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편리하다’는 이커머스를 대표하는 단어다. 많은 소비자들이 무겁고, 번거로운 오프라인 쇼핑을 뒤로하고 이커머스로 옮겨간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시장이 멈추자 이커머스 이동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소비자가 편리함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시작됐지만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소비자는 많지 않다. 소형 매장이 즐비한 오프라인 상가는 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오프라인 매장은 있다. 이커머스 대세 시대, 소형 오프라인 매장의 현실과 그 생존법에 대해 알아본다.

“요즘 세대는 사진을 찍어 자랑할 수 있어야 해요. 핫한 곳은 거의 그런 곳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유통업계가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내용)하고 경험을 강조한 소재 찾기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형 오프라인 매장도 이와 같다.

바가지 논란 광장시장…활기 여전

지난 9일 광장시장은 내외국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이하영
지난 9일 광장시장은 내외국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이하영

지난 9일(토) 오후 1시경 서울 광장시장은 ‘바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산인해였다. 통행은 가능했지만 인파를 헤치고 나가야 할 정도였다. 내국인을 비롯해 이국적인 외모의 외국인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광장시장은 순대‧떡볶이‧마약김밥‧육회‧빈대떡‧칼제비 등 다양한 먹거리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가성비 맛집’으로 유명하다.

바가지 요금 논란은 지난달 16일 유튜브 ‘희철리즘’에 한 영상이 게재되며 시작됐다. 광장시장의 한 전집이 고객에 10조각 남짓한 전을 1만5000원 상당에 제공해 바가지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영상이 화제가 되자 해당 전집은 일주일 간 광장시장 상인회에 의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논란은 서울시 중재로 빠르게 불식된 모양새다. 지난 3일 서울시는 종로구, 광장전통시장 상인회, 먹거리노점 상우회와 연합해 광장시장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에 나섰다. 대책은 크게 3가지로 정량표시제 도입과 미스터리 쇼퍼(위장 손님)의 불시 방문, 서비스 교육 등이다.

상인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상인회가 정량표시제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실제 광장시장은 이번 사건이 있기 전부터 순대와 떡볶이 등도 지나치게 비싸게 팔아 비판 받은 바 있다. 여행객 후기에도 코로나19 이전인 2016년에는 가성비 맛집으로 칭찬 일색이었지만, 2017년부터 상황이 조금씩 변했다. 이중 메뉴 사용으로 인한 고객과 상인의 다툼이나 지나치게 비싼 가격 등이 빈번이 언급되고 있다.

바가지요금 논란 영향에 대해 묻자 한 상인은 “영향이 많다. 예전 같으면 주말은 입추의 여지도 없다”며 “상인들도 잘 대처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가게는 육회 한접시(1만9000원)와 빈대떡(1만~5000원), 맥주 2캔(1만원) 세트를 3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고기빈대떡(1만원)이 아닐 경우 단품으로 주문하는 것이 1000원 더 저렴하다. 그러나 야외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홍대입구, 메인 상권만 ‘북적’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9일 오후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다. 온라인에 소문난 방어 맛집 앞에 40~50팀 정도가 기다리고 있다. 어울마당로에서 한 남성이 불쇼를 하고 있다. 라면특화 편의점에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하영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 9일 오후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다. 온라인에 소문난 방어 맛집 앞에 40~50팀 정도가 기다리고 있다. 어울마당로에서 한 남성이 불쇼를 하고 있다. 라면특화 편의점에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하영

국내 10대 상권으로 불리는 홍대입구도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북적이고 있다. 2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인 홍대입구역은 유동인구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일평균(12월 1~10일 기준) 홍대입구역 승하차 인원은 2호선만 14만6500여명에 달한다. 버스나 택시 등 다른 운송수단을 이용하는 인구를 포함하면 평일 유동인구만 30만명으로 추산된다.

광장시장과 같은날 찾은 이곳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어울마당로에 들어서자 한 남성이 불쇼로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로 옆에서 또 다른 남성도 축구공으로 묘기를 선보였다. 코로나19 당시 ‘임대문의’ 딱지만 붙어 황량하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메인 상권은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시작해 어울마당로까지 이어진다. 이 사이 카페, 음식점을 비롯해 휴대폰케이스나 의류, 화장품 등을 파는 소규모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스티커사진기 전문점과 사주타로를 보는 점포도 있다. 2030세대에 힙한 패션 플랫폼 ‘무신사’ 오프라인 매장도 홍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모두 방문객들이 바로 사진을 찍어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곳이다.

음식점은 더하다. 오후 4시 30분경 온라인으로 소문난 방어 맛집을 찾자 이미 대기 팀만 40~50팀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음식점 위치는 메인 상권에서 2~3분 정도 걸어야 나타나는 이면도로다. 이는 인스타그래머블한 맛집 효과로 볼 수 있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맛집을 온라인으로 찾아 가야하기 때문이다.

성수, 창고로 시작해 ‘지역 핫플’ 등극

성수동 카페 어니언 전경. 사진=어니언
성수동 카페 어니언 전경. 사진=어니언

요즘 뜨는 상권 중 성수만한 데가 없다. 성수동은 창고형 카페 ‘대림창고’로 먼저 알려졌다. 1970년대 정미소, 1990년대 공장 부자재 보관소, 2011년 창고형 갤러리 카페 대림창고로 자리잡았다. 시멘트와 빨간 벽돌의 거친 느낌이 2030세대에게는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롭고 즐거운 것으로 해석돼서다. 금속공장 출신 ‘어니언(onion)’도 성수의 명물 카페가 된 지 오래다.

카페가 눈길을 끌며 홍대입구 상권처럼 다양한 가게가 문을 열었다. 패션‧생활용품 편집숍, 스티커사진기‧탕후루 전문점, 빵집, 카페 등이다. 지역 전체가 핫플레이스(인기 지역)가 되며 새로운 활용 방법까지 등장했다. 성수 전체를 마케팅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잇따라 들어서더니, 올해는 급기야 버버리‧세븐틴이 성수 일대를 뒤덮는 행사가 진행됐다.

유통업계에서도 성수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주 소비층인 2030세대가 즐겨 찾는 장소가 성수이기 때문이다. 성수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 기업들이 팝업스토어를 열고, 고객은 이를 보러 성수를 찾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12월에도 성수는 바쁘다. 동서식품의 체험형 카누 팝업스토어를 비롯해, 지역소주 선양, 하이트진로 ‘진로X빵빵이’, 풋볼스탠다드, 라인스토어, 바이컬러, 뵈르 핸드크림 등 수많은 팝업스토어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난 9일 광장시장에는 내외국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이하영
지난 9일 광장시장에는 내외국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이하영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은 “코로나19 이후에 상권이 살아나는 곳의 특징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응축됐던 부분들이 폭발한 것으로 일시적일지 트렌드가 굳어질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한다”며 “소규모 상권의 경우 현재 물가 인상폭을 고려하면 마진이 정말 늘어나는지는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30세대의 요구가 어디에 있냐의 문제”라며 “항상 트렌드는 현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유동인구가 몰려들 수 있는 곳으로 계속 만들어야 상권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다른 이면도로로 들어서면 홍대입구 상권에는 아직도 빈 상가가 즐비하다. 부동산업계 일각에서는 홍대입구 상권의 높은 임대료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핼러윈 참사로 상권이 축소된 이태원은 또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무신사, 룰루레몬 등이 입점하고 인근에 헌터, 르메르 등 뜨는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