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뇌의 비밀> 와다 히데키 지음·이주희 옮김. 포텐업 펴냄.

사람의 뇌는 일반 성인의 경우 체중의 약 2%, 약 1.2~1.6kg 정도로, 대뇌, 간뇌, 중뇌, 소뇌, 연수, 척수 등의 부위로 나뉜다. 인간 뇌의 특징 중 하나는 대뇌의 발달인데, 특히 대뇌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전두엽’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대뇌의 전두엽은 다시 6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도 ‘전두연합 영역’은 사고와 판단 같은 정보 처리, 집중력과 의욕, 감정 조절, 창의성, 사회성 등 ‘인간다움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들을 담당한다. 전두엽은 이른바 인간의 ‘지성’ 그 자체를 관장하는 곳이다.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수록 크기가 줄어든다. 전두엽도 예외는 아니며 오히려 가장 먼저 줄어드는 곳이다. 이른 경우에는 40대부터 뇌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현저하게 줄어드는 곳이 전두엽이다. 결국, 전두엽의 노화는 인간이 가진 지성의 노화이자, 인간다움의 원천이 노화되는 것이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30년 넘게 연구해 온 저자 와다 히데키는 수많은 환자의 뇌를 관찰한 결과,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과 전두엽의 상태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두엽이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며 전두엽의 노화를 막는 법에 대해 소개한다.

전두엽 손상 의미는

저자는 전두엽의 7가지 기능부전을 설명한다. 첫 번째 기능부전은 ‘보속증’이다. 치매 환자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오늘 날짜다.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면 날짜를 대답하기 어렵지만, 오늘 날짜를 모르는 사람도 본인의 생년월일은 대답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생년월일은 평생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두엽 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오늘 날짜를 물었을 때 “○월 △일입니다.”라고 대답하고 생일을 물어도 “○월 △일입니다.”라고 같은 대답을 한다. 즉, 질문은 달라졌는데 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것이다. 지능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뇌의 전환이 잘 안되는 것. 이를 보속증(perseveration)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눈앞에 상황이 바뀌었을 때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새로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리하지 못한다.

세 번째로 ‘원 패턴’ 현상이다.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니 변화가 싫고, 웬만하면 변화가 없는 상태를 선호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행동도 한 가지 패턴으로 굳어진다. ‘현 상황을 바꾸고 싶지 않다.’, ‘오히려 편안하다.’ 등의 전례 답습적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면 전두엽이 제대로 활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이다.

네 번째로 ‘무관심’이다. 전두엽이 문제가 생기면 ‘인풋’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원래 무관심(apathy)이란 사회학에서 쓰이던 개념으로 ‘사회적 사건에 대한 무관심’을 뜻하는 말인데, 정신의학에서도 사용되면서 외부 사건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상태를 가리키게 됐다. 이런 상태를 우울증과 혼동할 수 있지만, 전두엽의 손상으로 로봇처럼 수동적이고 무기력하며 감정 반응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외에도 전두엽이 손상되면 아웃풋이 없거나 외로움을 느끼고, 의욕이 없는 행동을 보인다.

그렇다면 전두엽 손상은 무엇이 문제일까. 인간은 본래 주변 환경과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며 생존해 온 생물이다. 그런데 전두엽의 손상은 변화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마비시킨다. ‘생존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 뇌가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은 ‘감정의 전환’도 어렵다는 의미다. 전두엽의 기능 중 감정 조절이 어려워 쉽게 분노하거나 슬퍼하며 실패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삶이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손상 막으려면

죽기 전까지 전두엽 손상을 줄일 수는 없을까. 답은 뇌를 ‘자극’하면 된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미 위축된 뇌는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입장이다. 전두엽도 마찬가지다. 다만 손실된 신경세포 대신 손상을 입지 않은 다른 신경세포가 회로를 형성하며 다시 네트워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과 최근에는 뇌신경세포(뉴런)가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저자는 뇌를 자극해 전두엽 손상을 막는 방법을 크게 5가지로 정의했다. ‘이분법적 사고’ 버리기, ‘실험하기’, ‘운동하기’, ‘다른 사람과 교류하기’, ‘아웃풋에 신경 쓰기’이다.

그는 “남의 의견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알아보고, 생각하며 답을 하나로 단정 짓지 말라”며 “이분법적 사고에 벗어나 찾은 답에 만족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풋한 것을 그냥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하여 아웃풋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교류하며 전두엽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두엽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

누구나 가능한 한 오래 ‘현역’으로 살고 싶을 것이다.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전두엽을 쓰는 일과 마찬가지다. 소속된 조직 안팎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들과 소통을 주고받는 인풋과 아웃풋을 반복할 수 있는 환경은 전두엽에 아주 좋은 자극제이다.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전두엽 입장에서는 아주 고마운 행동이다. 저자는 “책이든, 영화든, 그림이든, 악기든 무엇이든 상관없다”며 “단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한다. 책을 읽었다면 서평을 써 보거나 SNS에 공유하는 등 타인에게 발표하거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자는 앞으로 전두엽을 쓰지 않으면 점점 살아남기 어렵다고 예측한다. 그는 “앞으로 20~30년 안에 AI나 로봇이 더욱 현실화되어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면, 인간은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반대로 그런 세상이 되면 ‘일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학문이나 기술을 연마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어 “‘생각한다는 것’의 질이 바뀌는, 문제 해결형보다 문제 발견형 사람이 더 가치가 높아지는 미래가 올 것”이라며 “그러니 AI에게 무엇을 맡길지 결정하는 것이 이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소득으로 밥을 얻어먹는 쪽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AI나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볼 것인가. 전두엽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