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내년부터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그 인하 ‘폭’과 ‘시기’에 있어서는 시장의 기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예상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지시간 13일 연준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3회 연속 동결했다.

전날 발표된 11월 물가지표가 지난달을 상회했음에도 시장은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성명문에 환호했다. 이날 S&P500은 1.37% 올랐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4.015%를 기록했다. 

성명문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에서 “인플레이션은 지난 연간 둔화했지만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로 수정됐다. 물가 상승률이 개선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어 연준은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내년 기준금리 수준을 4.5~4.75%로 제시했다. 현재 5.5%에서 0.7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3개월 전 예측치(5~5.25%)보다 0.5%포인트 하향된 수치이나,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기준금리가 내년말까지 3.75~4%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 기대치는 연준 예상과 0.75%포인트 차이가 난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함에 따라 기준금리가 내년 1분기부터 인하되며, 연말에는 4%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년 대비 11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개월 연속 4%를 유지했으며, 전월 대비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3%로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전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이 오른 이유는 중고차 가격, 주거부문 물가 그리고 서비스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중고차 가격은 전월대비 1.58% 상승하면서 6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으로 인해 신차 생산이 감소하면서 딜러들이 마진을 높여 중고차를 판 것으로 추정된다. 

주거부문의 물가는 전월 대비 0.45% 상승하면서 10월 0.35%보다 재차 높아졌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올해 3월부터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가격이 하향 추세에 완벽히 접어든 것인지 판단이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주거 제외 서비스 부문 물가다. 서비스 부문 물가는 전월보다 0.5% 상승하면서 전달 0.34%를 상회했다. 전체 물가에서 6.3%, 주거 제외 서비스 물가에서 26.7%를 차지하는 메디케어 서비스 부문이 0.6% 상승한 영향이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서비스 물가가 오르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FOMC에서 서비스 물가에 대한 코멘트는 따로 없었다”며 “연준은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인플레이션의 안정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만약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지금 시장의 기대는 너무 과도한 수준이다. 시장은 내년 1분기부터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는데, 이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역설적이게도 미국 경기가 연착륙하고 있기에, 연준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미국 상무부는 11월에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를 기존 4.9%에서 5.2%로 상향했으며, 미국의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10월말부터 연일 하락하고 있다.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미국 국채 금리에서 부실기업 채권 금리를 뺀 값으로, 이 값이 낮아질수록 부실기업들의 파산 가능성 또한 줄어들고 있음을 뜻한다. 

파월은 FOMC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경기침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약하다. 물론 항상 가능성은 있지만, 확률이 낮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