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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로 일자리 판이 바뀌고 있다. 최근 구글도 3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생성형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도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생성형 AI ‘위기’인가

25일 정보통신(IT)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3만명에 이르는 광고 판매 부문에 대한 대규모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주 대기업을 대상으로 광고 영업을 총괄하는 션 다우니가 최근 전체 회의에서 광고 영업팀 개편 계획을 밝혔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주요 광고주를 대상으로 하는 고객영업부 직원들을 대규모로 재배치하거나 통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생성형 AI의 확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성형 AI가 기존 직원들이 하던 일을 대체하며 인력이 기존만큼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올해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해 헤드라인, 이미지 등을 자동 생성하며 광고 제작 효율을 극대화한 바 있다.

 

구글 로고. 사진=연합뉴스.
구글 로고. 사진=연합뉴스.

디인포메이션은 “광고주들은 실적이 극대화되길 원한다”며 “이젠 더 이상 유튜브, 구글 등 구글 서비스에 광고 전담 직원은 필요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실제 관리 업무의 69%는 AI로 자동화할 수 있다. 챗GPT의 오픈AI에 대항해 바드와 제미니를 공개하며 생성형 AI 기술을 발전시킨 구글 직원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AI에 일자리를 위협받는 순간이다.

한편 AI로 인한 인력 구조조정은 구글만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클라우드업체 드롭박스는 지난 4월 AI를 이유로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약 500명을 해고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도 향후 몇년동안 AI로 대체되는 분야에 대한 투자 중단을 시사했으며, 민간 고용 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는 최근 정리해고 보고서에서 지난 5월에만 3900명이 해고됐다고 발표했다.

IT업계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고용시장 사이트 레이오프스닷 에프와이아이는 올해 미국 IT분야에서 근로자 27만명 이상이 해고됐다고 전했다. 대기업 위주의 집계로 소규모 스타트업 수치까지 더하면 더 많은 근로자가 해고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한지우 조사역과 오삼일 팀장이 지난 11월에 발표한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AI 노출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일자리는 약 341만개로 전체 일자리의 12%를 차지한다.

'AI 해고대란'의 직격탄은 주로 화이트컬러 일자리에 집중될 전망이다. 실제로 보고서는 "AI가 비반복적이고 인지적 업무도 대처한다"면서 "고학력, 고소득 일자리 대체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당장 AI 노출 지수에 전문 의사(상위 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도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지난 20년간 산업용 로봇 및 소프트웨어 기술 영역처럼 AI 노출 지수가 높은 일자리일수록 고용 비중이 줄고 임금 상승률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AI 대체 효과가 특정 그룹에 더 집중된다는 점에서 교육 및 직업훈련 정책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기회’인가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생성형 AI가 주로 화이트컬러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포브스는 “AI는 흔히 직업 킬러로 여겨지지만 직업 재정의자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진단했다. 반복적인 작업을 AI가 맡으면 직원들이 더 의미 있는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으며,  전체 생산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AI가 양질의 일자리를 더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5년까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보다 1200만개 일자리를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한 배경이다.

다만 대비는 필요하다. 포브스는 “AI를 기꺼이 수용하려는 이들에게 미래는 밝다”며 “AI가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 작업에 대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AI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지만 AI를 잘 다룰 수 있는 방식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포브스도 “2024년 한가지 확실한 점은 AI가 노동력의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며 “노동자와 고용주는 적응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AI 발전과 함께 급변하는 사회에서 AI에 대한 적응이 필수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업계 전반에서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데 도움을 줄 인재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런 시네스 라자로루 이사는 “AI 연구, 기계, 학습, 딥러닝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지원자 수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한편 AI가 변화시킬 직업 패러다임 진입장벽은 낮은 편이다. AI 관련 직업이라고 꼭 코딩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업계 전반에 걸쳐 채용 목록에 챗GPT 경험을 추가로 포함한다”고 밝혔다. 예시로 올해 12월 원격 근무 구직 사이트 크로스오버는 생성형 AI 모델을 사용한 실질적 경험이 있는 사람인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코딩을 할 줄 몰라도 생성형 AI에게 질문해서 적절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의미다.

변화는 의외로 점진적일 것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그 전환의 속도가 의외로 점진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퓨리서치가 AI로 인한 일자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두고 “AI로의 전환이 반세기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배경이다.

‘AI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도 점진적 변화에 무게를 뒀다. 현재 주요국에서 3개 기업 중 한 곳은 이미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나 42%에 달하는 기업은 향후 활용을 계획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