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

네덜란드 초상화가 카틴카 램프(Katinka Lampe, 1963~)의 개인전이 서울 서촌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네덜란드는 렘브란트와 베르메르, 프란스 할스 등 인물화의 거장들을 배출한 나라다. 이러한 전통은 네덜란드 현대미술계에도 이어져 자국 특유의 감성을 다양한 매체와 기법 속에 담아내는 작가들이 속속 등장해 인물화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스헤르토헨보스 소재 미술-디자인 아카데미 출신으로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카틴카 램프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녀는 사진을 이용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며 네덜란드 거장들이 보여줬던 사실적 인물화의 계보를 잇고있다.

카틴카의 작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레임(Frame)’이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액자틀이나 가구나 건물의 뼈대로 번역되는 프레임은 어떠한 이미지를 사람에게 뒤집어 씌운다는 의미도 지닌다. 

작가는 프레임을 직접 만드는 ‘프레이밍(framing)’을 통해 관람자가 작품을 바라보는 방향과 틀을 정해주고 작품 속 인물을 어떤 방식으로 봐야 하는지 조건 지어 준다.

‘2415238’, 2023. 사진제공 © Katinka Lampe
‘2415238’, 2023. 사진제공 © Katinka Lampe

작가는 프레이밍 작업에 카메라를 활용한다. 사진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유화 작업에 들어가기 전 사진부터 촬영한다. 모델을 확보한 뒤 조명, 각도, 오브제의 위치 등을 정해 사진을 찍는다. 구성을 직접해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이미지의 일부를 과감히 잘라내거나 확대하고, 다양한 각도로 앵글 변화를 주며 편집한다.

 사진 프레이밍(framing)을 마친 후 캔버스로 옮길 때도 특별한 방법을 사용한다. 얇은 붓으로 캔버스에 디테일한 스케치를 한 뒤, 캔버스에 물감을 직접 짠다. 솔이나 헝겊으로 물감 덩어리를 계속 문지르면서 원하는 색으로 만들어내 사용한다. 

‘5060234’, 2023. 사진제공 © Katinka Lampe
‘5060234’, 2023. 사진제공 © Katinka Lampe

작가의 작품에는 다양한 인종, 성인, 어린이 모델들이 등장하는데,  어떠한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다. 제목조차 숫자로만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인물의 실제 머리색과 다른 컬러로 머리카락을 칠한다거나 얼굴이 거의 안 보이는 뒷모습만 화폭에 담아낼 때도 있다. 어떤 작품들은 하복부부터 발까지 보여진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초상화의 범위가 확장되는 순간이다. 

‘4050211’, 2021. 사진제공 © Katinka Lampe
‘4050211’, 2021. 사진제공 © Katinka Lampe

작가가 설정한 작품 속 인물은 작가가 내밀하게 의도한 어떤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인물의 성격이나 직업 등 정체성은 일절 소개되지 않기에 작가의 초상화는 객관적으로는 ‘익명성’을 띤다. 이에 관람자들은 그 익명의 인물에 대해 자유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작가의 프레임과 다른 관람자의 프레임 속에서 초상화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초상화의 틀을 깨는 ‘My Frame Your Frame’전은 내년 1월 1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