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

인천 송도에 위치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 1528)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뒤러는 독일 역사상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거장이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유럽 르네상스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그는 회화적 재능이 탁월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화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엉겅퀴를 든 화가의 초상’, ‘모피 코트를 입은 자화상’ 등 일련의 자화상들을 본다면 누구나 그의 천재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뒤러는 제단화, 종교화 말고 판화에서도 놀라운 성취를 보였다. 특히 판화로 작업한 삽화 장르에서 큰 획을 그었다. 삽화란 책, 신문, 잡지에서 내용을 보충하거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넣는 그림을 뜻한다.

뒤러의 판화는 입체감이 돋보인다. 판화에 양감과 명암을 넣었고, 사실적인 질감을 표현하는 기법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뒤러는 수많은 미술적 표현 기법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당대 손꼽히던 미술이론가로서 비례론과 원근법에 대한 저서를 출판하는 등 말 그대로 다재다능했다. 이 때문에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완성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요한 계시록의 네 기사’, 1497년경. 사진 제공=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요한 계시록의 네 기사’, 1497년경. 사진 제공=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이번 특별전에는 뒤러의 대표작인 ‘3대 목판화’, ‘4대 동판화’가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 뒤러의 판화를 가장 많이 소장한 독일 슈바인푸르트의 오토쉐퍼박물관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3대 목판화는 ‘성모 마리아의 생애’, ‘대수난’, ‘요한계시록’이고, 4대 동판화는 ‘아담과 하와’, ‘기마병(기사와 죽음, 악마)’, ‘멜랑콜리아1’, ‘서재의 성 히에로니무스’를 말한다. 전시회의 포스터에 사용된 판화가 바로 동판화 ‘멜랑콜리아1’이다.

15세기 유럽에서는 인쇄술이 발전하며 글을 통해 정보가 활발히 전달되었지만, 대다수 사람이 문맹이었다. 인쇄술 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문맹인들에게 뒤러의 판화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이자 문자였다.

삽화를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그 이상으로 발전시켰던 뒤러. 이번 작품전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와 문자’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2024년 3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