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

그간 인도 불교미술은 북인도를 중심으로 소개돼 왔다. 인도 데칸고원 동남부 지역인 남인도의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이야기'전은 2000년전 남인도의 불교 미술을 집중 조명한다.

전시회에는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에 남인도 지역인 아마라바티, 나가르주나콘다, 파니기리 등지의 불교미술품 97점이 선보인다.

뉴델리국립박물관 등 인도 12개 기관을 비롯해 영국박물관,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4개국 18개 기관의 소장품이 망라됐다. 이 가운데는 발굴 후 한 번도 인도 밖으로 나간 적이 없던 유물들도 상당수 포함됐다고 한다.

'연꽃 모자를 쓴 약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연꽃 모자를 쓴 약샤'. 사진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작품들을 보면, 풍요로운 자연 속에 뿌리내린 남인도 특유의 문화가 뒤늦게 유입된 불교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냈는지 짐작할 수가 있다. 출품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스투파 장식 조각들을 보자. 

스투파(stupa)는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하는, 위쪽이 뾰족한 불탑을 말한다. 그런데, 불탑을 장식하는 스투파 조각에 불교와 무관한 남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상징들이 사용됐다. 조각 장식에 즐겨 사용된 ‘약샤’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자연의 정령이다. ‘마카라’는 남인도 사람들이 물 속에 살고 있다고 믿었던 전설의 동물이다.

전시작 중에서는 ‘입에서 연꽃 줄기를 뿜어내는 약샤’,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샤’, ‘석가모니의 상징을 담은 스투파’, ‘나가 왕의 보호를 받는 석가모니’, '머리 다섯 달린 뱀이 지키는 스투파',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개최하는 특별전이다. 앞서 지난 7~11월 뉴욕에서는 '나무와 뱀: 인도의 초기 불교미술'이란 이름으로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측은 전시공간을 짙은 녹색으로 꾸미고 배경음악으로 새 소리를 틀어 열대우림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2024년 1월 5일, 전시와 관련된 학술행사도 예정돼 있다. 주제는 ‘남인도 미술의 이해’이며, 강연자는 존 가이(John Guy)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큐레이터, 이주형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다. 전시는 내년 4월1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