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본회의장. 연합뉴스
국회본회의장. 연합뉴스

올해 국회에서도 다수의 민생 및 경제관련 중요 법안들이 여야 정쟁에 발이 묶여 입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임시국회를 마치고 나면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들어간다. 따라서 오는 28일까지인 임시국회가 사실상 마지막 남은 기회라 할 수 있다. 기업과 시민단체 등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주기를 고대하고 있는 민생 및 경제 법안 이슈들을 짚어본다.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이나 새벽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유산법은 당초 골목 상권을 지킨다는 취지로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규제가 이커머스 업체 성장에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한 만큼 개정이 필요한 데도 여전히 “골목 상권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야당의 반대 논리에 발목이 잡혀있다.

▲주택법 개정안

올해 초 정부는 주택 시장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주택 청약 당첨자에 대한 2~5년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법으로는 실거주를 하지 않을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야당은 투기 재발을 우려하며 정부안에 제동을 걸었다. 정부 발표를 믿고 분양을 받은 이들은 전세도 내놓을 수 없어 잔금 처리 걱정에 전전긍긍이다.

이와 관련,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 12일 “실거주 의무는 입주민의 주거 이전과 재산권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다”며 “빠르면 연내, 늦더라도 임시국회가 소집되면 다시 한번 야당과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국내에는 아직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할 시설이 없어 임시로 원전에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부터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임시 저장시설이 차례로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조속히 확보하기 위해 폐기물 반출 시점을 명시하는 한편 선정 지역에 대규모 지원을 제공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야당은 신규 원전 건설과 연계해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 건설과 관련한 내용을 확정하지 않고서는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금융안정계정’을 도입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공급, 자본 확충이 필요한 금융회사에 예금보험공사가 유동성을 선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금융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지만 야당에서는 금융안정계정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

▲국가재정법 개정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재정준칙(국가재정법 개정안)’ 관련 법안이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1000조원을 넘긴 국가 채무가 폭증하지 않도록 관리하자는 취지다. 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과 연계해 처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유럽연합(EU)이 AI 규제안을 마련하고, 미국이 AI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각국이 AI 규제와 산업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의 위험성을 사전 통제하면서 자국의 AI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경쟁국의 기술 개발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숨어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사고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할 시 사업주 등에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법률이다.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었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여론에 따라 적용시점을 2년 유예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당장 다음 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여야간 의견 조율이 늦어지고 있다.

▲국립공공의료보건대학 설립·운영 관련 법안

소아과 오픈런 등 의료 인력 부족은 이미 심각한 상태다. 이에 국립공공의료보건대학 설립·운영 관련 법안이 15개 넘게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된 법안이 없다. 인천 등 각 지역에서는 산발적으로 흩어진 국립공공의료보건대학 설립·운영 관련 법안을 하나로 통합해 조속히 의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구제 특별법

전세사기 피해 구제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지원과 주거의 안정 등을 보장하는 법이다. 올해 6월부터 시행되었으나 지원대상으로 인정 받는 조건 등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피해 구제에 이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피해자들은 법을 개정해 보증금 반환 채권을 공공기관이 매입하는 ‘선 구제, 후 회수’ 등의 내용을 담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세금 투입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제한법

이자제한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자율이 연 20%를 초과한 경우 채무자는 이자 전액을 주지 않아도 되며 연 40%를 초과하면 이자와 원금 모두 갚지 않아도 된다. 현행법은 연 이자율이 20%를 초과하는 경우 채무자가 이자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만 있다. 이자제한법 개정안은 당초 금융 취약 계층 보호 차원에서 마련된 법안이었으나 사금융 업계가 더 음성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