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파페치 홀딩스 인수 의사를 밝혔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쿠팡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파페치 홀딩스 인수 의사를 밝혔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쿠팡이 배달앱 시장에 이어 명품앱 시장에 진출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 정체를 우려해 수백조원의 성장잠재력을 갖춘 온라인 명품 시장을 겨냥했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성숙단계로 성장률은 한자릿 수로 감소된 상태다. 

파페치 홀딩스(파페치)는 세계 최대 명품의류 플랫폼이다. 올해 말까지 5억달러(약 6500억원)의 자금을 구하지 못할 경우 파산할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파페치 시가총액은 2021년 초 23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2억5000만달러로 100분의 1토막 났다. 명품 브랜드 이탈과 방만한 신사업 경영 등이 경영위기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 모회사인 미국 쿠팡 In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5억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해 글로벌 온라인 명품 플랫폼인 파페치의 사업과 자산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쿠팡은 이번 인수로 4000억달러(약 520조원) 규모 명품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용주의 쿠팡…비실용 극치 명품시장 도전장

이번 인수로 쿠팡은 명품 생태계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목표다. 쿠팡은 자사의 운영 능력과 물류 경쟁력으로 전 세계 고객과 부티크 및 브랜드에게 탁월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페치의 한국 시장 상륙도 점쳐진다. 쿠팡은 “한국은 세계에서 1인당 개인 럭셔리 상품 소비가 가장 많은 국가”라며 “한국 명품 시장이 파페치의 가치를 열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한국 시장 진출 의사를 내비쳤다. 

문제는 쿠팡과 명품의 믹스매치다. 쿠팡은 극도의 실용주의를 추구한다. 가성비를 극대화는 것은 물론이고, 전날 로켓배송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받아볼 수 있게 한 편리함으로 고객을 사로잡았다. 반면 비용이 많이 드는 명품은 소비자가 구매 전 심사숙고하는 대표적인 고관여 상품에 속한다. 로켓배송으로 굳이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구입하는 고객이 드물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수백조원 명품 시장, 쿠팡 차기 성장 동력

쿠팡의 명품 시장 진출은 배달앱 시장 도전과 같이 신성장 동력 장착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배달앱 시장 규모는 22조3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규모가 210조원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9분의 1 수준이지만 시장 규모가 적지 않다. 유통업계에서는 배달앱 시장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만큼 쿠팡이 충분히 도전할 만한 시장이라는 평가다. 쿠팡은 지난해 연매출 26조591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최대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제 2019년 5월 출범한 쿠팡이츠는 고성장 중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과점 시장으로 들어갈 틈이 없으리란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쿠팡이츠는 예상외의 선전을 보여줬다. 쿠팡이츠는 자사 멤버십인 ‘와우할인’과 연계해 배달의민족(60%), 요기요(20%)에 이어 배달앱 시장점유율 15%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요기요와 격차를 줄이며 업계 2위까지 넘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명품 시장 규모는 배달앱의 23배를 넘길 정도로 규모가 크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가 분석한 개인 명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지난해 20%이다. 이는 104조원 수준이다. 향후 7년 내 개인 명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30%(약 156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50조원 상당 파이가 커질 전망이다. 쿠팡입장에서 명품 시장에 발을 담근다는 것 자체가 수백조원의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갖춘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쿠팡의 명품 시장 도전에 아직까지 우려의 시선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의 저가 콘셉트에 명품 플랫폼인 파페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이끌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며 “다만 각각의 플랫폼을 운영하며 파페치에 쿠팡의 단순 명쾌하고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정신을 수혈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