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전국에서 전세금과 집값의 방향이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부진한 주택 매매값과 달리 전세 보증금은 또 꿈틀댈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난에 대한 공포를 학습한 실수요자들이 발빠르게 전셋집 구하기에 나서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4년 부동산 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고금리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동산 대출의 일종) 자금 조달 어려움 등으로 인해 내년에 전국의 집값이 올해보다 1.5%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 상반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 금리를 내리면 대출 금리가 떨어져 수요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는 곳에서부터 집값이 강보합세로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산연 측은 권역별로는 수도권과 지방에서 각각 0.3%, 3%씩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셋값은 전국을 기준으로 올해와 비교해 2.7%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도권에서 5% 오르며 상승세를 이끄는 가운데 서울이 4%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주산연 관계자는 “이런 집값과 전세금 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집값의 하락기에 종종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목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집값이 떨어지니 집을 안 사는 대신에 전세를 구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택 시장의 디커플링 현상을 나타내는 지표는 ‘전세가율’이다. 전세가율은 집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집값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들이 대출을 당겨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거나 이른바 ‘무자본 갭 투기(자본금 없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들이는 것)를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라서다.
KB부동산의 11월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1.6%를 기록했다. 앞서 7월에 50.9%까지 내려간 이후부터 4개월 연속으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최근의 추세와 같이 디커플링 현상이 계속되면 내년에도 전세가율이 당분간 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을 기준으로 전세가율이 60%가 넘으면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를 기준으로 관악구(60.4%)와 중랑구(62.1%), 금천구(62.6%)를 제외한 전 지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0%를 밑돈다. 쉽게 말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기 부담스러운 지역이라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같은 기간 용산구가 40.7%로 전세가율이 가장 낮게 집계됐다. 이어 강남구(42.8%)와 서초구(46.6%), 송파구(47.4%) 순으로 이른바 ‘강남3구’로 불리는 지역의 전세가율이 낮다. 또 다른 상급지로 분류되는 ‘마용성’ 가운데 성동구는 49.4%를 기록해 50%를 밑돌았다.
반면 고급 단독 주택 단지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편에 속하는 성북구는 59.3%로 기준선인 60%에 근접했다. 이어 강북구(59.0%)와 은평구(58.0%), 중구(57.6%), 구로구(57.3%), 동대문구(56.9%) 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