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내년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가운데, 한국 경제가 IT 수출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한국 수출 스펙트럼이 급변하고 있기에 지금이라도 체질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임혁 주필이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임혁 주필이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2024년 한국 경제 수출에 달려...IT 핵심"
종합경제지 <이코노믹리뷰>가 15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3층 페럼홀에서 기업 희망포럼 '2024 경제 산업 전망-3고 파도를 넘어라'를 열어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었다.

임혁 이코노믹리뷰 주필 겸 편집 담당 부사장은 "2024년은 글로벌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소위 '3고'의 위협은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포럼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엄중한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주혜 이코노믹리뷰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첫 세션에서 배병호 한국은행 조사국 경제모형실장은 '국내외 경제전망'을 통해 "세계경제는 고금리 영향이 지속되면서 완만한 성장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상품 교역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배 실장은 나아가 미국과 유럽연합, 중국과 일본 등 주요국 경제성장을 전망하며 "팬데믹 이후 국가별 경기회복은 차이가 있다"면서 "미국을 제외하고 유럽연합과 중국 등의 세계 경제는 다소 더딘 성장을 보일 것"이라 말했다. 나아가 중국에 대해서는 "미중 패권전쟁 등 외부의 영향을 받는 등 악재가 겹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으며 국제유가 전반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 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완만한 흐름을 보이는 세계 경제 전반의 흐름과 비슷할 것"이라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수출‧설비 투자 회복에 힘입어 2.1% 성장할 것이라는 메시지도 나왔다.

배 실장은 나아가 "반도체 등 수출적 측면에서는 성장 모멘텀이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2024년 중반부터는 특히 IT가 GDP 성장률을 끌고갈 것"이라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023년 300억달러에서 2024년 49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전제로 "2024년 하반기 점차 낮아질 것"이라 봤으며 고용에 대해서는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도는 완만한 것으로 예상했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올해 34만명에서 내년 24만명으로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2024년 한국 경제는 수출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면서 "대중국 수출보다는 미국 및 유럽, 아세안 등으로 좋은 동력이 보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중국 경제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현지 중간재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특히 집중했다. 배 실장은 "향후 중국 경제 중간재 자립과 기술경쟁력 제고에 따른 경합도 상승 등으로 중국 경제 성장 파급효과는 낮아질 전망"이라며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전략을 다듬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배병호 한국은행 조사국 경제모형실장이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배병호 한국은행 조사국 경제모형실장이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세계 경제 2024년 하반기 상승 후 하락...13대 주력산업 방향은?"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산업 전망 및 기업 대응 방안'을 통해 2024년 세계 경제에 대해 "상반기는 보합세, 하반기는 일시적 상승 후 하락할 것"이라 봤으며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3달러, 원달러 환율은 다소 하락한 1299원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리에 있어서는 "고금리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며 "통화 기축 기조는 장기화 될 것이라 전망한다"고 말했다.

2024년 국내 경제 실질 GDP로는 성장률 2.0%를 전망했다. 박 실장은 "IT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고금리에 따른 소비 성장세 둔화와 건설투자 위축으로 완마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면서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라 말했다.

반도체 수출에 특히 주목했다. 박 실장은 "반도체 수출금액은 2022년 3월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가 이어지다 2023년 10월부터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라며 "다만 2023년 하반기 반도체 수출금액의 증가추이는 가격요인이 아닌 물량요인에 기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현재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 비중이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역별 수출 판도도 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근 실장은 나아가 "2024년 통관 수출입 전망에 있어 수출은 5.6% 증가, 수입 0.7% 감소할 것"이라며 "무역수지는 전년 대비 265억달러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총 수출의 79%를 차지하는 13대 주력산업(자동차산업, 조선산업, 일반기계산업, 철강산업, 정유산업, 석유화학산업, 섬유산업, 정보통신기기산업, 가전산업, 반도체산업, 디스플레이산업, 이차전지산업, 바이오헬스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있으나 완만한 성장을 기대하며 해외 생산 측면서 생산 확대가 전망된다"면서 "국내 경제 측면서 투자 수요 회복 및 산업전환 등 긍정적 여건이 있는 상태에서 조선 및 철강,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는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24년 13대 주력산업 수출은 전년 대비 5.2%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내수는 신제품 출시 및 수출용 중간재 수요로 대다수 산업에서 일부 회복이 전망된다. 생산은 수출 및 내수 회복으로 IT산업군의 확대, 나아가 소재는 제한적 증가가 예상되며 수입은 전년 대비 5.8% 증가할 것으로 봤다.

박 실장은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미중 패권전쟁, 인구감소, 부채위기 등도 중장기 경제 및 산업 전망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이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이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분초인간부터 돌봄경제까지
트렌드코리아 저자인 최지혜 박사는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및 시사점'을 통해 2024년 한국의 트렌드를 인상적으로 짚었다.

'분초사회'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최 박사는 "사람들이 항상 분초를 다투며 살아가는 중"이라며 "시간의 가성비가 극도로 중요해지며 사용 시간의 밀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지나가며 '47분만 나갔다 올까?'라고 말하고 직장인들이 반의 반차, 반의 반의 반차 등을 쓰는 등 시간 활용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넷플릭스 등에서 배속시청 등이 각광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최 박사는 "많은 이들이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를 하며 시간의 재량권을 느끼고, 나아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시간의 가성비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최고의 자아를 뜻하는 '육각형인간' 트렌드도 등판했다. 다만 그 완벽함이 자수성가를 지향하지 않는다. 최 박사는 "최근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은 부자집에서 자라 만능을 자랑하며 성격도 좋다"면서 "예전 무협지에서는 주인공이 고난을 겪고 성취했다면 최근 웹소설에서는 순식간에 이세계로 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상이 힘들고 어려운데 굳이 고생하는 '기승전'을 건너뛰고 즐거운 이야기부터 보고싶은 것이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아끼려는 분초사회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최지혜 박사가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최지혜 박사가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육각형인간 트렌드의 등장 기조의 좌절감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소셜미디어와 관련이 깊다. 최 박사는 "많은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완벽한 라이프스타일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압박을 키운다"면서 "육각형인간 트렌드는 곧 젊은층의 좌절과 관련이 있다. 육각형인간이 젊은이들의 활력이자 절망이며 하나의 놀이인 셈"이라고 말했다.

'요즘남편 없던아빠' 키워드도 있다.

육아와 집안일을 책임감으로 생각하는, 기존에 '없던아빠'가 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박사는 "기존 세대에는 없던 문화"라며 "이를 잘 관리해야 공동체가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핀오프 프로젝트'도 중요하다. 최 박사는 "최근 마켓컬리와 당근마켓이 각각 컬리와 마켓이라는 명칭을 분리한 배경에는 다양한 브랜드 스핀오프를 위한 것"이라며 "불확실성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스핀오프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특히 젊은층에서 비슷한 개념이 통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퀴드폴리탄'이라는 키워드도 중요하다. 최 박사는 "액체처럼 유연하고 서로 연결되며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것이 바로 리퀴드폴리탄"이라며 "대규모 정주인구가 핵심이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지는 유연한 도시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강원도 양양의 경우 서핑을 즐기려 찾는 관광객이 연 20만명"이라며 "이들은 관계인구와 생활인구가 되어 양양을 더욱 새로운 도시로 만들고 있다. 이것이 바로 리퀴드폴리탄"이라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나아가 리퀴드폴리탄이 새로운 도시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 말하며 "각각의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정체성이나 감성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돌봄경제'다. 최 박사는 "이제 돌봄은 복지가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배려 돌봄, 정서 돌봄, 관계 돌봄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우리 모두가 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