6.02%)∙대전(-5.75%)∙제주(-5.52%)∙광주(-5.41%)∙세종(-5.19%) 순이다.

지난해 전국 집값 하락에도 연간 기준으로 올랐던 강원(5.83%)과 충북(3.43%)∙전북(5.26%)∙경북(0.85%)∙경남(-2.99%)은 올해 하락 전환됐다. 구체적으로는 각각 2.16%, 3.43%, 5.19%, 2.99%, 4.72% 떨어졌다.

전국 시·도 중 충남(-5.04%)과 경기∙제주∙경북의 아파트값 연간 하락률은 종전 최고치를 넘었다. 경기도를 시별로 살펴보면 동두천(-15.24%)의 올해 연간 기준 아파트값 낙폭이 가장 크다. 고양(-11.75%)과 군포(-11.74%)·남양주(-11.17%)·의왕(-10.93%)·양주(-10.74%)·오산(-10.43%)·의정부(-10.41%)도 두 자릿수 넘게 하락했다.

안산(-9.31%)과 광명(-8.72%)도 경기도의 연간 아파트값 평균보다 크게 떨어졌다. 남양주를 제외하면 경기 서부 지역이 아파트값의 하락세를 이끈 것이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하면 전국 각 도를 시 기준으로 볼 때 충남 계룡(-10.41%)과 경남 거제(-9.11%), 전북 군산(-6.83%), 충남 아산(-6.79%)이 전국 평균보다 내려갔다.

서울은 권역별로 서민 주거지가 많은 강북(-8.15%)이 강남(-4.57%)보다 가격이 더 떨어졌다. 구별로는 도봉(-11.31%)과 노원(-10.58%)·구로(-9.26%)·성북(-8.97%)의 하락 폭이 특히 컸다. 강북(-8.58%)과 서대문(-8.46%)·중랑(-8.72%)·동대문(-8.21%)·은평(-7.85%)도 서울 평균을 상회했다.

‘강남4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강동은 각각 1.96%, 4.02%, 0.13%, 5.06 하락했다. 또 다른 상급지인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4.53%, 2.48%, 6.70%씩 떨어졌다. 이들 지역 중 서초와 용산은 작년에 연간 기준 각각 0.71%, 2.41% 올랐지만 올해 하락 전환됐다.

27일 오전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부동산사무소 앞에 인근 구축 단지의 매물을 안내하는 내용의 홍보물이 붙어 있다. 일산동구는 일산서구에 이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특히 많이 하락한 지역이다. 사진=이혜진 기자
27일 오전 일산동구 백석동의 한 부동산사무소 앞에 인근 구축 단지의 매물을 안내하는 내용의 홍보물이 붙어 있다. 일산동구는 일산서구에 이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특히 많이 하락한 지역이다. 사진=이혜진 기자

전국을 구와 군으로 나누면 고양시 일산서구(-13.72%)와 일산동구(-13.18%)의 낙폭이 특히 크다. 대구 남구(-12.64%)가 뒤를 이었고 인천 연수구와 대구 수성구, 수원 장안구는 12.30% 떨어졌다. 이어 대구 서구(-12.13%)와 인천 부평구(-11.75%), 부산 해운대구(-11.10%), 대구 달서구(-10.66%), 부산 동구(-10.58%), 용인 기흥구(-10.29%)가 10% 이상 하락했다.

인천 계양구(-9.80%)와 서구(-9.72%), 부산 수영구(-9.69%), 울산 동구(-9.40%), 부산 연제구(-8.98%)∙남구(-8.66%)∙기장군(-8.54%), 대구 중구(-8.47%), 부산 영도구(-8.29%)∙동래구(-7.84%), 대구 동구(-7.66%), 인천 남동구(-7.46%), 부산 부산진구(-7.41%) 등은 전국 평균 하락율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