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은 대한민국 경제의 용이다. 이들은 지금 격변과 위기 속에서 2024년을 맞이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청룡(靑龍)의 해다. 청룡은 인간을 악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벽사(辟邪)와 수호(守護)의 능력을 갖춘 신령스러운 존재다. 갑진년 새해, 재계의 네 마리 용은 청룡으로 변신해 위기를 돌파하고, 변화와 혁신으로 더 높게 날아 오를 수 있을 것인가. 본지는 4대그룹의 ‘용의 전략’을 살펴봤다.

‘용문점액(龍門點額)’은 위기나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를 경계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황하(黃河)의 물고기가 물살이 험한 협곡 ‘용문(龍門)’을 거슬러 오르면 용(龍)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가지만, 실패하면 바위에 머리를 부딪쳐 ‘이마(額)’에 ‘상처(點)’가 난 채 떠내려간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2024년, 하반기 경기 반등 기대감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대학교수와 공공·민간연구소 연구원 등 경제·경영 전문가 90명에게 물어 올해 대한민국 경제와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을 표현하는 키워드로 ‘용문점액’으로 선정했다. 청룡의 해(甲辰年·갑진년)인 2024년 우리 경제는 새로운 도약을 해내거나, 중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용문점액에는 기업들이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다수의 경제단체 및 경제연구소가 바라보는 2024년 우리나라 경제의 상황은 대체로 같은 전망으로 귀결된다. 2023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대내외적 불안요소들이 상반기까지 이어져 경제 전반은 침체 혹은 저성장 국면을 이어가고, 하반기에 주요 수출 제품들의 수요증가에 힘입어 분위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상의가 2024년 한국경제의 경기추세에 대한 전망을 물은 질문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문가의 48.9%는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보일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26.7%는 ‘L자형의 상저하저(上低下低)’를 전망했다. ‘우하향의 상고하저(上高下低)’(16.7%), ‘우상향의 상고하고(上高下高)’(3.3%), ‘V자형의 빠른 상저하고(上低下高)’(2.2%) 등의 전망이 뒤를 이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2024년 국내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4년 경제성장률은 2023년의 낮은 성장률에 따른 기저효과, 수출 및 설비투자 회복 등으로 2.2% 수준의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되나,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실물경제 불안요인도 같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그동안 하락세가 지속된 반도체 조정 사이클이 마무리 되며 수출도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고 인공지능, 2차 전지, 차세대 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등이 2024년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은 “IT경기의 완만한 회복세에 힘입은 수출과 설비투자의 증가세 전환에도 고물가·고금리의 영향 에 따른 소비 성장세 둔화와 건설투자 위축으로 완만한 성장이 예상되며 수출은 하반기의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는 가운데 자동차의 견조한 수출 규모를 유지하고 2023년의 기저효과와 세계 무역의 완만한 회복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2024년 실질 GDP 성장률은 2.0%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기업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2023년 엔데믹까지 약 3년의 기간은 국내 기업들에게 다음과 같은 고민을 과제로 남겼다. 예상치 못한 초거대 리스크 앞에서 기업들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가. 또 만에 하나 코로나에 버금가는 대형 리스크가 다시 찾아온다면, 그 때 회사를 버티게 할 수 있는 미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에,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국내 4대그룹들은 일련의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각자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할 시기인 2024년을 마주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 역량에 기반한 첨단산업 영역의 글로벌 절대입지 구축을, SK그룹은 넷 제로(Net Zero, 탄소중립)이라는 대전제 지향의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형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첨단화 전략을, LG그룹은 주요 자회사의 핵심 경쟁력인 B2C 사업의 상호 간 연결과 역량 확대를 2024년을 기점으로 본격 실현될 미래 전략으로 설정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2024년은 우리경제가 지속성장의 길을 걷느냐, 장기침체의 길을 걷느냐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해가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지속성장의 길은 좁고, 장기침체의 길이 더 넓어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기에 국내 주요 기업들은 역사 속에서 숱한 위기를 기회로 바꿨던 선대 기업인들의 비전을 이어나가면서 미래의 길을 여는 경쟁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